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화 폭락과 전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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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루블화 폭락과 전쟁경제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8.16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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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화폐인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비조달을 위해 루블화를 마구 잡이로 찍어낸데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천연가스와 원유 등 원자재 수출이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과 정부는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3.5%포인트 올리는 등 긴급 처방전을 꺼냈다. 그러나 환율 폭락의 근본원인인 전쟁이 종식되지 않는 한 루블화 가치 폭락은 막을 길이 없을 것 같다. 러시아 국민 고통만 가중될 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루블화는 지난 6월에 10%, 2분기 전체로는 15%이상 하락하면서 올들어 20~30% 하락란 것으로 전해졌다. 루블가치 하락은 환율급등과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예사로 봐 넘길 사안은 아니다. 사진은 루블화 가치 하락을 보여주는 그래픽. 사진=헨리 나피투풀루(Herry Napitupulu) 트위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루블화는 지난 6월에 10%, 2분기 전체로는 15%이상 하락하면서 올들어 20~30% 하락란 것으로 전해졌다. 루블가치 하락은 환율급등과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예사로 봐 넘길 사안은 아니다. 사진은 루블화 가치 하락을 보여주는 그래픽. 사진=헨리 나피투풀루(Herry Napitupulu) 트위터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2%로 3.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한 달 전인 7월에도 기준금리를 8.5%로 1%포인트 올린 데 이어 두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다.

러시아은행이 기준금리를 이처럼 급격하게 올린 것은 루블화 가치 폭락을 막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현상이다.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면 한편으로 러시아 수출상품의 가격이 떨어져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반면, 수입품 가격 상승, 수입물가 상승,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즉 루블화가치 폭락, 환율상승은 물가 악순환의 근인인 셈이다. 

러시아 화폐인 루블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후 달러당 135루블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외환 통제와 국제유가의 급등, 무역수지 흑자 등에 힘입어 곧바로 반등한 뒤 줄곧 달러당 50~60루블로 안정세를 보여왔지만 이는 억지춘향이었다.루블의 가치는 올들어 계속 하락압력을 받아왔다. 현재 달러당 100루블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지난해 3월 이후 16개월 사이에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환율급등과 이에 따른 물가 상승에 대해 중앙은행들이 대체로 내놓는 처방전은 금리인상이다.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기준금리를 올려 자국 통화가치를 높이고 물가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정책이 현재의 러시아에서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우선 종전 기준금리가 8.5%였을 때도 물가는 잡히지 않았다. 3.5%포인트 오른 12%는 대단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이 수준으로 현재의 물가가 집힐지는 미지수다.

러시아의 물가고삐가 잡히지 않는 원인을 따져보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근본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필요한 전비 조달을 위해 많은 루블을 찍어냈다. 돈이 풀리니 물가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다. 전비지출을 위해 루블화를 계속 찍어내고 서방의 제재 지속으로 달러유입이 계속 감소한다면 루블화 가치 하락은 막기 어렵다. 

러시아는 과거 천연가스와 원유 등을 팔아 경제 운용에 사용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로 넘쳐나는 천연가스와 원유 판로가 막혔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유 판매 수입금은 줄었다. 들어오는 외화자금은 적고 루블화폐는 풀리니 루블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타스통신
러시아의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타스통신

러시아은행이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 러시아은행은 성명에서 "수요가 경제 생산능력을 넘어서 인플레이션을 높이며, 수입 수요 증가를 통해 루블화의 환율 역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루블화 가치 하락이 물가로 전이돼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론이자 해법은 분명하다. 금리를 계속 올린다고 해서 현재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길은 루블 홍수를 종식하는 일이다. 그것은 곧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종전을 선언하는 것 뿐이다. 푸틴 대통령과 그를 추종하는 관료들은 이런 해법을 모를까? 모른다면 아둔한 것이요 알고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자멸의 길로 들어가는 것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통화가치를 보존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한 나라 정책당국의 의사결정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선택보다는 국제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변수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루블화는 종속변수로 전락했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지 묻고 싶다. 두 나라의 수많은 젊은 청춘들이 목숨을 잃었고 경제는 피폐해졌으며 국론은 분열됐고 궁극으로는 루블 통화가 휴지조각이 된 이  나라를 누가 존중할지 묻지 않을 수 없다.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 일본엔, 유로와 어깨를 겨룬 러시아 '루블'은 이제 설자리를 잃고 있다. 러시아는 특수작전이라고 부른 전쟁에서 지는 데 그치지 않고 화폐전쟁에서도 지고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원자재 시장을 움직이는 달러 패권, 미국의 패권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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