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870원대, 바닥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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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870원대, 바닥은 어디?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3.11.0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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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완화정책 탓 엔저 지속...한국 '원고' 정책 비판 수위 높아질 듯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3일 원엔 환율이 870원대까지 떨어졌다. 나 홀로 '돈 풀기' 기조를 이어온 일본의 통화정책이 엔화를 급격히 끌어내리고 있다.일본 정부는 역대 최저인 엔저를 호라용해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 하락)을 완화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엔화 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엔저가 지속되면 많은 분야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인 한국은 수출 가격경쟁력에서 뒤져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 엔저 장기화시 일본 여행객 급증으로 여행수지 악화, 경상수지 악화의 이중고를 당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환율변동성을 줄이겠다며 외환보유고를 털어 시장에 개입하면서 '원화 강세'를 지지하는 한국 금융당국의 정책에 대한 비판 수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원엔 환율이 3일 마침내 870원대로 내려갔다. 사진은일본 엔 지폐. 사진=CNews DB
원엔 환율이 3일 마침내 870원대로 내려갔다. 사진은일본 엔 지폐. 사진=CNews DB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879.93원로 마감했다. 이는 15년 8개월 만에 880원대가 무너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초입인 2008년 2월 27일(879.03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중 최고점(4월 27일·1001.61원)과 비교하면 6개월 사이에 무려 120원 넘게 빠졌다.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한율은 3일(현지시각) 149.30~40엔에 거래됐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원엔 환율은 올해 1월3일 100엔에 979.29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해 4월6일일에는 1009.16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하향추세를 보여 7월4일에는 894.5원까지 내려갔다. 이후 다시 오름세를 보여 900원대를 유지하다 3일 878.18원으로 마침내 880원 아래로 떨어졌다.

원엔 환율 추이(파란색). 사진=원엔 환율은 하반기 들어 하락세다. 사진=우리은행
원엔 환율 추이(파란색). 사진=원엔 환율은 하반기 들어 하락세다. 사진=우리은행

엔화 가치 급락은 일본과 미국·유럽간 통화정책 '디커플링(탈동조화)' 영향이 크다. 미국·유럽 등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긴축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중앙은행(BOJ)은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는 통화완하 정책을 지속하며서 디플레이션 탈출을 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엔화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엔화는 지난달 31일 일본은행(BOJ)이 예상보다 긴축적이지 않은 정책을 발표한 것에 실망하면서 달러화에 대해 다소 횡보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원엔 환율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Fed·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달러화가 하락하고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원엔 환율이 당분간 880원을 밑도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과 연말부터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당분간 엔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FOMC가 비둘기파로 나오면서 달러화 강세가 종료되고 원화가 아웃퍼폼하면서 원엔 환율이 빠졌다"면서 "원화는 더 강세를 보일 수 있어서 원엔 하방 여력이 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원달러가 단기로 1318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미국장에서 고용지표를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농업부문 고용이 예상치인 17만명을 하회하는 고용 둔화세를 보인다면 원달러 환율의 추세 전환에 힘이 실릴 것이라면서 원엔도  875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엔저가 지속되면 수출에 유리하고 디플레이션을 해결하는 데도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 "일본 정부가 이번 엔저를 기회로 보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엔화 가치 하락 국면을 계속 이어가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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