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2일(현지시각) 공개한 스마트폰 아이폰15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전기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질) 패널 공급 전쟁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압승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15 패널 초기 물량의 4분의 3가량을 싹쓸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BOE는 여전히 애플의 품질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증권은 덕산네오룩스 등 삼성디스플레이 밸류체인의 추가 매수기회라고 조언한다.
애플은 캘리포니아주 본사에서 신제품 출시행사를 열고 아이폰15를 공개했는데 디스플레이 상단이 움푹 파인 '노치' 형태가 아닌 구멍처럼 뚫린 모양의 '다이내믹 아일랜드'가 모든 모델에 적용된 게 특징이다. 다이내믹 아일랜드는 알림창 역할을 한다.
13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15 4개 모델 전체에 OLED를 유일하게 공급하는데 이어 최근 물량도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5 OLED 공급량 증가에 따라 관련 소재·부품 발주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아이폰15의 예상 출하량은 약 1억~1억1500만 대로 집계되고 있는데 삼성디스플레이가 담당하는 패널은 전체의 70~75%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 업체 스톤파트너스는 애플의 아이폰15 출하 목표량이 연말까지 1억대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 업체 유비리서치의 윤대정 수석연구원은 "이번 아이폰15 시리즈에서 삼성디스플레이 패널 공급 물량은 7000만 대, LG디스플레이는 2500만 대쯤으로 예상된다"면서 "BOE 물량은 500만 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배훈 스톤파트너스 대표도 "아이폰15 패널 물량 비중은 BOE가 추후 애플 승인을 받는다는 전제 하에 삼성디스플레이 75%, LG디스플레이 24%, BOE 1% 수준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BOE는 아이폰15 일반 모델 2종(아이폰15·아이폰15 플러스)에 OLED 패널을 공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BOE는 홀 디스플레이 가공 과정에서 빛이 새는 문제와 수율(투입량 대비 정상품 생산 비율) 문제 등으로 패널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올해 초부터 삼성디스플레이에 초도 물량을 넘겨줬다.
홀 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상단에 구멍을 뚫어 카메라 모듈 렌즈와 페이스ID(안면인식) 등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는 기술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14 상위 모델에 홀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다이내믹 아일랜드' 기능을 선보였고, 아이폰15 시리즈에는 전체 모델에 이를 도입했다.
BOE는 패널 불량률 최소화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애플의 품질 승인 과정을 밟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BOE가 기본 모델을 제외한 아이폰15 플러스용 패널 공급에 실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5와 15 플러스 패널의 크기가 다른데, 패널 크기가 커지면 구멍도 커져 BOE 공정상 불량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면서 "BOE가 애플 승인을 받더라도 올해 아이폰15 패널 공급 물량은 300만~500만 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5 일반 모델 2종을 비롯해 상위 모델 2종(프로·프로맥스) 등 전체 모델에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년 전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10부터 화면 가운데 카메라 구멍이 있는 펀치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삼성디스플레이도 과거 ‘빛샘’ 문제를 겪었지만 이를 잘 해결해 왔다"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홀 주변을 3차원으로 커버하고 있는 반면, BOE와 LG디스플레이는 평면, 즉 2차원으로 막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도 빛샘 현상과 수율 문제를 겪고 있으나, 빛샘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해 아이폰15 상위 모델 2종에 패널을 공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BOE는 올 10월까지 최대한 애플의 승인을 받겠다는 입장"이라면서 "가격 협상과 리스크 헤지(위험 분산) 차원에서 단독 공급사를 극도로 선호하지 않는 애플은 BOE가 기술 문제를 해결해 패널 공급 일부를 담당하길 바라고 있지만, 현재로선 BOE가 단기간에 기술력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증권사들은 삼성디스플레이와 가치사슬을 어떻게 평가할까? 하나증권은 삼성디스플레이 체인에 대해 "추가 매수 기회"라고 조언한다. 하나증권 김현수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산업분석 보고서에서 "삼성디스플레이 밸류 체인, 추가 매수 기회"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기업으로는 소재 부분야에서는 덕산네오룩스, 솔루스첨단소재, 한솔케미칼, 이녹스첨단소재가 있고 부품 기업으로 PI첨단소재, 비에이치, 원익IPS,아이씨디,AP시스템이 있다. 또 전공정 기업으로는 에프엔에스테크, 에스티아이, 뉴파워프라즈마, HB테크놀러지, 참엔지니어링이 있고 후공정 분야에서는 필옵틱스,제이스텍,HB솔루션이 있으며 물류와 자동화 분야에는 에스에프아이와 로체시스템즈가 있다.
김현수 연구위원은 한국 패널 메이커들의 애플 매출 비중은 LG디스플레이 40%(아이폰 약 25%), 삼성디스플레이 25%(모두 아이폰) 수준 인 것으로 추정했다. 김 연구위원은 아이폰 글로벌 판매량 중 중국 비중 약 24% 수준임을 감안하면, 중국 아이폰 판매 관련 리스크에 따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위험노출도는 각각 6% 수준 불과하다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판매 금지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점을 감아낳면 이 조차도 실적 관련 리스크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이폰 15 패널 생산이 차질없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소재 부품 체인 기업들의 견실한 주가 상승이 이어져왔으나, 중국 공무원 아이폰 리스크 탓에 이들 역시 지난 한 주간 낙폭 확대됐다고 전했다. 덕산네오룩스 우선주 주가는 7.5%했다.김 연구위원은"이는 과도한 하락이라고 판단한다"면서 "매력적인 추가 매수 기회"라고 덧붙였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