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체연료 개발 핵심 '산화알루미늄' 대량 수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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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체연료 개발 핵심 '산화알루미늄' 대량 수입한 이유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1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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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간탄도탄(ICBM), 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고체연료 산화제용

북한이 로켓 고체연료의 핵심 소재인 산화알루미늄(알루미나)을 올해 중국에서 네차례에 대량으로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크사이트를 바이에르법으로 제련해 생산하는 분말 형태의금속인 산화알루미늄은 군사, 우주∙항공 분야에 쓰이는 금속 알루미늄의 주재료이며 연마재, 세라믹, 유리 제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널리 쓰인다.

산화알루미늄 분말. 사진=세라믹글레즈스닷컴
산화알루미늄 분말. 사진=세라믹글레즈스닷컴

산화알루미늄은 내열성이 좋고, 열전도율이 높으며 강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미사일의 엔진 부품, 고체연료의 구성 요소 등에 사용될 수 있어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소재 중 하나로 꼽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06년에 결의한 1718호는 북한 핵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과 기술의 이전을 포괄 금지한 만큼 북한과 중국간 산화알루미늄 거래는 유엔 대북 제재 위반으로 간주된다. 산화알루미늄이 특정 제재 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이를 미사일 기술에 사용한다면 당연히 제재 대상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 의회 산하 공영방송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의 북중 간 무역 통계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3월과 5월, 8월, 10월 등 네 차례 중국에서 대량의 산화알루미늄을 수입했다.  북한은 지난 3월 중국 산둥성에서 산화알루미늄 3만1880kg을 1만5000달러에 수입한 데 이어 5월에는 안후이성에서 24만kg (10만2240달러), 8월과 10월에는 광둥성에서 각각 6만kg(2만5560달러)을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RFA는 전했다.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동안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산화알루미늄은 총 39만 2000kg, 약 17만 달러 규모다. 

북한은 최소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으로부터 산화알루미늄을 꾸준히 수입했지만, 코로나 대유행 기간인 2021년과 2022년에는 산화알루미늄 수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RFA는 북한이 올해를 기점으로 산화알루미늄의 수입을 본격 재개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북한의 산화알루미늄 수입 재개가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이 수입한 산화알루미늄이 미사일 프로그램과 고체 연료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방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의 신승기 연구위원은 RFA에 "다양한 고체 추진제 중에 복합 추진제가 있는데, 추력 등을 높이기 위해 RDX나 HMX와 같은 고성능 폭약 또는 알루미늄 등을 첨가한다"면서 "산화알루미늄의 경우 산소가 결합해 있어 고체 추진제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는 산화제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신승기 연구위원은 "알루미늄을 제련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기가 필요한데 북한의 전기 사정을 고려했을 때는 알루미늄을 대량으로 제련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일반 산업에서 쓰일 수도 있지만, 최근 북한 전체 산업 중에서 가장 크게 발전하고 있는 부문이 군수 산업이란 점에서 볼 때 여기에 사용될 가능성이 상당히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지난 11일과 14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용 고체연료 1, 2단 엔진의 지상 분출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15일 보도했다. 고체 연료에 사용되는 추진제 연료나 산화제로 쓸 수 있는 산화알루미늄이 많이 필요하다.

또한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북한판 에이태킴스'인 KN-24,대구경 방사포 KN-25와 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통해 각 부대 배치를 추진하는 시점이어서 고체 추진제가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 북한은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연료나 산화제 구성 물질 외에 추가로 필요한 부분은 러시아나 중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다고 신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또 신 연구위원은 "특히 2019년부터 북한이  KN-23과 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화성-18형'까지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왔다"고 덧붙였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연구위원은 RFA에 "산화알루미늄은 고체연료에 들어가는 가장 핵심 요소로 꼽을 수 있다"면서 "해관총서에 나타난 거래 기록은 중국의 지원 아래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강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ttchung@ha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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