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달러 강세와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환율 방어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석 달 만에 감소했다. 원달러 환율은 7월 평균 1274.6원에서 8월 평균 1321.8원으로 올랐고 9월들어서도 1319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8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83억 달러로 7월 말(4218억 달러) 보다 35억 달러 줄어들었다. 이는 5월말 이후 3개월 만에 감소 전환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 4개월 만에 감소한 후 3월과 4월부터 두 달 연속 증가하다 5월 다시 감소했다. 그러다 6월과 7월 두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데는 달러외 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 감소 효과가 작용했다. 유로와 엔, 캐나다달러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달 말 기준 103.16로 직전월(101.62)과 비교해 1.5% 올랐다.
유로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0.9% 하락했고 파운드화는 1.0%, 엔화는 3.5% 가치가 떨어졌다. 호주 달러화도 2.7% 절하됐다.
외환 당국은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환율 안정을 위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팔았다는 얘기다. 한은에 따르면 8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21.8원으로 7월(1274.6원)에 비해 47.2원 올랐다.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면 기업의 무역결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수입물가 상승에 이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경제에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환율 안정에 주력한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에 따른 일시 효과를 포함해 외환 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가 작용했다"면서 "외환 스와프는 6개월 혹은 12개월 만기로 그 기간이 도래되면 달러가 다시 돌아 온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국채와 정부 기관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3790억3000만 달러로 전월에 비해 25억 달러 늘었고, 예치금은 61억3000만 달러 감소한 148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달 98.3%에서 90.6%로 떨어졌고, 현금성자산인 예치금 비중은 5.0%에서 3.5%로 낮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 SDR(특별인출권)은 150억5000만 달러로 전월에 비해 2억4000만 달러 늘었고, IMF포지션은 45억9000만 달러로 1.2% 줄었고, 금은 47억90000만 달러로 전달과 같았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7월 말 기준 4218억 달러로 세계 8위를 차지했다. 해당 순위는 지난 6월 홍콩을 누르고 10개월 만에 8위를 탈환했다. 중국이 113억 달러 늘어난 3조2043억 달러로 1위를 유지했다. 이어 일본(1조2537억 달러), 스위스(8839억 달러), 인도(6058억 달러), 러시아(5900달러)의 순이었다. 대만은 5665억 달러로 6위, 사우디아라비아가 4269억 달러로 7위로 나타났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