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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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재점화?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3.09.0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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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창업주 집안 간 지분 확보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공동 창업주가  1949년 설립하고 3대째 한지붕 두 가족 경영을 해왔다.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장씨 일가는 전자계열을 각각 이끌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5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며 우호 지분을 확보하자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두 가문의 지분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이 현대차와 제휴관계를 맺고 니켈사업을 강화화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이 현대차와 제휴관계를 맺고 니켈사업을 강화화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의 개인회사 에이치씨가 지난 5월2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수십 차례에 고려아연 주식 8만 4299주를 사들였다. 이는 전체 유통 주식의 0.4% 수준이다.

또한 장형진 고문의 자녀의 개인회사인 씨케이도 지난 5월30일부터 7월11일까지 수십 차례에 6만 9981주를 사들였다. 전체 유통 주식의 0.35% 수준이다.

장 고문은 장병희 영풍그룹 창업주의 차남이자 고려아연의 개인 최대주주이다.

고려아연의 경영은 최씨가문 3세인 최윤범 회장을 비롯해 최 씨 일가가 맡고 있는데 장 고문 측의 잇따른 지분 매입은 눈길을 끈다. 장 고문은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리면서 장 씨 가문 측 인사로는 유일하게 고려아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고려아연 자회사인 황산니켈(왼쪽)을 생산하는 켐코 온산공장 전경.고려아연은 켐코 인근에 니켈제련소를 건립해 양극재용 고순도니켈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켐코
고려아연 자회사인 황산니켈(왼쪽)을 생산하는 켐코 온산공장 전경.고려아연은 켐코 인근에 니켈제련소를 건립해 양극재용 고순도니켈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켐코

현대차그룹의 지분 투자를 결정하는 고려아연 이사회에도 장 고문은 나홀로 불참했다.고려아연-현대차간 배터리 동맹으로 본인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간접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장 고문은 지난해 8월 고려아연이 ‘한화H2에너지USA’를 대상으로 하는 유증안건을 결의했을 때도 불참했다. 한화H2에너지USA는 4717억5050만 원을 투자해 고려아연 지분 5%를 취득했는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최윤범 회장과 친밀한 사이여서 한화가 최씨 일가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최윤범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우군으로 삼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현대차를 대상으로 하는 유상증자로 최 씨 일가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이 처음으로 장 씨 일가 측 지분을 넘어선다. 지난달 말 현재 최 씨 일가와 장씨 일가 지분율은 각각 28.55%와 32.66%였다. 최씨 가문의 지분율은 최윤범 회장이 16.98%, 한화그룹 6.85%, LG화학 1.20%, 트라피규라 등 1.55%의 순이다.

반면 장씨 일가 지분율은 장영진 고문 등 6.56%, 영풍 26.10%다. 

지난달 31일 고려아연이 현대차를 대상으로 결정한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우호 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총 28.58%에서 32.12%로 높아진다. 최윤범 회장 측 27.12%, 현대차 5%다.  반대로 장 고문 일가 측 지분율은 32.66%에서 31.02%로 낮아진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고려아연의 지분 5%를 인수하기로 했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GSO(글로벌전략책임자) 담당 부사장(왼쪽)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30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김흥수 현대차그룹 GSO(글로벌전략책임자) 담당 부사장(왼쪽)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30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시장에선 영풍그룹 계열분리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장 씨 일가는 고려아연의 계열분리를 계속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그룹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고려아연이 니켈 등 배터리 소재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몸값이 더욱 높아지고 있어 매출 비중은 더욱더 커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총 5063억 원 규모 니켈 제련사업 투자 계획을 승인했다. 투자금은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올인원 니켈 제련소' 건설에 활용된다. 이 제련소는 울산 온산공단에 들어서며 연산 4만2600t의 생산능력을 갖춘다. 황산니켈 생산 자회사 켐코의 생산능력을 합치면 고려아연의 니켈 생산량은 연간 약 6만5000t에 이를 전망이다.

올인원 니켈 제련소가 완공되면 고려아연 그룹은 올해 기준 세계 2위의 황산니켈 생산능력을 보유한다. 고려아연은 이 제련소에서 황산니켈과 황산코발트, 전구체와 니켈이 함유된 폐배터리까지 한 번에 처리할 계획이다. 세계 최고 품질과 최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니켈 제련소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 밸류체인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열분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를 하려면 특수관계인의 주식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상장사 기준)으로 낮추고 겸임 임원이나 채무관계 등도 정리해야 한다.문제는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가  합의하지 않으면 계열분리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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