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계 다국적 상품 중개회사 글렌코어가 중앙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리튬 사업을 확대한다. 리튬은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소재로 전기차 보급확대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중국과 중국 기업들이 공급사슬을 장악하고 있는 분야다. 리튬은 아르헨티나와 칠레(염호), 호주(스포듀민)가 주요 공급국인데 글렌코어가 DRC 스포듀민 채굴에 나서는 만큼 지난해 11월에 비해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은 리튬 가격에 추가 하락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글렌코어는 최근 급성장하는 이차전지 시장 확장을 위해 DRC 내 리튬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글렌코어는 리튬 중개업으로 에너지 전환에 필수인 금속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렌코어는 캐나다 토론토 상장사로 DRC에서 리튬 탐사사업을 하는 탄탈렉스(Tantalex)와 계약을 체결하고 DRC리튬 광산에 첫 투자를 했다. 이에 따라 글렌코어는 탄탈렉스의 마노노 미광(테일링) 프로젝트에서 추출한 리튬을 제련업체와 자동차 회사, 배터리 업체들에게 6년 반 동안 판매하고 그 대가로 3단계로 나눠 최대 5500만 달러를 탄탈렉스에 지원한다. 이 자금은 주석 광산 폐기물 더미에서 리튬을 함유한 스포듀민 정광을 채굴하는 데 필요한 총 1억 5000만 달러의 자분지출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DRC 리튬프로젝트는 규는 작지만 이는 전기차 약 380만대에 공급할 충분한 양이어서 아프리카 최대 리튬 매장지로 꼽히는 마노노 지역 내 다른 프로젝트를 개발할 도로 등 인프라 건설을 지원할 수 있다.
앞서 글렌코어는 아르헨티나의 리튬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프랑스계 다국적 광산회사 에라멧(Eeamet)과 4억 달러 규모의 자본조달 계약을 체결했다.에라멧은 폐 배터리에서 니켈과 코발트, 리튬을 다시 추출해 새 배터리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다. 에라멧은 프랑스 북부 수웨즈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건립해 연간 5만개의 배터리 모듈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렌코어는 휴대용 전자제품 배터리에서 리튬을 포함한 원재료를 재활용해 고객사들에게 되팔고 있으며 이 같은 리사이클링 비즈니스를 보완하기 위해 광산업체들에게 자금을 대고 있다. 글렌코어는 리튬 사업에서도 광산을 직영하거나 대규모 지분을 갖기보다는 리튬 공급 대가로 자본을 조달하는 전통 모델을 선호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글렌코어는 또 법정관리 중인 호주의 리튬 채굴업체 알리타의 부채도 인수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게리 네이글(Gary Nagle) 글렌코어 최고경영자(CEO)는 "리튬은 전세계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만큼 수요를 총족할 수 있도록 공급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