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OPEC과 유사한 니켈 카르텔 설립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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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OPEC과 유사한 니켈 카르텔 설립 추진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8.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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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가인 인도네시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같은 단체 설립 등을 추진하며 자원 무기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원 민족주의로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소재인 니켈 공급망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차전지 소재산업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POSCO홀딩스는 5900억 원을 들여 연산  5만2000t 규모의 제련소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2020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니켈 매장량은 2100만t으로 세계 1위다. 이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22%에 해당한다. 지난해 생산량은 160만t이었다. 호주도 2100만t의 매장량을 갖고 있으나 생산량은 16만t에 그쳤고 캐나다는 매장량은 220만t 수준이지만 생산량은 13만t에 이르렀다.

포스코홀딩스가 5900억 원을 들여 연산 5만2000t 규모의 니켈 제련공장을 실선하기로 한 인도네시아 웨다베이 공단 전경. 사진=IWIP
포스코홀딩스가 5900억 원을 들여 연산 5만2000t 규모의 니켈 제련공장을 실선하기로 한 인도네시아 웨다베이 공단 전경. 사진=IWIP

22일 인도네시아 매체 자카르타글로브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처럼 작동하는 카르텔 창설을 니켈 생산국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OPEC은 재정 운영에 필요한 적정한 원유 수입을 위해 회원국들의 산유량을 결정하고 원유시장을 조절하고 있다.

바흐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은 글로벌 니켈 카르텔과 관련해 최근 일부 국가들과 강도 높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바흐릴 장관은 자카르타에서 기자들을 만나 "3개국과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이들 나라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11월 OPEC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니켈 판 OPEC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서방선진 7개국) 정상회의에서 이 제안을 설명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당시 인도네시아의 다운스트림 전략을 설명했다. 이는 지난 2020년부터 자국의 니켈 제련 사업을 키우기 위해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하고 국내에서 니켈을 가공해 제품 형태로 수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정책은 구리와 보크사이트 등의 수출 규제로 확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월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캐나다의 메리 응 국제무역부 장관에게 니켈 카르텔 설립을 제안했으며 호주에도 비슷한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의 논리는 간단하다. 전기차 생산국들의 보호무역국가인 만큼 전기차 원재료 국가은 전기차 산업에서 부가되는 적정한 가치를 향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바흐릴 장관은 지난해 11월 안타라 통신 인터뷰ㅜ에서 "모든 니켈 생산국들은 공평하게 분배되는 부가가치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사진=마이닝닷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사진=마이닝닷컴

우리기업들은 인도네시아의 광물 수출규제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 진출을 선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등을 주축으로 하는 배터리 컨소시엄이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국영기업인 안탐, 인도네시아 배터리 투자회사 IBC 등과 논바인딩 투자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올해 안으로 현지에 양극재 공장을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POSCO홀딩스는 5900억 원을 투입해 인도네시아 할마헤라섬의 웨다베이 공단에 연산 5만2000t 규모의 제련소를 신설, 2025년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포스코는 이 제련소에서 생산하는 니켈매트를 정련해 금속니켈(Class-1 등급)로 가공한 뒤, 다시 황산니켈로 변환해 배터리 양극재의 소재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공장을 인도네시아에 짓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은 현지 국영기업과 함께 59억7000만 달러 규모의 니켈 광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인도네시아와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 규모의 니켈 판매 계약을 맺었다.

국내 관련 업계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카르텔 창설 추진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당장은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석유와 니켈의 영향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석유의 경우 다양한 용도와 유용성으로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원이자 산업의 기초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반면 니켈은 전기차용 이차저닞에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용처가 많지 않다. 수소첨가 반응에서 촉매로의 사용, 의료용 기구, 동전 재료 등에 쓰이는 정도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석유는 사용처가 많아 OPEC의 감산 등에 따른 가격 변동 등이 있지만, 니켈의 경우 수요가 제한돼 있다"면서 "현재 국내 업체들이 니켈 생산을 위한 계약도 가격연동제 기반으로 맺고 있어 니켈 공급을 제한하더라도 크게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니켈 공급을 통제하려는 일부 국가의 시도는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해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면서 "높은 가격으로 니켈 등 광물을 공급받는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발전업체들의 생산 원가가 상승하고, 소비자들이 그만큼 높은 가격에 구매하거나 이용해야 하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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