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대표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통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긴축(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Fed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동결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발언은 Fed가 9월에 금리동결을 선택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월러 Fed 이사는 5일(현지시각) 미국 CNBC '스쿼크 박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용시장이 둔화하기 시작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주 우리는 정말 좋은 경제 지표들을 봤다. 우리가 (금리 인상 결정을) 신중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인 지가 핵심일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냥 앉아서 경제 지표를 지켜보면서 상황을 전개를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공개된 8월 고용보고서는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좋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자리는 18만 7000개 늘었고 시간당 평균 임금도 0.2% 올라 예상을 밑돌았다. 반면, 실업률은 3.8%로 약 1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또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7월 미국 내 구인 규모는 882만7000건으로, 전월 대비 33만8000건 감소했다.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900만 건을 밑돌았다. 이런 것들은 지난해 3월부터 누적된 Fed의 고강도 긴축 여파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에서는 "노동시장 열기가 냉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그간 고강도 긴축의 필요성을 외쳐온 월러 이사조차도 다소 완화된 신호를 보냈다. 월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라면서 "두 개의 좋은 보고서가 나왔는데 핵심은 이처럼 낮은 인플레이션이 하나의 '추세'인지 아니면 그저 이상현상이나 요행인지 알아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주 지표를 보면 고용시장이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면서 "앞으로 몇달 안으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흐름을 보인다면 우리는 꽤 좋은 상황에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러는 "우리가 당장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말할 수 없다"며 9월 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Fed가 금리 인상 행보를 멈출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이러한 인플레이션 추세가 계속되는지 관망해야 봐야 한다"면서 과거 인플레이션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다 다시 급상승한 2021년과 2022년 말 등 사례 2개를 거론했다.
그는 "Fed가 인플레이션과 벌이는 싸움을 끝냈다고 말하려면 몇 달간 이 궤도를 계속 유지하는 지를 보고나서야 말할 만큼 신중하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월러 이사는 또 "우리가 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고 해도 한 번의 인상이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금리를 한번 더 인상하더라도 고용시장에 큰 피해를 주는 진짜 위험에 처해있다는 게 명백하진 않다"고 강조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해 매파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메스터 총재는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금리를 더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면서 "9월 결정까지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