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이자 9월의 마지막 날 아침 남산에 올랐습니다.
제법 이른 아침에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충무로 역에 내렸습니다. 유명 커피점에서 따뜻한 라떼 한 잔과 초코 케익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남산 타워에 있는 매장이 개장할 시간이 일렀기 때문이었습니다.
충무로 역에서 남산순환 전기버스를 타고 기분 좋게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계속 사람들이 탔습니다. 길이 막히지 않아 한 10여분 만에 남산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숨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른 아침이지만 동남아시아 관광객들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저마다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남산은 시간 여유가 있을 때마다 자주 오는 곳이지만 올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무성한 숲이 주는 포근함, 상쾌함, 고즈늑함이 일품입니다.
옛 청와대와 성북구 지역, 을지로 일대, 충무로 일대는 물론 강북지역, 서대문 일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맑은 공기 탓인지 멀리까지 보였습니다. 남서쪽을 멀리는 100층짜리 롯데타워가 눈 안으로 들어왔고 가까이는 이태원 일대가 보였습니다. 연휴라서 그런지 이태원 일대 도로에는 자동차 몇 대만 보였습니다. 마치 아직도 아침잠을 자는 듯했습니다.
롯데타워도 관람 시간이 아니어서 수많은 관광객을 받지 않았습니다. 봉수대 앞, 커피점 앞 난간을 가득 메운 사랑의 맹세를 한 수많은 열쇠들만이 '밀어'를 속삭이느라 한가로운 객을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 했습니다.
내려올 때는 걸었습니다. 철갑을 두른 듯 빽빽한 소나무 향을 맡고 싶었습니다. 오르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 반려견, 끊임없이 오가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숲은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키큰 나무에 붙은 이끼, 거미줄에 자는 듯 걸린 나뭇잎은 남산타워를 올려보는 듯 했습니다.
가을 초입의 남산은 조용히 다가올 가을에 보여줄 화려한 단풍 자태를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는지 내려 오는 발길을 잡지 않았습니다.
옛 식물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남대문 시장 액세서리 빌딩 앞에서 내렸습니다. 남산에서 내려올 때면 저절로 남대문 시장내 칼치 집으로 발길이 갑니다. 짭조름한 칼치로 게눈 감추듯 밥 한 공기로 배를 채웠습니다.
여름 덕분에 무성히 자란 억새(황새백이), 강아지풀이 무성한 풀숲의 냄새가 아직도 코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매미 소리를 듣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