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낀 '가짜 농업인' 태양광 장사 일벌백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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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낀 '가짜 농업인' 태양광 장사 일벌백계해야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11.12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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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지 않는 '가짜 농업인'들이 농민에게 주는 특혜를 노리고 소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다가 감사원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더욱이 가짜 농업인 중에는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6명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준다. 한국전력, 한국농어촌공사 등 8개 공공기관 임직원 250여 명은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해 돈을 번 사실도 드러났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농가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가 가짜 농업인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한전은 적자가 쌓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7일 기준으로 전국에는 태양광발전소가 14만1970곳인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전국 태양광발전소 현황. 사진=재생에너지클라우드플랫폼
7일 기준으로 전국에는 태양광발전소가 14만1970곳인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전국 태양광발전소 현황. 사진=재생에너지클라우드플랫폼

감사원에 따르면 공무원 A 씨는 농사를 지은 적이 없는데도 마을 이장의 서명이 들어간 경작사실확인서를 위조해 2018년부터 농업인 행세를 하다 적발됐다. 발전량 100kW(킬로와트) 이하 소형 태양광발전소를 농민이 운영할 경우 20년간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전기를 사주는 등 각종 혜택을 주는 정책의 허점을 노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7월 100kW 태양광발전소의 경우 농축산어업인 자격만 증빙하면 조건없이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국형'FIT(Feed in Tariff)'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서울에 근무하는 회사원들에게도 태양광발전소 사업을  권유하는 브로커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 

A씨처럼 서류를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거짓 등록한 가짜 농업인은 올해 8월까지 5년간 이 제도가 적용된 2만4900여 명 중 800명가량으로 나타났다. 전수 대상의 37%인 9200명은 농업 외 다른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돈이라면 선량한 것으로 간주돼온 농어민조차 양심을 버리고 공직자도 도덕성쯤은 얼마든지 내팽겨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신분을 보장하되 영리 업무를 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돈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런 문제가 생긴 데는 농토에 태양광발전소를 세우기만 하면 이득을 볼 수 있는 제도의 허점도 한몫을 했다.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농민·어민·축산농가가 세운 태양광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라면 일반인 발전소의 3배 이상 사줬다.

전국의 농토와 산지, 저수지 등을 막론하고 도처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설 때 이런 폐해는 예고됐다. 가파른 산지에 세운 태양광발전소 때문에 산사태가 비일비재했지만 태양광발전소는 계속 늘어났다. 재생에너지클라우드플랫폼에 따르면, 7일 현재 전국의 태양광발전소는 14만 1970곳으로 지역별로는 전남이 3만286곳으로가장 많고 경북 2만1473곳, 충남 1만8994곳, 경기 1만1510곳, 경남 1만341곳의 순이다. 발전소 용량은 총 2만2504 메가와트(MW),연간 발전량은 2582만3747메가와트시(MWh)다

정부와 한전은 태양광발전소 보급에만 급급해 부정수급 문제를 방치해 문제를 더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게 어렵다. 태양광발전소의 폐해는 지원금 부정수급 정도에 그치지 않고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중국산 태양광 설비가 저가 공세를 펼쳐 한국 시장을 점령하도록 하고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고사 위기를 맞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계절·일조량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태양광 비중이 커져 전력망의 안정성도 위협받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질 낮은 전기를 비싸게 사주느라 한전의 적자도 폭증했다. 한전은 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요금을 올려야 했다. 농어민의 소득 보장을 위한 태양광발전 때문에 한국의 태양광 기업들이 고사당하고 온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면 과장일까?

이번 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필요하지 않다거나 비율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하고 싶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비율을 오는 2030년까지 전임 박근혜정부의 11.7%의 근 3배인 30.2%까지 급격히 늘렸는데 윤석열 정부는 21.6%로 낮추겠다고 밝혀놨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태양광 풍력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과 캐나다와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풍력 발전을 확대하고 있다.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력발전은 되도록이면 자제한다.우리나라도 국제 사회의 온실가스 저감 노력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감사 결과는 현행 제도의 수정 보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아무나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서류를 위조해 공돈을 빼먹을 수 있는 구멍투성이 제도와 허술한 관리 체계를 그대로 둬서는 곤란하다.부당이득을 챙긴 가짜 농민과 공직자는 철저히 수사해 일벌백계식으로 처벌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불법으로 챙긴 이익도 모두 토해내도록 하는 것은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정부 당국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현재의 폐해를 눈감고 간다면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에 사업 자체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가짜 농업인을 양산해 국민의 주머니에서 곶감 빼먹듯이 돈을 훔치도록 유인을 제공할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정부와 한전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공직자들은 경각심을 갖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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