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기준금리 3.5%로 5연속 동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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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기준금리 3.5%로 5연속 동결한 이유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3.08.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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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투자증권, 성장 하강 인식 변화...연말 3.50% 동결 전망 유지

한국은행이 24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지난 2월과 4월, 5월과 7월에 이어 다섯 번째다. 중국 부동산발 리스크(위험)가 겹치면서 경기가 불안해진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올려 소비·투자를 위축시키기보다 금리를 동결해 상황을 지켜보자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오는 25일 잭슨홀 회의에서 통화정책의 가장 큰 변수인 미국의 추가 긴축 의지 등을 확인한 다음 정책 방향을 정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용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용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4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한은은 금통위 회의후 공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및 경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밝혔다. 한은은 "추가 인상 필요성은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물가를 억제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로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10차례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3.5%로 3%포인트(P) 높아졌다.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밑으로 낮아지고,  수출 부진으로 올해 우리나라 연간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2월부터 금리 인상을 멈췄다. 당시 금통위는 금리 동결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그간의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사진=한국은행

한은 금통위는 물가 동향, 국내외 경제 상황, 금융시장 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연 8회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초단기금리인 콜금리에 즉시 영향을 미치고, 장단기 시장금리, 예금과 대출 금리 등의 변동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실물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통위는 이날 최근 물가 흐름과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금리를 동결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P로 벌어졌음에도 대규모 외국인 자금 이탈 조짐이 없는 데다, 중국발 리스크로 하반기 경기 반등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을 고려했다.  

우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초반대로 내려왔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3%로,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이 예상하는 물가 경로에 부합한 데다, 물가 안정 목표치(2%)와도 가까워졌다. 물가 안정은 한은의 1순위 정책 목표다.

둘째, 경기불안이다. 2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 0.6%)은 1분기(0.3%)보다 높지만, 민간소비(-0.1%)를 비롯해 수출·수입, 투자, 소비 등 모든 부문이 뒷걸음쳤다.한은이 기대하는 '상저하고' 성장흐름의 실현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셋째, 중국발 위기 가능성이다. 최근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으로 중국 리스크(위험)가 커졌다.

넷째,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연내 한 차례 더 올릴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추가 인상으로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다섯째, 가계부채증가,환율급등, 물가상승 등을 두루 감안했다.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도 가계부채가 빠르게 다시 불어나는데, 금리 인하로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1분기 준 가계 빚 잔액은 1862조8000억 원이었는데 2분기 동안 9조5000억 원 불어났다.

환율은 최근 9개월 만에 1340원대에 올라섰다. 환율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에 이어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현 상황에서 굳이 인플레이션 불씨를 살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위험,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투자증권의 안재균 연구원은 이날 금통위 결정과 관련해 "성장 하강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안재균 연구원은 "8월 금통위가 전체로는 긴축 기조를 유지했지만, 상반기 대비 일부 후퇴하기 시작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안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높고, 쉽게 예단할 수 없기에 3.75%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지금의 가계부채 증가세 가 금리 인상 전과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며 한은의 즉각 대응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 연구원은 또 예상보다 중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점 역시 향후 성장 불 확실성을 높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말 3.50% 기준금리 동결 전망을 계속 유지한다"면서 "향후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중국 경기 부진 현실화 시 한은의 시선은 더욱 성장세로 이동할 전망이며 2024년으로 갈수록 긴축 기조의 추가 약화 기대도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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