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인 중국의 경제지표 혼조에 따른 수요부진 염려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수출 증가로 원유 수급 우려가 완화되고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제유가 4%대 하락했다. 이로써 국제유가는 팔레이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르스라엘을 공격한 지난달 7일 이전 수준 즉 7월 24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국제 원유시장이 유가 상승 리스크를 완화하는 공급여력을 갖고 2024년으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7일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 인도 선물은 전거래일보다 4.3%(3.45달러) 하락한 배럴당 77.37달러로 마감됐다.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1월 인도 선물은 4.2%(3.57달러) 내린 배럴당 당 81.61달러에 거래됐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WTI와 브렌트유 두 유종 모두 7월21일 이후 3개월 반 사이에 가장 낮은 가격까지 떨어졌다. 브렌트유는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84달러 이하로 마감했다.
앞서 국제유가는 지난달 중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석유공급 차질을 부를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10% 넘게 폭등해 배럴당 93달러에 육박했다.
이날 유가 하락은 중국의 원유수요 둔화가 촉발했다. 중국의 예상보다 낮은 경제성장으로 원유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물론,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탓에 원유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반응이라고 아나스 알하지 에너지아웃룩어드바이저스 매니징 파트너는 진단했다.
중국의 10월 무역수지는 565억3000만 달러의 흑지를 기록했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예상치(823억3000만 달러 흑자)를 밑돌았다. 수출은 지난해보다 6.4% 감소해 시장예상치(3.5% 감소)보다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수입은 3.0% 증가해 시장예상치(4.8% 감소)를 크게 넘어섰다. 특히 원유수입은 전년 동월에 비해 13.5%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수입이 급감한 때였다. 지난해 수입량이 낮아 올해 수입량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기저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알하지 파트너는 "원유 수입 통계 자체는 낙관적이지만 재고량과 수출, 정유공장 가동을 본다면 사정이그렇지 않다"면서 "정유공장 처리량은 감소하고 재고는 증가하며 수출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단히 말해 중국의 4분기 통계는 낙관보다는 중립이 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 정책 변경은 그것을 낙관으로 돌려놓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하지는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은 중국 정부가 정유공장들의 정부 수출 쿼타가 고갈되면서 감소하고 있는데 추가 쿼타가 없으면 결국 원유 수입 감소나 재고 증가로 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원유 공급 증가도 유가 하락에 한몫을 한다.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로 끝난 주간에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1320만 배럴로 주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EIA는 월간 전망에서 올해 미국의 산유량이 1290만 배럴로 예상했다.이는 직전 보고서 전망치보다 고작 0.1% 줄어든 것이다.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UBS 전략가는 "OPEC 원유 수출은 계절상 낮은 중동의 국내 수요로 8월 저점 이후 하루 약 100만 배럴(bpd)이 증가했다"면서 "석유 소비국이 흡수하기에는 공급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요 6개 통화와 견줘 달러가치를 산출한 달러지수가 최근 저점에서 반등한 점도 유가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힌다. 닐 카쉬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크레이그 엘람 오안다 분석가는 "공급을 방해 할 수 있는 중동 지역에서 더 큰 분쟁이 발생할 징후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히 강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이 서서히 가라 앉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