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원엔 환율이 15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엔저가 장기화할 시 한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원엔 환율 급락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감에, 공매도 전면 금지에 따라 국내 증시가 급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엔화약세로 한국인의 일본 여행 급증에다 일본의 수출가격 경쟁력 회복에 따른 수출증가로 한국의 경상수지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67.38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종가(879.93)보다 12.55원 하락한 것이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2008년 1월 15일(865.28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엔 환율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과 엔화 환율을 구하고 그에 따라서 계산한다. 따라서 원엔 환율 급락은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의 변동의 결과다. 엔달러 환율은 현재 달러당 150엔대 안착을 시도하면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원엔 환율은 외환시장 개장 전부터 미국 고용지표 영향으로 하락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 고용 증가세가 상당히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미국의 10월 비농가 신규고용은 15만 명으로 9월과 시장 예상치를 모두 밑돌았고 실업률은 3.9%로 소폭 상승한 가운데 시간당 평균 임금상 승률도 추가로 둔화되면서 노동시장 과열이 진정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에 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됐다는 전망이 더 강화되고 이를 반영해 국채금리 하락과 더불어 달러도 약세폭을 키웠다. 달러가치 하락에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원달러 환율은 내려갔다. 반면, 엔화가치는 미국 국채금리 하락에 달러화에 대해 조금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공매도 금지 시행을 계기로 코스피가 5.66%, 코스닥이 7.34% 각각 오르는 등 국내 주가지수가 강하게 반등하면서 환율 하락 폭을 키웠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 하루 7042억 원 순매수했다. 달러 유입으로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원엔 환율은 거꾸로 내려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온 원엔 환율이 앞으로 더 하락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경상수지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서비스수지(여행경비 등), 소득수지,경상이전수지 등으로 구성되며 자본수지와 함께 국제수지를 구성한다. 엔화 약세에 따른 환율 급락이 오래가고 일본 여행이 더 늘고 일본 제품 구입이 늘면 여행수지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300만명이 넘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의 3배를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312만9000명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86만2000명)의 3.6배로 집계됐다.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코로나 전인 2019년 상반기(386만3000명)와 비교하면 81%까지 늘어났다.방한 일본인은 2019년 상반기(165만4000명)의 52.1%에 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8월 여행수지는 84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지난 8월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48억1000만 달러(약 6조4839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5월 이후 넉 달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9월 경상수지는 8일 발표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원엔 환율은 소비자가 일본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매우 매력있는 수준"이라면서 "이례적인 상황이어서 소비자의 행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