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연 3.50%로 또 동결...가계·기업 부채, PF부실 선제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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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연 3.50%로 또 동결...가계·기업 부채, PF부실 선제 차단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3.11.30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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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연속 동결...내년 성장률 2.2%→2.1%로 하향, 2025년 물가 2% 목표 달성

한국은행이 지난 2·4·5·7·8·10월에 이어 30일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동결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낮출 만큼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이유로 금리를 올렸다가는 소비와 투자를 더 위축시키고 가계·기업 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위험을 키울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PF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직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한몫을 했다.

한국은행이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높은 금리가 유지되면서 그로 인한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작은 기관, 건설사 등이 고금리 지속으로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억제 방안에 대해 "가계부채 절대액이 늘어나지 않게 하는 정책을 하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번 정부가 끝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얼마나 줄었는지 판단해주면 좋겠다"면서 "속도를 조절하며 천천히 줄이는 게 좋고, GDP 대비 비율을 지켜보자고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 총재는 "섣불리 부양하면 부동산 가격만 올리고 중장기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성장률은 구조적 문제로 해결해야지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물가도 높고 금리도 높은 상황에서 취약계층, 빚을 많이 낸 사람들, 소득이 낮은 사람은 굉장히 어렵다"면서 "통화정책이 아니라 재정정책을 통해서라도 어려운 계층은 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까지 수렴하는 기간은 내년 말이나 2025년 초반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한은은 7번 연속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것은 성장 부진 속에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만 계속 커지는 상황을 감안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를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은 2.2%에서 2.1%로 낮춰 잡았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 등 물가지표가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점, 국제 유가가 비교적 안정돼 당장은 물가 여건이 크게 나쁘지 않은 점도 한은의 인상 압박을 덜어줬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5.50~5.75%로 우리보다 높은데 12월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는 미국도 지난달부터 확연한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가 14일 발표한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2%로 9월 3.7%보다 둔화했다. 7월(3.2% 상승)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또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4.0%로 2021년 9월(4.0%)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5% 하락해 2년 반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또 미국 시각으로  30일에 나오는 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10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달보다 3.5% 올라 9월의 3.7% 상승에서 상승폭이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민지희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이 2%대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당분간 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내년초까지 3.50%로 한은의 금리 동결을 전망한다"면서 "미국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잔존하는 상황에서 금통위의 피벗 시나리오도 배제되지 않을 것 같은 만큼 내년 2분기 한은의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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