중국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하락)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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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하락) 빠지나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8.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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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침체 속 물가하락...수출도 감소, 경제회복 차질 불가피

중국이 '디플레이션 위험(D의 공포)'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의 지속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의 반대 개념인데 기업 활동 정체, 도산 증가, 생산 축소에 이은 실업자 증가를 동반한다. 중국 경제는 내수침체와 생산감소, 실업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데다 글로벌 수요 둔화로 수출마저 감소하고 있어 중국의 물가 하락 추세가가 장기화할 여지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소비 위축,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중국 허베이성 화베이지구의 신흥공업지대인 스자좡(Shijiazhuang) 수퍼마켓에서 손님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중국에서는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도 침체되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중국 허베이성 화베이지구의 신흥공업지대인 스자좡(Shijiazhuang) 수퍼마켓에서 손님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중국에서는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도 침체되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중국 국가통계국(NBS)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0.3% 하락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고 9일 밝혔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PI)도 4.4% 하락했다고 국가통계국은 덧붙였다. 일정 기간 시차를 두고 CPI에 반영되는 PPI는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품목별로는 돼지고지(-26%)와 운송용 연료(-13.2%), 쇠고기(-4.8%), 신선 야채(-1.5%), 달걀(-0.5%) 등 상당수 품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 신선 과일, 담배, 의류 등 몇 가지 품목을 빼고는 가격 상승률이 1%를 밑돌았다.

중국의 소비자 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직후인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가 동시에 내린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과도한 코로나 방역조치로 생산과 소비, 유통 등 거의 모든 경제활동이 마비된 결과로 풀이된다. 산업생산은 개선 추세지만 중국 경제 성장의 66%를 차지하는 내수는 6월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투자는도 정부 주도로 3.8% 증가했으나 민간부문 투자는 0.2% 줄었다. 

중국 경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도 악화일로다. '헝다 사태' 이후 그나마 안정을 유지한 부동산 그룹 완다도 디폴트를 앞두고 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충격을 줬다. 2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3%로 1분기(4.5%)보다 높아졌지만 시장 전망치(7.1%)를 크게 밑돌았다.

성장엔진이 멈추니 실업이 늘 수밖에 없다.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지난 6월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은 3개월 연속으로 20%를 웃돌았다.

중국 구직자들이 장쑤성 난닝시에서 열린 잡페어에서 일자리를 보고 있다. 내수침체와 수출감소 등의 이유로 고용이 줄면서 중국의 7월 청년실업률은 21.3%에 이를 만큼 심각하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중국 구직자들이 장쑤성 난닝시에서 열린 잡페어에서 일자리를 보고 있다. 내수침체와 수출감소 등의 이유로 고용이 줄면서 중국의 7월 청년실업률은 21.3%에 이를 만큼 심각하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여기에 지난달 중국의 수출은 2817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5% 감소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CB) 등 주요국 금리인상에 따른 글로벌 수요 둔화, 미국의 수입선 다변화 정책 등의 결과로 풀이됐다. 내수 침체로 수입도 12.4% 감소한 2011억 6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NBS와 중국 관영매체들은 물가하락이 곧 중국의 디플레이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경제회복과 함께 물가는 점차 오를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NBS 통계전문가인 둥 리지위안(Dong Lijuan)은 NBS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전년 동월 CPI가 높아 올해 7월 CPI가 하락했다"면서 "소비자물가 하락은 일시 현상"이라고 적었다. 둥은 "CPI는 경제회복, 시장 수요의 지속 반등, 수급 상황의 지속되는 개선, 기저효과 소멸과 함께 서서히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에버브라이트은행의 저우 마오화(Zhou Maohua) 거시경제 분석가는 "마이너스 인플레이션이 중국의 디플레이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수요 회복과 경제를 떠받칠 경기부양의 여지를 제공할 강한 정책 지원에 힘입어 CPI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전월 대비로는 CPI는 6월 마이너스 0.2%에서 7월 0.2% 상승으로 전환했고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6월 0.4% 상승에서 7월 0.8% 상승으로 상승폭이 커졌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한 세대 동안 소비자 물가와 임금이 정체된 일본의 '잃어버린 수십 년' 기간과 유사한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물가하락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들은 지출을 미루고 이에 따라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되며 기업들은 다시 물건 가격을 낮추면서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지는 NBS가 오는 15일 내놓을 7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지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어인 아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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