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감산, 유가 상단 아닌 하단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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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감산, 유가 상단 아닌 하단 지지"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3.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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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일부 산유국, 내년 1분기 220만 배럴 자발적 감축 결정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 소속 일부 산유국이 내년부터 스스로 일일 원유 생산량을 220만 배럴 추가로 줄이기로 지난달 30일 결정했다. 이런 감산규모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릴지, 하락하는 유가를 떠받치는 수준에 그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신한투자증권은 OPEC+ 감산은 유가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OPEC+는 기존 OPEC 회원국에 러시아 등 비OPEC 국가들을 포함한 주요 산유국 협의체로 내년 6월 회의를 연다.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 가 지난달 30일 감산규모를 공식 합의하지 못해 일부 산유국들이 내년 1~3월 말까지 하루 총 220만 배럴을 자체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자발적 감산은 유가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달러와 석유채굴기를 조합한 그래픽. 사진=한국석유공사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 가 지난달 30일 감산규모를 공식 합의하지 못해 일부 산유국들이 내년 1~3월 말까지 하루 총 220만 배럴을 자체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자발적 감산은 유가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달러와 석유채굴기를 조합한 그래픽. 사진=한국석유공사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OPEC+는 지난달 30일 열린 정례 회의에서 감산에 공식 합의하지 못해 일부 회원국들이 스스로 2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 3월 말까지 시행되는 자발적 감산 규모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 배럴, 이라크 22만 3000배럴, 아랍에미리트(UAE) 16만 3000배럴, 카자흐스탄 8만 2000배럴, 알제리와 오만이 각각 5만 1000, 4만 2000배럴이다.

러시아도 50만 배럴을 줄이기로 했다.

OPEC+ 참여 23개 산유국은 세계 원유 생산량 가운데 대략 40%를 차지하는 만큼 국제 원유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OPEC+ 참여 일부 산유국들의 자발적 감산 규모. 사진=신한투자증권
OPEC+ 참여 일부 산유국들의 자발적 감산 규모. 사진=신한투자증권

OPEC+참여국은 유가가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합의해서 하루 원유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OPEC+는 지난해 10월 일일 하루 생산량을 200만 배럴 감축하기로 했고 올해 4월에는 하루 165만 배럴을 추가로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두 차례 감산량이 모두 365만 배럴에 이른다. 이는 하루 세계 원유 수요의 3.6%를 차지한다.

이들은 목표 유가를 공식 발표하지는 않지만 국제기구의 발표를 통해 목표 유가를 추정할 수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OPEC을 사실상 주도하는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국가 지출 수요를 뒷받침하려면 유가가 배럴당 86달러 수준이 돼야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사우디 정부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면서 국가경제의 야심 찬 개혁을 위한 자금 조성, 원유 수출에 대한 의존도 감축, 젊은 인구를 위한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우디와 쌍벽을 이루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벌이고 있는 전쟁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유가가 오르기를 원하고 있다.

OPEC+는 유가를 올리기 위해 그동안 감산을 단행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다. 합의 감산 규모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감산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탓도 있다. OPEC+ 에 참여하지 않는 미국 등 산유국들의 증산이 감산 규모를 상쇄한 결과일 수도 있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의 경우 최근 몇 주 동안 배럴당 80달러 초·중반대에 머물러 있었는데 1일 이 벽이 깨졌다.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규모가 시장 기대치(하루 100만 배럴)에 못 미쳤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1일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내년 1월 인도 선물은 전거래일(11월30일)에 비해 2.5%(1.89달러) 내린 배럴당 74.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이번 주에만 1.95% 하락해 6주 연속 약세를 보였다. 6주간 하락률은 16.54%에 이른다.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2월 인도분도 2.2%(1.80달러) 하락한 배럴당 79.06달러에 거래됐다.

이번 자발적 감산은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공식 합의가 아니라 일부 국가가 스스로 하는 감산 결정 형식을 따른 것이어서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 OPEC은 추가 감산이 끝나면 시장 안정을 위해 자발적 감산분이 시장 상황에 따라 점차 환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감산분이 복원돼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많아지면 유가는 강한 하락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2대 산유국인 앙골라의 산유량이 변수다. 앙골라는 자국의 생산 쿼터에 불만을 갖고 OPEC 이 정한 하루 111만 배럴의 생산량을 초과하는 원유를 생산할 것이라고 공언해놓았다. 앙골라의 10월 사유량은 117만 배럴로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러나 앙골라의 행보는 OPEC+ 내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산유량. 사진=신한투자증권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산유량. 사진=신한투자증권

여기에 내년 1월 OPEC+ 합류할 예정인 브라질의 감산대열에 합류할지도 미지수다. 세계 10대 산유국인 브라질이 감산대열에 뛰어든다면 유가는 상승탄력을 받을 수 있고 그 반대의 현상도 생길 수 있다. 미국 석유시장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이날 "브라질의 최근 몇 달 산유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면서 브라질이 감산대열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한투자증권은 OPEC+ 회원국의 감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내년도 타이트한 수급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감산 강도가 예상보다 낮고 OPEC+ 내 합의 도출도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일 내놓은 경제분석 자료에서 "국제유가는 미국 원유 생산량 증가세와 수요 모멘텀 부진 등에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밑돌아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경우 OPEC+는 추가 감산을 도모하겠으나 실질 추가 감산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찬희 수석연구원은 "유가는 내년 1분기 배럴당 70~80달러 수준에서 횡보한 후 수요 둔화와 연동되며 완만한 하락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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