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폭등 캐나다 주택난과 정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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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폭등 캐나다 주택난과 정부 대책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3.09.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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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주택난이 극심하다. 임차료가 급등한다는 언론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최악의 주택난을 덜기 위한 특별대책으로 신축아파트에 연방정부 판매세 면세조치 카드를 꺼냈다. 유학생 수 제한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노바스코샤주를 제외한 캐나다 모든 주에서 신규주택 건설이 감소하면서 주택공급이 줄면서 캐나다에서 최악의 주택난으로 임대료 급등하고 있다. 캐나다의 단독 주택 모습. 사진=파이낸셜포스트
노바스코샤주를 제외한 캐나다 모든 주에서 신규주택 건설이 감소하면서 주택공급이 줄면서 캐나다에서 최악의 주택난으로 임대료 급등하고 있다. 캐나다의 단독 주택 모습. 사진=파이낸셜포스트

CBC캐나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의 임대료는 최근 상승세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렌털스닷캐나다와 부동산 컨설팅회사 어바니제이션의 최신 보고서를 보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입주 임대료는 지난달 평균 2117달러로 지난해  8월에 비해 9.6% 상승했다. 이는 물론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21년 8월에서 지난해 8월까지 1년 사이 상승률 12%보다 낮은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금액이다. 월 평균 100달러를 집세로 더 내야 하니 다른 소비 지출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건 약과다. 토론토 리버티에 사는 한 캐나다인은 방1개 욕실1개짜리 주택 임대료를 14% 올려줬는데 집주인이 최근 300달러를 더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집세가 더 싼 곳으로 이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정은 어디나 마찬 가지다. 토론토와 밴쿠버가 임대료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온타라이오의 월세는 평균 월 2496달러인데 주도인 토론토의 집세는 2898달러로 조사됐다. 온타리오주 평균 집세 상승률은 9.9%로 토론토 8.7%높다. 

방2개짜리 캐나다의 집세 현황.  밴쿠버 지역은 월 3983달러, 서스캐처원은 1225달러, 몬트리올은 2241달러로 조사됐다.사진=렌털스닷캐나다
방2개짜리 캐나다의 집세 현황. 밴쿠버 지역은 월 3983달러, 서스캐처원은 1225달러, 몬트리올은 2241달러로 조사됐다.사진=렌털스닷캐나다

문제는 캐나다 전역이 이들 두 지역을 따라간다는 사실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8월 평균 집세는 1년 전에 비해 10.8% 오른 2675달러로 나타났다. 밴쿠버의 신규입주 임대주택 임대료 호가는 3.7% 오른 3316달러를 기록했다. 

앨버타주도 예외는 아니다. 상승률은 4개월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15.6% 올랐다. 월평균 집세는 1634달러였다. 주도인 캘거리의 집세는 지난달 17.3% 오른 월평균 2063달러를 나타냈다. 

마니토바와 서스캐처원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연간 상승률이 각각 8.3%, 2.7%에 그쳤다. 월평균 집세는 1457달러, 1102달러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값싼 집이 많기로 소문만 퀘벡주에서도 집세는 오르고 있다. 지난 8월 주평균 집세는 1932달러로 전년 동월에 비해 14.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사는 몬트리올의 경우 지난 1년간 14.2% 상승했고 신규 입주 임대료가 월 2000달러를 넘어섰다.

왜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일이 벌어질까? 혹자는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 탓이라고 하고 혹자는 주택난(주택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BOC가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올리자 집주인들은 덩달아 오르는 장기주택저당대출(모기지) 금리 부담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기에 임대료 치솟는다고 꼬집는다.

혹자는 정부 세금탓에 임대 주택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캐나다 연방 판매세가 현재의 주택난 임대료 폭등의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연방판매세는 캐나다에서 상품서비스세(GST)로 부르는 부가가치세로 거래 금액의 5%를 일률 징수한다.

밴쿠버에 본부를 둔 도시개발연구소의 주택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연방 GST는 신규 임대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 중 한 요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GST가 임대 사업 예산에서 단일 세목이나 비용 항목으로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면서 밴쿠버의 경우 임대 아파트 한 채의 월 임대료 산정 시 10% 가까운 비용이 연방 세금이라고  밝혔다.

임대 주택 수요 증가도 집세 폭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즉 이민자와 유학생들이 몰려들면서 임대주택 수요가 급증해 임대료가 치솟는다는 것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14일 의원연찬회를 갖고 주택난을 최대 안건으로 사흘간의 정책토론을 벌였다. 트뤼도 총리는 임대 아파트 건설시 연방정부의 판매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사진=CNews DB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14일 의원연찬회를 갖고 주택난을 최대 안건으로 사흘간의 정책토론을 벌였다. 트뤼도 총리는 임대 아파트 건설시 연방정부의 판매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사진=CNews DB

캐나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면세 카드를 꺼냈다. 즉 임대 아파트 건설 시 연방정부의 판매세를 면제하겠다는 것이다. 주택난 심화로 지지율이 최저수준으로내려간 트뤼도 총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의원 연찬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해 세제 혜택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 연찬회에는 의회 가을 회기를 앞두고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해 주택난을 최대 안건으로 사흘간 정책 토론을 벌였다.

트뤼도 총리는 새 면세 조치가 즉시 발효된다면서 각 주 정부도 주택 건설 촉진과 서민 생계 대책 마련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각 지방도시가 토지 구획 계획을 조정해 공공 교통시설 주변에 아파트를 쉽게 지을 수 있도록 연방정부와 보조를 맞출 것을 당부했다. 신축 임대 아파트에 대한 면세 대책은 2015년 총선 당시 자유당의 공약으로 제시됐으나 선거 승리로 집권한 후 정책에서 제외, 실현되지 않았다. 또 2019년·2021년 총선에서는 정책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캐나다 최대 주인 온타리오주 정부는 같은날 트뤼도 총리의 회견 직후 신축 임대 아파트에 주 정부의 판매세를 면제하겠다고 호응하고 나섰다.

캐나다에서 공부하겠다며 들어오는 유학생들이 급증하면서 임대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주택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캐나다 청년 근로자들. 사진=이미그레뿌엥콤트위터
캐나다에서 공부하겠다며 들어오는 유학생들이 급증하면서 임대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주택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캐나다 청년 근로자들. 사진=이미그레뿌엥콤트위터

캐나다 정부는 또 유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학생 비자 발급을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주택 공급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몰려드는 외국 유학생의 주택 수요 탓에 임대료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는 설명이다. 캐나다 종합대학의 정원 30%는 외국 유학생이 채우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이민자 수용에 적극 나선 트뤼도 총리가 취임한 뒤 유학생의 규모는 더욱 빠르게 늘어났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학생 비자로 체류하는 유학생의 수는 80만7000여 명에 이르렀다. 트뤼도 총리가 취임한 2015년(35만 명)에 비해 130% 증가했다. 

트뤼도 총리는 유학생 급증 때문에 주택난이 발생했다는 것은 너무 단순한 주장이라고 지적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리가 있는 대책이긴 하지만 현재 캐나다의 주택난은 여러 가지 원인이 얽혀있어 한두 개 대책으로 풀 수는 없다고 본다. 주택 수요가 많으니 단기간에 주택난을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초과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는 게 해법인데 시간이 걸린다. 이민자들이나 유학생은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에 도착하지만 임대주택은 하루나 이틀만에 찍어낼 수 없다.신규 임대 주택 공급에는 최소 3년에서 5년이 걸린다. 수급불일치로 임대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유학생 수를 억지로 줄일 경우 '이민의 나라' 캐나다에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각론은 각론대로 추진해 우선 급한 불을 끄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 안목에서 물가억제를 위한 현행 고금리 정책을 비롯한 각종 정책을 조정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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