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원유시장, 수요 감소 우려가 중동발 공급감소 공포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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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원유시장, 수요 감소 우려가 중동발 공급감소 공포 대체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11.11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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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2% 반등했지만 일주일간 4% 이상 하락...중국 디플레 우려 영향

국제유가는 10일(현지시각) 낙폭 과다에 따른 저가매수세 유입이 이어지며  2%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이번 한주 동안 4% 이상 하락했다.원유 시장은 중동발 공급감소보다 는 세계 원유수요 둔화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 유가는 앞으로 더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 하락은 물가안정에 기여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중앙은행의 고금리 긴축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정유사들에겐 정제마진 하락이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저가매수세 유입에 국제유가가 10일(현지시각) 2%가까이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한 주간 4% 이상 하락했다. 원유시장은 중동발 공급감소 공포보다는 원유수요 감소 가능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 노을을 배경으로 보이는 원유 채굴 펌프 잭의 모습. 사진=캐나다 파이낸셜포스트
저가매수세 유입에 국제유가가 10일(현지시각) 2%가까이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한 주간 4% 이상 하락했다. 원유시장은 중동발 공급감소 공포보다는 원유수요 감소 가능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 노을을 배경으로 보이는 원유 채굴 펌프 잭의 모습. 사진=캐나다 파이낸셜포스트

이날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원유(WTI) 12월 인도 선물은 전날에 비해 1.9%(1.43달러) 오른 배럴당 77.17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1월 인도 선물은 1.8%(1.42달러) 오른 배럴당 81.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와 WTI는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3 주 연속 주간 하락세를 이어갔다. WTI는 이번주에 4.2%,최근 3주간 13% 각각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한주간 4.1% 내렸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식 부전문위원은 11일 "단기 과매도 인식 하에 저가 매수세가 이틀 연속 유입되고 OPEC+ 회의 2주를 앞두고 이라크가 감산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 반등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이번주 원유시장에서는 중국 경제지표가 약세, 미국과 세계 경제둔화에 대한 공포가 화제였고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중국에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도 침하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지면서 원유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 생산자물가, 수출 모두 감소하고 있다.  중국 허베이성 화베이지구의 신흥공업지대인 스자좡(Shijiazhuang) 수퍼마켓에서 손님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중국에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도 침하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지면서 원유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 생산자물가, 수출 모두 감소하고 있다.  중국 허베이성 화베이지구의 신흥공업지대인 스자좡(Shijiazhuang) 수퍼마켓에서 손님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중동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의 정유업체들은 12월 공급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이는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하락) 가능성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지난 3분기에 바닥을 찍고 4분기에는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최근 나온 각종 경제지표는 중국 경제의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2% 하락했다고 9일 밝혔다. 보합세를 보인 9월(0%)과 시장전망치(-0.1%)를 모두 밑돈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식재료인 돼지고기 가격이 무려 30.1% 급락한 것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중국의 월간 CPI 상승율은 지난 7월 -0.3%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8월과 9월 각각 0.1%와 0%를 기록해 일부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2.6% 하락하면서 9월(-2.5%)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중국의 월간 PPI는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PPI는 원자재·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이 반영돼 제조업 경기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지표다.

중국의 10월 수출 실적도 기대에 못미쳤다. 중국해관총서(세관)는 10월 수출액(달러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6.4% 줄어들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3.3%)를 크게 밑돈다.중국의 수출은 지난 6월과 7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4%와 14.5% 줄어들며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인 뒤 8월(-8.8%)과 9월(-6.2%)에 한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며 일부 회복세를 보였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독일 투자은행 코메르츠방크의 바르바라 람브레히트 분석가는 투자자 노트에서 "시장에서 정서가 이동했다"면서 "지정학 리스크 프리비엄은 크게 조정받았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수요 우려가 중동 분쟁과 관련된 생산 중단에 대한 두려움을 대체했다는 것이다.  

프라이스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분석가는 "국제유가 반등은 주말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과도한 숏포지션을 정리하면서 나타난 기술 차원으로 해석된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중동발 공급차질 공포에서 세계 수요둔화 우려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RBC캐피털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분석가는 "중국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와 거시 전망을 고려할 때 사우디의 감산 연장 가능성이 확실하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OPEC+ 차원의 합의 감산 외에 자체 하루 100만 배럴과 하루 30만 배럴의 감산을 유지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분석가들은 유가가 계속 떨어지면 OPEC+(플러스)가 감산규모를 확대할 소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산유국간 협의체인 OPEC+는 이달 26일 회동해 합의감산 연장여부를 결정한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WTI 가격 배럴당 70달러 후반대 흐름을 예상한다"면서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와 Fed의 추가 긴축 우려 등 유가 하방 요인은 상존하지만 타이트한 공급 환경이 여전히 유가 하단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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