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장기금리 1% 넘어도 용인"...YCC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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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장기금리 1% 넘어도 용인"...YCC 수정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3.10.3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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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 30~31일 통화정책회의…석달만에 수익률곡선제어(YCC) 또 수정
우에다 총재"억누르면 부작용 커질수 있어…유연성 강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31일 양적완화(QE) 정책인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3개월 만에 또 수정했다. 대규모 금융 완화의 큰 틀은 유지하되, 장기금리인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초과해도 일정 부분 용인하기로 했다.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상향해 출구전략을 본격화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날 결정에 대해 완화적으로 보는 평가와 사실상 YCC 정책의 사실상 폐기로 보는 평가가 공존하며 엔화는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시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엔달러 환율이 150엔대에 재진입했다.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BOJ) 본점건물. BOJ는 30~31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장기금리가 1%를 넘어도 용인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아사히신문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BOJ) 본점건물. BOJ는 30~31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장기금리가 1%를 넘어도 용인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아사히신문

31일 일본의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은 이틀간 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초과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일정 부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은은 또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10년물 금리)는 1%를 상단 목표치로 제시하는 등 대규모 완화 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기로 했다.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정책 역시 변경하지 않았다.

BOJ의 정책 변경은 지난 7월 말 회의에서 YCC를 수정한 지 3개월 만이다. 당시 BOJ는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변동폭 상한인 0.5%를 초과해도 1%를 넘지 않으면 무제한 매입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이날은 변동폭 상한을 0.5%에서 1%로 높이고 1% 초과시에도 어느 정도 눈감아 주기로 한 것이다. 1% 초과시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 것인지는 자세하게 밝히지 않았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 총재. 사진=아시아파이낸셜
우에다 가즈오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 총재. 사진=아시아파이낸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이날 오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결정과 관련해 "YCC의 운용을 더욱 유연화한다"고 설명했다. 우에다 총재는 "경제·물가정세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 속에서 (정책운영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적당하다"고 강조했다. 우에다 총재는 "장기금리를 1% 이하로 강하게 억제한 경우에 (시장기능 저하 등) 부작용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YCC의 향후 운용에 대해서는 우에다 총재는 "(금리의) 수준, 변화의 속도 등에 따라 기동성 있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 금리에 "엄격한 상한은 설정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1%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은행의 결정에는 미일 장기금리 격차가 벌어진 것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도 꾸준히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0.890%까지 치솟은 데 이어 이날 오전 0.955%까지 뛰었다. 2013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1%에 바짝 다가섰다.

엔화 가치 역시 금리 격차가 커지자 달러당 150엔을 수차례 넘어서는 등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물가와 관련해 "환율도 변동폭이 크면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통화정책 수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오늘 결정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영향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우에다 총재는 "정부와 긴밀히 연계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면서도 "환율의 움직임이 물가 전망을 크게 바꾸는 경우에는 정책 변경과도 연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긴축 강도가 예상보다 약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BOJ 발표 직전인 정오까지만 해도 달러·엔 환율은 149.42~149.46엔 사이에서 움직였으나 BOJ 발표 직후엔 150엔대에 재진입해 엔저가 가속화했다.

일본은행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 사진=한국투자증권
일본은행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 사진=한국투자증권

BOJ는 이날 통화정책 결정과 함께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를 발표하고,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전년 대비)를 각각 2.8%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7월 전망치 2.5%, 1.9%에서 각각 0.3%포인트, 0.9%포인트 높였다. 2025년 전망치도 1.6%에서 1.7%로 올렸다.

이는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3%에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3%에 근접하는 등 BOJ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 3년 연속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BOJ가 마이너스 금리 해제, YCC 정책 폐기를 본격 검토하는 등 대규모 금융완화에 대한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에다 총재는 "물가 목표 실현을 판단하는 데 춘계 노사 협상은 중요한 포인트"라면서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되돌아가고 임금 상승이 서비스 가격을 인상하는 순환을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금융센터의 강영숙 선진경제부장은 일본은행의 정책결정에 대해 "시장이 기대한 것보다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수정 강도가 크지 않은 가운데 엔화 약세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영숙 부장은 "오늘 정책 결정은 완화적으로 보는 평가와 사실상 YCC 정책의 사실상 폐기로 보는 평가가 공존한다"면서 "엔화는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강 부장은 "YCC 상단을 상향하지 않은 점, 2024회계년도 이후 기저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2% 아래로 제시한 점, 물가안정 목표 달성에 임금-물가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점 등은 완화적 정책기조 지속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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