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니산 니켈에 IRA 혜택 부여 논란...'중국만 배불린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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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니산 니켈에 IRA 혜택 부여 논란...'중국만 배불린다' 비판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11.13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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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조코 위도도와 핵심광물협정 체결 논의...상원 반대, 환경오염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특수강 소재이면서 이차전지 양극재 소재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니켈 최대 매장국인 인도네시아와 미국과 '핵심광물협정' 체결을 논의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적용해 인도네시아산 니켈에 미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인데 이 경우 인도네시아 광물시장을 지배한 중국만 배를 불릴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결과는 미지수다. 미국이 유일한 니켈광산은 몇 년 후에 문을 닫을 예정이며 미국내에서는 니켈 제련소가 없어 미국은 니켈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GEM이 소유한 인도네시아 QMB 니켈제련소의 니켈 프로젝트 전경.사진=QMB
중국 GEM이 소유한 인도네시아 QMB 니켈제련소의 니켈 프로젝트 전경.사진=QMB

인도네시아 정부는 광물 정·제련과 같은 다운스트림(하류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2020년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하는 대신 광물회사들에 정·제련소를 세워 광물 원광이 아닌 제품 형태로 수출하는 것은 허용했다. 이후 GEM 등 중국 정·제련 업체들이 대거 인도네시아에 투자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니켈 매장량은 약 2100만t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고, 연간 생산량은 160만t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세계 니켈 산업규모는 335억 달러이며 공급 과잉상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을 방문하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이 협정 체결 방안을 논의한다고 3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 9월6일 자카르타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양국 광물협정 체결 논의를 요청했다. 

지난 3월 발표한 IRA 세부 규칙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가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EV 배터리 원자재로 사용된 광물의 일정량이 북미에서 생산 혹은 조립되거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생산돼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았지만 미국과 FTA에 준하는 핵심광물협정을 체결하면 그런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네시아와 협정을 체결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바이든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수 등 환경 오염, 남벌, 노동 착취 등을 염려하고 있으며 미국 의회, 노동 단체 등과 추가 협의를 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소식통은 "중요 광물 협정에 대한 협상을 발표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이 많다"고 전했다.

미국 상원의원들이 인도네시아 핵심광물협정(CAM) 체결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협정 체결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인도네시아 니켈 시장을 지배하는 중국만 수혜를 누리고,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의 광산 기업은 그 혜택을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는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고 중국에서 가공된 니켈은 IRA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있는 AKP사의 니켈광산 전경. 사진=AKP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있는 AKP사의 니켈광산 전경. 사진=AKP

미국을 전기차 산업의 주역으로 바꾸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의 유일한 니켈 광산은 몇년 안에 문을 닫을 예정으로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탤론메털스가 노스다코타의 니켈 제련소에 자금을 댈 수 있도록 1억1500만 달러를 지급했다. 이 제련소는 테슬라에 니켈을 공급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탤런메털스가 미네소타 니켈 광산 허가를 요청했지만 원주민 반대에 부딪혔다는 점이다. 이에 미국 광산업체들은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 공급을 추구하기 보다는 국내 프로젝트 허가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흔적은 별로 없어 보인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인도네시아 니켈 사업에 36억 달러(약 4조 8400억 원)를 투자하는 등 니켈 가치사슬 장악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연간 16만 4000t의 니켈 가공품인 MHP(니켈 코발트 수산화 혼합물)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3개를 운영하고 있다.인도네시아는 니켈 원광석을 중국으로 보내 선철을 생산한 다음 다시 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기업도 미국 IRA를 노리고 인도네시아 니켈 시장에 뛰어들었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 7일 1330억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AKP광산의 지분 60%를 인수하고 경영권을 확보하기로 했다. AKP광산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모로왈리 산업단지 인근에 있는 니켈 광산이다. 광산 면적은 2000ha(헥타르)로 여의도 면적(290ha)의 7배에 이른다. 원광 기준 매장 자원량 5140만t 중 검증된 가채광량은 3600만t이다. 전기차 700만 대분에 해당하는 규모다.

포스코홀딩스는 인도네시아 할마헤라(Halmahera) 섬 웨다베이(Wedabay) 공단에 4억 4100만 달러(5100억 원)을 투자해 니켈제련소를 짓고 있다. 2025년 상업생산에 들어갈 이 제련소는 연간 5만2000t(니켈 함유량 기준) 수준의 니켈 함량 70~75%의 중간재 '니켈매트'를 생산할 예정이다.이는 전기차 1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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