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임박한데 공급망 기본법 2년째 국회에서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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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대란 임박한데 공급망 기본법 2년째 국회에서 낮잠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12.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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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기재위 문턱 넘고 법사위 단계서 또 막혀

중국이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제2 요소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가 중장기 대책으로 마련한 공급망 기본법이 2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발의됐으나 법안 추진 주체를 둘러싼 여야간 첨예한 대치와 다른 법안들에 밀려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2년 사이 중국에 대한 요소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국회가 말로만 민생을 떠들고 정작 요소수 대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요소수 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요소수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요소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KG케미컬의 '녹 스케이' 제품이 팔려 비어 있는 6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요소수 판매대 모습. 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고 찾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사진=박준환 기자
요소수 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요소수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요소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KG케미컬의 '녹 스케이' 제품이 팔려 비어 있는 6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요소수 판매대 모습. 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고 찾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사진=박준환 기자

7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류성걸 의원이 발의한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공급망 기본법은 국가 전반의 공급망 관리를 체계화하는 법으로 정부 보증 채권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조성해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는 수입 기업들을 지원하고, 대통령 소속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공급망 기본법은 지난 2021년 11월 요소수를 겪으면서 필요성이 대두됐다. 중국이 자국 내 석탄 부족이 예상되자 석탄으로 만드는 요소 수출 중단 조치를 단행했다. 값이 저렴한 중국산 요소에 의지해온 국내 기업들이 수급 차질을 빚으면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요소수 대란이 벌어진 2021년 군당국이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차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전국 5개 주요 항만 인근 32개 주유소에 요소수 비축분 20만ℓ를 대여 형식으로 긴급 공급하기로 결정하자 병사들이 요소수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요소수 대란이 벌어진 2021년 군당국이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차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전국 5개 주요 항만 인근 32개 주유소에 요소수 비축분 20만ℓ를 대여 형식으로 긴급 공급하기로 결정하자 병사들이 요소수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정부는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2월부터 '공급망 기본법' 준비를 시작해 같은 해 10월 발의했다. 속도전 차원에서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했다.

그러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단계에서는 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요소수 사태가 진정되자 공급망 기본법 관련 논의가 뒷전으로 밀렸다. 공급망 컨트롤타워를 기재부가 맡는 것을 두고서도 여야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공급망 기본법은 지난 8월에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다음 단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파행하면서 다시 벽에 부딪혀 낮잠을 자고 있다. 

이처럼 공급망 기본법이 지지부진한 사이에 중국에 대한 요소 의존도는 더욱 높아져 또 '요소수 대란'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체 수입액의 약 71%를 차지한 중국산 요소는 올해 약 91%까지 올랐다. 지난 2021년 하반기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한 때와 비교하면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셈이다.

농업·비료용의 중국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지만 차량·산업용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농업용의 중국 의존도는 17.4%에 그치지만, 차량용은 대중 의존도가 90.2%에 이른다.

요소 수입 기업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만큼 중국 의존도를 단기간에 크게 낮추기는 쉽지 않다. 기업들에게 동남아산보다 가격이 10~15% 저렴하고 품질이 뛰어난 중국산 요소 수입을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6일 '제11차 경제안보 핵심품목 TF 회의'를 열어 요소 수급과 유통 현황을 점검하고, 공급망 기본법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조속히 통과되도록 국회와 적극 협의하는 한편, 요소를 포함한 경제안보 품목에 대해 관련 입법을 토대로 수입 대체선 확충 등을 위한 근본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공급망 기본법이 제정되면 공급망 기금 조성해 장기 저리 융자를 통해 공급망 다변화하는 등 기업 지원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2년 전과 같이 큰 혼란을 겪으면 어떤 식으로든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지원할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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