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상승과 캐나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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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비 상승과 캐나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고민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3.11.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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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연 5%인 고금리 지속으로 캐나다의 삶은 팍팍하다. 주거비는 달마다 치솟고 실업률은 10월 5.7%로 뛰었다. 고금리 정책에도 인플레이션은 꺾이지 않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낮아졌다지만 중앙은행의 목표치 2%를 크게 웃돈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심한 요인을 뺀 근원물가는 지난 1년 동안 3~4%에 이를 만큼 물가상승 압력은 여전하다. 이 때문에 캐나다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검토중이지만 정책결정 기구인 정책위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 캐나다은행(BOC) 총재(오른쪽) 캐롤린 로저스 수석 부총재. 이들은 1년에 8번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사진=CBC 캐나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 캐나다은행(BOC) 총재(오른쪽) 캐롤린 로저스 수석 부총재. 이들은 1년에 8번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사진=CBC 캐나다

이는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가 8일 공개한 지난달 25일 정례회의 의사록 요약본에 잘 나타나 있다. BOC는 지난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5%로 동결했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높으냐를 두고 의사록은 정책위원들이 의견이 나뉘어져 있음을 보여줬다.

의사록은 "일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기 위해 금리를 정책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본 반면, 다른 위원들은 가장 그럿듯한 시나리오는 5% 정책금리가 아주 오랫동안 유지된다면, 인플레이션을 2%목표로 되돌리기에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당시 BOC는 인내심을 발휘해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지만 정책위원회 위원들은 추가 인상여부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캐나다의 인플레이션은 9월 3.8%로 떨어졌다. 8월 4.0% 상승에 비해 상승폭이 둔화됐다. 캐나다 통계국은 여행 관련 서비스와 내구재, 식품 등 폭넓은 품목에서 물가상승이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압력은 최근 몇 달 동안 완화되지 않았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근원인플레이션이 이를 입증한다. 변동성이 심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재화와 서비스의 물가를 잰 것이다. 근원물가는 지난 1년간 3.5~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BOC는 밝히고 있다.

9월 실업률이 5.50%를 기록하는 등 4월 이후 0.5%포인트 올랐는데도 물가가 0.1%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BOC가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결정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캐나다의 주택수급 불균형으로 주거비가 치솟고 물가가 오른다는 캐나다 중앙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노바스코샤주를 제외한 캐나다 모든 주에서 신규주택 건설이 감소하면서 주택부문이 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캐나다의 단독 주택 모습.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캐나다의 주택수급 불균형으로 주거비가 치솟고 물가가 오른다는 캐나다 중앙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노바스코샤주를 제외한 캐나다 모든 주에서 신규주택 건설이 감소하면서 주택부문이 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캐나다의 단독 주택 모습. 사진=파이낸셜포스트

그렇다면 왜 근원물가가 고공행진할까? BOC는 '주거비' 상승을 포함한 여러 요소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티프 맥클렘 BOC 총재는 최근 기업탓을 했다. 기업들은 고객 상실을 염려해 가격인상을 꺼리지만 고인플레이션으로 고객 상실 걱정은 않고 가격을 올릴 의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비 상승에는 BOC 책임도 있다. 물가를 잡겠다며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물가는 잡지 못한 채 모기지(장기주택담보대출) 상승의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모기지 금리 상승에 집주인들은 집세 인상으로비용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데 BOC는 자기 책임은 쏙 뺐다. 모기지 대출을 받은 자가 소유자들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시장조사회사 앵거스리드(Angus Reid)가 캐나다인 187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0%가 모기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모기지 금리 부담이 크다는 방증이다.

BOC는 주거비가 비싼 것은 모기지 금리 상승 뿐 이나라 주택 수급 불균형 탓이라고 했다. BOC는"고금리는 정상이라면 주택 가격과 주택가격과 밀접히 연관이 있는 유지보수,세금,보험과 같은 다른 비용들에 하방압력을 가한다"면서 "그런데 캐나다의 현재 지속하는 구조적 주택공급 부족은 주택 가격을 높게 유지하도록 했고 캐나다의 인구급증 또한 주택 수급 불균형에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인구는 지난 6월16일 4000만 명을 돌파했는데 인구증가로 주택 수요가 급증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BOC는 캐나다 주거비 상승의 핵심 요소는 짚지 못했다. 캐나다에서 주택업체들은 저소득층과 이민자, 유학생들의 수요가 많은 소형 주택보다는 주로 대형 주택을 지어 공급하기 있기 때문에 주택 공급 불균형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그것이다. 방 한 칸짜리 주택 임차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많은 이들이 스스로 노숙자가 되어 노숙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게 오늘날 캐나다의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BOC가 아무리 금리를 올린다고해도 '주거비발' 근원물가 상승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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