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술핵 100기 현대화해 '한국 안보용' 지정해야"
상태바
"미 전술핵 100기 현대화해 '한국 안보용' 지정해야"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10.31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비용으로 미국 전술핵 100기를 현대화해 한국 안보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한미 양국 싱크탱크 공동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국 배치 등 단계별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동결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미 국방부는 핵중력탄인 B61 폭탄에 첨단 레이더와 GPS를 장착하고 안전과 보안 기능을 추가해 정밀 폭격이 가능한 B61-12로 현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예산 제약을 겪고 있다. B61-12는 지연신관이 장착된 전술핵폭탄으로 대 50kt(킬로톤)의 폭발력을 내 지하시설 타격에 커 핵 벙커버스터로도 부른다. 폭발력은 임무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낙하산 대신 꼬리날개를 부착해 목표를 향해 정확히 날아갈 수 있도록 했으며 GPS 등 내부유도체계를 장착해 정밀 폭격이 가능하다.

미공군 F-35 스텔스 전투기가 비활성 전술핵폭탄 B61-12를 투하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미국 국방부
미공군 F-35 스텔스 전투기가 비활성 전술핵폭탄 B61-12를 투하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미국 국방부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은 30일 발표한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공동 연구 보고서에서 "북한은 이미 한국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는 핵전력을 갖췄으며, 미국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하기 직전이며 이런 상황에서 현재 미국 핵우산의 전략적 모호성은 핵억제나 한국의 핵보장에 더는 적절하지 않게 됐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미국 정부는 핵을 이용한 보복 여부와 형태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이 북한의 공격을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양국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지난 4월 미한 정상의 워싱턴 선언은 핵우산의 전략적 명확성을 어느 정도 강화했지만 한국의 핵보장 수준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자세한  이행 방안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1960년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취한 것과 유사한 전략적 명확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960년대 소련의 핵 위협이 점증하자 미국은 유럽에 3000개의 핵무기를 배치했으며, 유럽 배치 핵무기의 운용은 NATO 산하 유럽연합군최고사령부가 담당했고 NATO 동맹국들과 핵무기 관련 정보를 공유한 것처럼 한국에 대한 핵보장을 NATO 수준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국 연구진은 가장 실행이 어렵지만 한국의 핵보장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한국 안보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의 핵무기 일부를 투입하는 방안'을 꼽았다.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은 4단계 순차적 절차를 이용해 북한 핵무기 위협에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고, 북한의 핵무기 생산 동결을 모색할 수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첫 단계는 군산 공군기지와 잠재적으로 오산 공군기지 등 한국 내 미국 전술 핵무기 저장시설을 현대화하거나 새로 짓는 방안이다. 이는 향후 미국 핵무기의 재배치를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만드는 것으로, 북한이 핵무기 생산 동결을 거부하면 미국 핵무기를 재배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경고할 수 있는 방안이다. 

2단계로는 태평양에서 작전 중인 미국 전략핵잠수함에 적재된 핵무기의 일부 또는 전부가 북한을 겨냥하도록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잠수함에는 탄도미사일 20기와 미사일 1기당 약 4발의 탄두가 탑재되므로, 북한을 표적으로 이런 잠수함 한 대를 투입하는 것은 최대 80기의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3단계는 한국이 비용을 부담해 해체 예정인 미국의 전술핵무기 B61 핵폭탄 100기가량을 현대화하고, 이를 미국 내에 저장하되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지정해 한국에 신속히 배치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샌디아연구소 관계자가 비활성 전술핵폭탄 B61-12에 시험 장비를 장착하고 있다. 사진=샌디아연구소
샌디아연구소 관계자가 비활성 전술핵폭탄 B61-12에 시험 장비를 장착하고 있다. 사진=샌디아연구소

B61 폭탄은 본래 196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전략 및 전술핵무기 목적으로 제조됐다. 미 국방부는 기존 핵중력탄인 B61 폭탄에 첨단 레이더와 GPS를 장착하고 안전과 보안 기능을 추가해 정밀 폭격이 가능한 B61-12로 현대화하는 작업을 해왔지만 예산 제약을 겪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이 20억~30억 달러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지만 독자로 핵무기 100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잠재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며 독자 핵무기 생산으로 직면할 수 있는 모든 심각한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핵 동결을 거부한다면 한미 양국은 4단계로 약 8~12개의 제한된 수의 미국 전술 핵폭탄과 몇 대의 핵투발 이중목적항공기를 한국에 배치하고 이미 준비된 한국 내 시설에 보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이 4단계 절차의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적어도 첫 두 단계는 1~2년 이상의 간격이 아닌 6개월 정도의 간격을 두고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밝혔다.

3단계의 일부로 100개의 핵무기 현대화를 완료하려면 몇 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3단계를 발표하고 6개월 후에도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지 않으면 4단계를 발표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4단계 방안이 시행된다면 향후 수 년 안에 약 180기의 미국 핵무기가 한국 안보용으로 지정될 것이고, 이 중에는 상징 또는 실제 작전 목적으로 한국에 배치된 8~12기의 B61 항공 폭탄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핵우산이 북한을 억제하기에 충분하다고 확신하는 미국 정부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강력히 반대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바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거듭 확인하며 한미간 확장억제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