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차전지 필수 광물 '흑연' 수출 통제...한국 음극재 산업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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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차전지 필수 광물 '흑연' 수출 통제...한국 음극재 산업 비상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3.10.2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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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차 전지 제조에 필수 광물인 흑연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 방침을밝혔다. 중국이 수입국인 미국과 한국, 인도를 겨냥해 자원 무기화에 나선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흑연 생산국이면서 수출국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차전지 음극재용 흑연을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수출 통제는 한국 전기차 사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헤이룽장성 지시시의 한 흑연공장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사진=글로벌타임스
중국 헤이룽장성 지시시의 한 흑연공장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사진=글로벌타임스

중국 상무부와 세관당국인 해관총서는 20일(현지시각)  '흑연 관련 항목 임시 수출 통제 조치의 개선 및 조정에 관한 공고'를 통해 12월1일부터 고순도(순도 99.9% 초과), 고강도(인장강도 30Mpa 초과), 고밀도(㎤당 1.73g 초과) 합성 흑연 재료와 천연 박편형(flake) 흑연과 관련 제품 등을 수출하는 업체들은 당국에 선적 허가 신청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흑연은 이차전지 음극재 원료로 쓰인다. 천연흑연은 가격이 저렴하고 저장 용량이 낮고 인조흑연은 가격이 비싼 대신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인조흑연을 주로 사용한다.

이 같은 조치는 "국제 공급망과 산업망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고, 국가 안보와 이익을 더욱 잘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중국 상무부는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일부 수출제한 조치를 공식화한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천연흑연. 사진=유니나노텍
천연흑연. 사진=유니나노텍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흑연 최대 수입국은 미국, 한국, 일본, 인도 등이다. 이중 중국 배터리업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나라는 한국이어서 중국은 건별 허가를 통해 한국에 수출할 흑연물량을 조절함으로써 한국 배터리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흑연 생산, 수출국이며, 흑연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음극재 소재로 쓰인다. 미국 지질학회(US GS) 2023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흑연공급의 약 65%를 차지한다. 매장량은 튀르키예와 브라질에 이어 3위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중국이 전 세계 공급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와 전기자동차용 갈륨 제품 8종과 게르마늄 제품 6종에 대한 수출을 8월 1일부터 통제했다.

미국이 최근 수출 통제조치를 강화하자 '자원 무기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미국은 지난 19일 인공지능(AI) 관련 칩과 반도체 제조장비의 중국 수출에 대한 제안을 강화하고 수출 통제 기업 명단에 중국 기업을 추가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는 중국제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 영자지)는 이날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서방이 중국에 대한 억제 노력을 강화하고 있고 첨단 제조업을 위한 중요 소재가 주요 경쟁 포인트가 된 만큼중국이 안보와 국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이 흑연 수출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허가'를 통해 수출하겠다는 것이라는 주장했다. 흑연 공급로가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베이징의 이코노미스트인 톈윈은 글로벌타임스에 "흑연은 신 에너지 산업에서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는 핵심 소재이며 이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를 계속 확대한다면 비슷한 조치는 더 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배터리 산업계 지형을 고려하면 이번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로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한국과 일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1·2위는 중국 CATL과 BYD였고, 이어 LG에너시솔루션, 일본 파나소닉, SK온이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10위권 내에는 미국 배터리 기업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흑연은 대부분 2차전지 음극재를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인조흑연 수입의 93.7%가 중국산이었다. 국내 기업 중엔 유일하게 포스코퓨처엠이 흑연계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가 생산한 음극재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셀 업체에 공급된다.태경비케이는 인조흑연 음극재 필수 소재인 석유코크스를 독과점으로 생산한다.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국내 배터리 3사인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물론, 양극재와 음극재 소재 기업들의 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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