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기본 소득 문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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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기본 소득 문제 많다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0.03.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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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과 김경수 경남도시자, 박원수 서울시장 등 여권 정치인사들이 재난기본소득 주장을 펴고 있다.결론부터 마랗자면 주장을 이해는 하지만 부작용 등이 많아 바람직하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동의하기 어렵다"고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이정숙 기자
이정숙 기자

최근 여권 정치인사들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화폐 형태로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제가 거의 멈추는 비상 상황이 도래하는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일정 기간에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형태의 재난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국가 차원의 특단 대책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며 전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 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기본소득당과 미래당, 민생당 박주현 의원실 등도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긴급 추가경정예산 약 30조 원 중 15조 원을 관련 예산으로 배정해 5000만 국민에게 한시적 기본소득 30만 원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본소득을 통해 모든 국민이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돕고, 얼어붙은 내수 경제를 살리자”는 주장을 폈다.

또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 기본소득 50만 원을 어려운 국민들에게 지급해주세요’라는 청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재난 기본소득을 50만 원씩 1000만 명에게 주면 5조, 2000만 명에게 주면 10조 원으로, 20조 원의 추경을 준비한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10조 원이 될 것”이라면서 “이는 사람을 살리는 예산”이라는 주장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글로벌 경제기구들이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면서 대구 지역에 한해서라도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와대는 지난 9일 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방송에 출연해 “이번 추경에 이른바 한국형 기본소득제라는 개념을 담았다”는 말로 대신했다. 김 실장은 “일자리안정자금,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아동수당, 노인 일자리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이런 분들 580만 명에게 2조6000억 원의 자금을 풀어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드렸다”면서  “이것이 바로 추경이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런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우리 현실에서 가장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가 얼어붙고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만큼 '기본소득' 도입 주장은 좋은 얘기라고할 수 있다.  경제가 비상 상황인 만큼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가치는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문제가 한둘이 아니어서 섣불리 도입해선 안 된다.우선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기본소득’은 북유럽의 ‘복지국가’ 핀란드가 추진했는데 결과가 어떤지는 이미 다 나와 있다. ‘모든 성인’에게 매달 800유로(100만 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이었다.

그렇지만 ‘복지계획’은 중단됐다. 막대한 재정 소요도 문제였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핀란드 사회보험청은 “기본소득이 노동의욕을 높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라고 다를 리 없다.이미 2014년 3월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복지가 늘어나면 근무 의욕이 떨어진다”는 응답이 43.9%였다. “떨어지지 않는다”는 응답은 이보다 적은 39.6%로 나타났다.

이런 점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결정은 옳다. 홍 장관은 지난 10일 재난기본소득 도입 주장과 관련, "일각에서 의견이 제기돼 검토해본 결과 장점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문제도 있어서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심상정 정의당 의원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심 의원은 글로벌 경제기구들이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면서 대구 지역에 한해서라도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가 에둘러 말한 '여러 가지 문제'가 근론의욕 저하를 포함하는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둘째는 재정적자를 악화시키고 국민 세금 부담을 늘릴 수 있다. 5200만 국민에게 1인당 100만 원을 준다면 52조 원이 필요하다.  512조 2504억 원 규모인 올해 예산의 약 10분의 1이다. 

정치인들은 이 많은 돈을 누가 어떻게 마련할지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쓰고보자는 식이다. 그래서 선거를 앞두고 위기를 빌미삼아 돈을 풀어 표를 얻는 포퓰리즘에 빠져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는 것이다. 

안 그래도 정부는 11조 7000 억 원 규모인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역대 네 번째로 많은 10조 3000억 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할 만큼 재정난을 겪고 있다. 적자국채 발행은 고스란히 빚으로 쌓인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빚을 내서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까지 돈을 줘서 돈을 물쓰듯 하게 한다면 그 피해는 정부부채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정치인들은 국민 세금으로 생색을 내겠지만 국민 등골은 휘어지게 마련이다.

안그래도 우리나라 기업과 소득자들은 세계에서 높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공돈이라고 좋아할 게 아니라 자기가 혹은 자식이 낼 세금으로 받는 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포퓰리즘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의 얄팍한 세치혀에 놀아나지 않는 냉철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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