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검은 다이아몬드' 수출통제..."배터리 공급망 차질 어렵다"
상태바
중국의 '검은 다이아몬드' 수출통제..."배터리 공급망 차질 어렵다"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3.10.25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나투자증권"음극재 아닌 흑연과 군사용도 활용 겨냥" 이유

중국 정부가 최근 이차전지 핵심원료인 구상흑연 등 고민감성 흑연을 수출 통제 대상에 편입했다고 밝혔지만 세계 배터리 공급방에 심각한 차질을 가져올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증권 김현수 연구원은 25일 '검은 다이아몬드'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정책이 한국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음극재가 아닌 흑연을 겨냥했고 군사 용도 활용에 대한 대응 목적이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음극재 원료인 인조흑연의 소재인 침상코크스. 사진=CNews DB
음극재 원료인 인조흑연의 소재인 침상코크스. 사진=CNews DB

하나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흑연 시장 내 중국의 점유율은 61% 수준이며 배터리용 음극재 시장 내 중국의 점유율은 95%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중국 음극재 의존도는 최소8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로벌 배터리 음극재 시장의 84%는 천연 흑연이 아닌 코크스 기반의 인조 흑연이다.  태경비케이가 인조 흑연의 원료인 석유 코크스를 생산한다.

국내 유일의 음극재 제조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의 현재 캐파는 천연 흑연 기반 음극재 5만t이며 고객사 매출 비중은 LGES 50%, 삼성SDI 15%, SK on 15%, 얼티엄셀스 10%, 기타 10%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일 인조 흑연과 천연 흑연(인조 및 천연 모두 고순도/고강도/고밀도 제품에 한함)을 수출 통제 리스트에 추가하고 12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기업들이 만나는 접점은 흑연이 아닌 음극재라는 점과 배터리 기업들의 중국 음극재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 감안할 때,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가 배터리 생산에 큰 차질을 야기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김 연구원은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의 이번 정책은 군사 용도 활용에 대한 대응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탄소협회장이 지난 주말 한 인터뷰에서 '3고(고밀도·고순도·고강도) 흑연의 경우 군사 용도로 활용될 수 있어 수출 통제 리스트에 포함됐지만, 해외 민간 사용의 경우 정상 수출 허가가 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언급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민간 영역에서의 수출 제한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따라서 이번 수출 통제에 따른 단기 실적 영향은 미미하다고 결론 지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이슈로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점이 2가지 즉 흑연과 전구체 등 원재료 내재화 가속화와 속도 조절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핵심 소재 중 중국 의존도 80% 이상인 소재군은 음극재와 그 원재료인 흑연, 그리고 약 90%를 중국에 의존하는 양극재의 원재료인 전구체다. 

포스코퓨처엠 직원이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에서 제조설비를 가동하고 있사진=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 직원이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에서 제조설비를 가동하고 있사진=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천연 흑연 음극재의 원재료인 구형 흑연을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를 내재화하기 위해 구형 흑연의 원재료인 인상흑연을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내재화하고 이를 국내에서 구형화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장기로는 인조 흑연 기반 (현재 캐파 약 8000t, 2026년 5만8000t, 2030년 15만3000t 전망) 비중을 높여 중국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포스코오와 호주 광산업체 블랙록마니잉이 탄자니아 흑연광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진=프로액티브
포스코오와 호주 광산업체 블랙록마니잉이 탄자니아 흑연광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진=프로액티브

인조 흑연 음극재는 원재료인 침상코크스를 자회사 PMC머티리얼즈에서 조달받아 100% 내재화하고 있으며, 장기로도 이러한 구도 유지할 계획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재료 중 하나인 전구체는 한국 기업들의 장기 실적 가시성 높다고 김 연구원은 판단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전구체 역시 내재화 추진하고 있으며 상장 수요 예측 중인 에코프로 머티리얼즈 역시 매우 성장성 높다고 그는 판단했다.

둘째 속도 조절 리스크다. 중국은 이번 흑연 수출 통제를 통해  생산에 직접 차질은 주지 않지만 핵심 원료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다시 한 번 상기 시켜주었다고 김 연구원은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 정책 당국 역시 전기차 산업이 갖고 있는 근본 리스크를 재차 인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 성장이 여전히 각국의 정책(탄소 배출 규제와 수요 보조금)에 기반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시한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 65% 목표는 과도하다며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육성 정책 속도 조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현수 연구원은 "핵심 원료 내재화 수혜주와  공급망 수직 계열화 기업들의 경우 조정 시 매수 전략 유효한다"면서도 "이차전지 섹터 전반으로는 밸류에이션 디레팅을 염두에 둔 보수적 접근을 권고한다"고 주문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