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최고 설탕 값… 설탕주는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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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최고 설탕 값… 설탕주는 어떻게 되나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3.10.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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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플레이션 걱정도 되지만 설탕업체들 매출도 늘 듯

하반기 들어 국제 설탕 값이 12년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생활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제 설탕 값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설탕은 제과, 식음료용 원부재료로 두루 쓰이는 원자재로 가격이 오르면 국내 주요 식품업체와 자영업자들에게 비용부담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설탕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설탕업체들에겐 매출증대, 주가 상승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들 업체들은 5월 말부터 식품기업에 공급하는 B2B(기업간 거래) 설탕 가격을 인상했다.

설탕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관련 제품 물가가 오르는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 현상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최대 설탕수출국인 브라질의 사탕수수밭에서 농부가 사탕수수를 수확하고 있다. 한국 제당업체들은 설탕의 원료인 원당을 주로 태국과 호주에서 수입한다.사진=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 최대 설탕수출국인 브라질의 사탕수수밭에서 농부가 사탕수수를 수확하고 있다. 한국 제당업체들은 설탕의 원료인 원당을 주로 태국과 호주에서 수입한다.사진=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설탕 가격 상승은 인도 등 세계 주요 설탕 생산국이 최근 심각한 가뭄과 이상기후에 따른 강수량 감소로 사탕수수 수확 감소로 설탕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이미 원유(原乳) 가격 인상으로 흰 우유와 유제품 가격이 뛰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을 맞이한데 이어 밀가루, 팜오일,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식품 원재료인 설탕값 마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인베스팅닷컴과 CNBC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E)에서 12월 인도 설탕 선물(先物) 가격은 t당 689.80달러를 기록했다. 원당 선물은 지난달 14일 t당 755.71달러로 12년 사이 최고가를 찍은 후 하락해 지난달 26일에는 t당 723.57달러로 조금 내렸고 이후 하락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설탕 선물가격은 지난 2011년 1월 800달러를 넘어선 이후 줄곧 하향세였고 2019년 8월에는 300달러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지난해까지만 해도 t당 500달러 정도인 설탕 값은 올해 초 다시 700달러를 돌파, 최근 720달러 선을 넘어섰다.

FAO 곡물가격 지수 추이. 설낭가격 지수만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유엔식량농업기구(FAO)
FAO 곡물가격 지수 추이. 설낭가격 지수만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설탕가격지수도 상승했다. 지난 8월 FAO 설탕가격 지수는 148.2로 7월보다 1.3%(1.9포인트) 상승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34.1%(37.7포인트) 급등했다. 평년 평균치를 밑도는 인도의 8월 강수량은 사탕수수 성장에 해를 줬고 태국의 계속되는 가문 날씨도 2023/24년 작황에 부정의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도는 사탕수수 수확이 급격히 줄어들자 내수 공급을 위해 설탕 수출을 줄이기 시작했고 이것이 가격 상승의 방아쇠를 당겼다. 인도는 태국과 브라질과 함께 세계 3대 설탕 수출 국가로 꼽힌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 이 세 나라의 설탕 수출량은 전 세계 설탕 물량의 45.8%를 차지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브라질에서 대규모 수확이 이뤄지면서 세계 설탕 가격 상승 압력을 제한했다는 점이다. 

대한제당이 생산하는 '푸드림 하얀설탕'.사진=G마켓
대한제당이 생산하는 '푸드림 하얀설탕'.사진=G마켓

이달부터 국제 설탕 가격은 더 뛰어오를 전망이다. 인도가 10월부터 설탕 원재료인 원당(原糖)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기 때문이다. 국제거래소에서 팔리는 설탕 선물 가격은 보통 3~6개월쯤 뒤에 국내 설탕 가격에 반영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국내 유통되는 설탕의 80%는 호주와 태국에서 수입하는 원당이고, 수입 원당 가격에 따라 국내 도·소매 가격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삼양사는 설탕의 주 원료인 원당을 호주와 태국에서 수입한다. 삼양사의 원재료  중 원당, 전분과 전분당 주원료, 밀가루 주원료 매입비중은 69.88%에 이른다. 그만큼 국제 가격 상승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삼양사는 지난 8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서 "국제 원당시세는 인도와 태국 가뭄에 따른 설탕 생산 감소 우려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제당의 원당이 전체 원재료 매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반기 중 47.81%에 이른다. 상반기 원당 가격은  t당 558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485달러에 비해 크게 올랐다. 대한제당 관계자는 "브라질과 태국, 호주 등 주요 산지 작황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제당의 설탕 매출은 지난 2021년 5683억 2513만 4000원에서 지난해 6526억 3041만8000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 3109억 3311만4000원을 기록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수준과 비슷한 실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이 판매하는 갈색설탕. 사진=쿠팡
CJ제일제당이 판매하는 갈색설탕. 사진=쿠팡

최대 기업인 CJ제일제당도 원당을 태국, 호주 등지에서 수입한다. 올해 상반기 수입금액은 3435억 3700만 원에 이르렀다. 수입가격은 상반기 중  t당 578달러(74만8000원)이었다. 지난해와 2021년에는 각각 487달러(63만 원), 404달러(46만2000원)이었다. 불과 2년 반 사이에 t당 174달러(28만 6000원)이나 올랐다. 원당 가격이 얼마나 급격하게 올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현단계 국내 설탕 생산업체들의 주가는 실적 악화 우려가 반영돼 지지부진하다. 대한제당의 주가는 4일  2980원으로 전거랭리에 비해 2.41% 주저 앉았고 시가총액도 2673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삼양사 주가도 4만3950원으로 1.68% 내렸으며 CJ제일제당은 4.56% 급락한 29만3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식품업체들은 하반기 경영 실적 걱정에 한숨 쉬고 있다. 국내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설탕과 코코아, 우유 같은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정부가 물가 제한 정책을 펼치면서 기업들이 따라주길 당부하더라도 결국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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