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분기 GDP 4.9%↑...4분기 완만한 경기둔화 진입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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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분기 GDP 4.9%↑...4분기 완만한 경기둔화 진입 가능성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10.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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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2.1%서 큰 폭 뛰어…2021년 이후 최고 성장률
4분기 고금리·저축소진·학자금 대출 등 복병

미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면서 3분기(7∼9월) 미국 경제가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 기준으로 2021년이후 최고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이로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금리 정책을 더 지속할 명분이 생겼다. 그러나 4분기에는 고금리 장기화, 민간 저축 소진 등 지뢰밭이 펼쳐져 있어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장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 컨테이너 부두 전경. 미국 경제가 3분기에 4.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미국 상무부
미국 컨테이너 부두 전경. 미국 경제가 3분기에 4.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미국 상무부

미국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연율 4.9%로 집계됐다고 26일(현지시각) 밝다.

지난 2분기(2.1%) 대비 성장률이 크게 뛰어오른 것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3분기 전망치(4.7%)도 웃돌았다.이는 팬데믹 이후 기저효과로 7% 성장률을 기록한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직전 분기 대비 성장률을 연간 성장률로 환산해서 GDP 통계를 발표한다.

견실한 민간소비와 투자가 성장세를 주도한 가운데 정부 지출도 긍정의 기여를 했지만 순수출은 소폭의 마이너스 기여할 것으로 평가됐다. 

우선, 여름 휴가철 소비가 많이 늘어난 게 3분기 성장률을 높게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개인소비 증가율은 4.0%로 2분기 증가율 0.8%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성장에 절반 이상 기여했다. 기여도는 0.55%포인트에서 2.69%포인트로 급등했다. 

통화긴축 여건이 장기화하면서 하반기 들어 소비가 둔화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실제 지표는 소비가 오히려 큰 폭으로 확대됐음을 보여여준 것이다.

민간투자도 8.4% 늘면서 3분기 성장세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2분기에는 5.2% 증가했는데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재고투자 증가가 1.32%포인트  기여했다. 

2분기 2.2% 감소한  주택투자가 3.9% 증가한 덕이 컸다. 비주거고정투자는 7.4% 증가에서 0.1% 감소로 돌아섰고 장비는 7.7%에서 -3.8%로 전환했다. 

정부지출은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출이 견실하게 지속되면서 4.6% 증가했다.

전부기 9.3% 감소한 수출은 6.2% 증가하고 수입도 7.6% 감소에서 5.7% 증가로 전환했으나 수입 퐉대폭이 수출증가폭을 웃돌면서 성장기여도는 -0.08%퐇인트로 소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성장률이 개인소비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문별 미국 GDP 성장 기여도와 PCE 물가 추이. 사진=불룸버그/Fed
부문별 미국 GDP 성장 기여도와 PCE 물가 추이. 사진=불룸버그/Fed

월가에서는 인기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의 순회공연, 영화 '바벤하이머'(바비·오펜하이머) 등 올여름 미 대중문화계를 강타한 이벤트들이 미국 내 소비를 주목할 만하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2.9%로 전분기 2.5%에 비해 상승했지만 근원PCE 상승률은 2.4%로 지난 2020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전분기 상승률(3.7%)과 예상치(2.5%)보다는 둔화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 성장세가 오는 4분기와 내년 상반기 둔화하며 약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높게 유지되는 데다 고금리 장기화, 민간저축 소진, 학자금 대출상환 재개 등 경기에 부정 요인이 산재해 있는 탓이다.

고금리에도 개인소비가  버텨줬지만 고물가와 고금리 환경 속에서 소비 지표가 지속해서 좋을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소비와 투자가 3분기 성장세를 견인하는 등 견실한 민간 수요를 시사하고 있지만 변동성이 높은 재고 투자 증가의 영향도 작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정예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과 근원인플레이션 안정 등으로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가 강화됐으나 향후 고유가와 고금리 등에 따른 소비와 투자 약화 효과 등으로 4분기 이후 완만한 경기둔화에 진입할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3분기 성장률의 상방 서프라이즈에도 통화정책에 미치는 단기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보면서도 "여전히 견실한 수요는 통화긴축 효과 발연히 지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평가했다.

국제금융센터는 3분기 성장률은 기조 추세 대비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며, 이번 금수준의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박미정 부전문위원은 "이번 상방 서프라이즈가 상당 부분 재고투자에 기인한 점과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 등 소비 제약요인들을 감안할 때 이번 수준의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면서 "주요 IB들은 4분기부터 통화긴축 효과 발현 등으로 성장세가 약화되면서 내년 상반기 경기둔화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는 "미국 경제가 내년 초부터 역풍에 휘청거리며 짧고 약한 침체를 겪을 것"이라면서 "연간 성장률은 올해 2.2% 성장세를 나타낸 뒤 내년엔 0.8% 하락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신한투자증권의 하건형 연구원도 3분기 서프라이즈에도 향후 성장세 둔화를 예상한다. 하건형 연구원은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소비 여력 축소가 진행되는 만큼 소비의 점진적 둔화는 불가피하다"면서 "선제 확충된 재고 역시 4분기에는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고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불안에 수출 회복세가 약화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하 연구원은 "그럼에도 투자 경기의 저점 확인은 연착륙 가능성을 높인다"면서 "높아진 금리에도 비주거용에 이어 주거용투자도 타이트한 공급에 회복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중동 전쟁이 확전되지 않는다면 제조업 수요가 경기 둔화의 완충재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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