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잦은 가격인상, 인플레 악화시킨다' BOC 부총재 연설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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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잦은 가격인상, 인플레 악화시킨다' BOC 부총재 연설에 대한 생각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3.10.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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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물가 올라 가격 인상...닭이 먼저냐 계랸이 먼저냐

"기업이 가격을 자주 올리면 물가를 악화시킨다" vs "물가가 오르니 비용이 상승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지난 3일 캐나다 매체 CBC캐나다는 캐나다 중앙은행 부총재가 물가상승을 기업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전했다. 기업들이 거듭해서 제품 가격을 올려서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는 게 발언의 요지다. 물가안정에 실패한 중앙은행이 물가상승 책임을 기업에 전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캐나다의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계란 한 판 가격이 7달러까지 올랐다. 사진=CBC캐나다
캐나다의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계란 한 판 가격이 7달러까지 올랐다. 사진=CBC캐나다

그럴 듯한 발언이지만 기업들이 이를 수긍할지는 의문이다. 물가가 올라 근로자 임금 인상 등 각종 비용이 치솟으니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기업들은 맞받아친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논란과 같다. 둘 다 맞는 말이라고 보는 게 온당하지만 소비자로서는 쉽게 찬성하기 어려운 발언들이다. 물가가 올라 앉아서 소득이 줄어드는 결과를 맞이해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중앙은행들이 사용하는 모델은 기업 행동 변화를 포착하도록 만든 게 아니라는 그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중앙은행 부총재의 기준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데 대한 변명, 책임전가처럼 들린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가 '물가안정'이라는 책무를 제대로 했다면 극심한 인플레이션 고통을 당하지 않아도 될 것 아니겠는가, 하고 묻고 싶다.

CBC캐나다 보도에 따르면, 니콜라 뱅상(Nicolas Vincent) 부총재는 지난 3일 몬트리올광역시(메트로폴리탄 몬트리올) 상공회의에소에서 한 연설에서 "기업들이 팬데믹 이전보다 더 자주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예상보다 높은 물가에 기여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니꼴라 뱅상 캐나다 중앙은행 캐나다은행(BOC) 부총재가 3일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 몬트리올광역시 상공회의에소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BOC
니꼴라 뱅상 캐나다 중앙은행 캐나다은행(BOC) 부총재가 3일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 몬트리올광역시 상공회의에소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BOC

기업들은 가격 변동 요인이 사라졌는데도 더 크게 더 자주 가격을 계속 바꾼다고 말했다.

그는 불어로 한 연설에서 가격 인상은 정상보다 더 크고 팬데믹 이전보다 더 잦았으며 이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뱅상 부총재는 국내외 기업들의 이런 행태는 우리가 목격한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6월 전년 동월 대비 2.8%로 하락했다가 7월 3.3%로 뛰었고 8월에는 다시 4%로 급반등해 BOC 물가안정 목표 2%를 크게 웃돌았다. 

뱅상 부총재는 물가상승의 책임을 기업 몫으로 돌렸다. 그는 보통 때라면 기업들이 너무 자주 가격을 올리는 것은 사업에도 비싼 대가를 들게 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겠지만 비용상승과 튼실한 수요 덕분에 변동성 높은 경제 여건에서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것을 더 쉽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여건 하에서는 기업들이 더 높이, 그리고 더 자주 가격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단언했다. 뱅상 부총재는 곧이어 "바로 이것이 중앙은행들이 수급불균형이 인플레이션에 주는 영향을 완전히 포착하지 못한 이유 중의 일부"라면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모델들은 기업 행동변화를 포착하도록 만든 게 아니다"고 부연했다. 물가를 안정시키지 못한 것은 BOC의 모델 탓이 아니라 자주 가격을 올리는 기업 탓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기업들의 이 같은 행태는 올들어서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고 꼬집었다.

뱅상 부총재가 기업에 맹공을 퍼붓는 데는 기업들이 빌미를 제공한 것도 한몫을 했다. 즉 기업들의 실이 개선된 것이다. 고인플레이션 시대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수익 탓에 가격 인상이 공정하냐는 불만도 쏟아졌다. 

최근 중앙은행들의 조사는 물가상승이 기업들이 직면한 비용상승을 밀접히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뱅상 부총재는 "안정된 이익률조차도 소비자들이 가격인상의 부담을 고스란히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뱅상 부총재는 가격인상 행위가 물가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최근의 발견으로 BOC는 물가 상승의 견인차에 대한 가정을 재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 최대 식품 체인 최고경영자(CEO)는 의회에 출석해 급등하는 순익과 식료품발 인플레이션에 대 해 송곳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기업이 실적이 식료품 가격 상승의 배후라는 지적을 부인했다.

뱅상은 그럼에도 우리가 발견한 사실들의 영향을 과소평가 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것들 때문에 우린느 경제모델한 가설들을 다시 논의하고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동인들에 의문을 제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뱅상 부총재는 기업들의 비정상의 가격책정과 관련한 인플래이션 전망에 대한 일부 리스크를 제시했다. 그는 높은 노동비용과 자금조달 비용은 계속해서 비용을 밀어오릴 수 있다면서 비정상의 가격책정 행위는  '끈질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가격 인상 요인이 사려졌는데도 계속해서 더 많이, 더 자주 가격을 올리 수 있는데 이는 새로운 기술-전자가격표-이 가격을 올리는 것을 더 쉽게 하고 일부 산업에 내 기업 합병은 가격 인상을 더 어렵게 하는 경쟁 압력을 낮춘다고 뱅상 부총재는 덧붙였다.

근느  "최대 리스크는 최근의 가격인상 행위는 저절로 계속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면서 "여러분들의 공급업체와 경쟁사들이 자주 가격을 바꿀 것으로 예상한다면, 여러분 역시 같은 일을 하면서 '되먹임 회로'를 만들기 쉽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휘발윳값이 무섭게 치솟은 지난해 5월  쉘 운영 주유소 폴사인에 무연휘발유값이 리터당 2.279달러로 적혀있다. 사진=CBC뉴스
캐나다의 휘발윳값이 무섭게 치솟은 지난해 5월  쉘 운영 주유소 폴사인에 무연휘발유값이 리터당 2.279달러로 적혀있다. 사진=CBC뉴스

중앙은행 부총재로서 할 수 있는 연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의 물가상승의 책임을 기업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본다. 그의 말마따나 국내외 기업들이 긴밀하게 연결돼 일어난 일로 봐야 한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공급부족과  공급불확실성으로 곡물과 원유값이 치솟은 게 전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물가상승의 방아쇠(트리거)였다.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했다. 미국은 지난해 3월부터 강도높은 긴축에 나서 현재 기준금리가 연 5.25~5.50%로 올랐다. 곡물수출 대국이며 산유국인 캐나다도 예외는 아니다. BOC는 지난달 6일 기준금리를 연 5%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

캐나다 중앙은행 캐나다은행(BOC)의 기준금리 추이. BOC는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4월 연 1%인 기준금리를 강도 높게 인상해 지난달 6일 연 5%로 동결했다. 사진=BOC
캐나다 중앙은행 캐나다은행(BOC)의 기준금리 추이. BOC는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4월 연 1%인 기준금리를 강도 높게 인상해 지난달 6일 연 5%로 동결했다. 사진=BOC

물가상승 탓을 기업 탓으로 돌리기 이전에 물가상승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서 물가를 안정시킬 방안을 찾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고금리 정책으로 물가를 잡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폭등한 집세, 연료비 등으로 캐나다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을 고갈시키고 내핍 생활을 강요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해서야 되겠는는가?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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