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점을 쓰며 고공행진한 원·달러 환율이 18일 하락세로 돌아셨다. 중국 당국 개입에 위안화 변동성이 진정되면서 위안화와 함께 신흥국 통화로 묶인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흐름이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화는 미국과 중국,일본 등 세계 1위와 2위, 3위 경제대국이 유발한 악재란 악재에 다 노출돼 있어 앞으로도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판된다. 환율급등은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이탈하게 만드는 등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수입물가상승에 이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등의 방식으로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1342.0원)보다 3.7원 내린 1338.3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하락 마감한 것은 지난 7일 이후 8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0원 하락한 1340원에 출발했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경계감이 커지며 장 초반 1332.3원까지 하락했으나 오후들어 1330원 중후반대로 상승했다.
전날 환율은 장중 연중 최고치인 1343원까지 상승했다. 중국 부동산발 위기와 미국의 통화 긴축 장기화 전망이 환율을 끌어 올렸다. 종가 기준(1342.0원)으로는 지난 5월2일(1342.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최근 환율이 급등한 데는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 등 중국발 경제위기 우려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장기화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벽계원,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소문이 무성하고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급락해 중국 금융당국이 변동성 축소를 위한 시장 개입을 강화하고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정책 변화 기대 되돌림 속 엔화 약세 심화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Fed가 이날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례회의 의사록은 전 세계에 긴축 장기화 우려 파문을 낳았다. 의사록에서 Fed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따라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연내 한 번 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 국채금리는 큰폭으로 상승했다.미국 금리의 지표격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2007년 이후 처음으로 4.3%를 넘어섰다. 이런 영향으로 시중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번 주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평균 7.09%로 지난주(6.96%)보다 0.13%포인트 상승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선 게 원달러 환율이 상승을 제한햇다. 중국 통화 당국은 위안화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국영 은행에 시장 개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는 달러당 위안화 가치가 장중 7.35위안까지 하락했을 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기준치를 6거래일 만에 절상 고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최제민 연구원은 "원화는 대외 악재에 노출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원달러 환율 변화를 달러화(엔화 제외) 충격, 엔화 충격, 위안화 충격, 그리고 원화 고유 충격으로 나누어 살펴본 결과 달러화 → 엔화 → 위안화 충격이 원달러 환율 상승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최제민 연구원은"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엔화와 위안화 약세로부터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는데 이들 통화의 약세를 유발하고 있는 요인들이 단기간내 해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 부진은 미중간의 갈등에 따른 구조적 변화, 부동산 경기 악화와 그림자 금융 리스크 확대 등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어 단기간 내 매듭을 풀기가 쉽지 않고 일본의 경우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로는 엔화의 강세를 예상하지만 단기 시계에서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BOJ의 추가 정책 조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엔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다만 두 통화 모두 현 수준에서 추가 상승세가 나타날 경우 통화당국의 적극 개입이 예상됨에 따라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투증권은 이에 따라 3분기 평균 1280원, 4분기 평균 1250원인 환율전망치를 각각 1300원, 1270원으로 20원씩 상향조정한다고 밝혔다.최 연구원은 "4분기에는 Fed의 금리동결 기조가 확인되고 견실한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하방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장기물 금로 상승폭을 일부 반납할 것으로 옛항되며 이에 따라 달러화 상승 압력도 누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