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 지대공 미사일 등 정밀 유도무기를 생산하는 방산업체 LIG넥스원의 주가가 11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미국의 4족 로봇업체 고스트로보틱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 증권사들은 목표가를 상향해 주가 상승이 계속될지에 투자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방산 매출 상승폭이 제한된 상황에서 매출증가를 예상되는 새로운 사업을 추가한 탓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이날 전거래일에 비해 29.92% 오른 12만8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로써 시가총액은 2조 8182억 원으로 불어났다.
LIG넥스원 주가는 9월부터 줄곧 8만~9만 원대 박스권을 유지했다가 이날 폭등한 것이다.
이는 지난 8일 장 마감 후 미국의 4족 보행 로봇 개발업체인 고스트로보틱스의 지분 60%를 인수해 미래 성장 플랫폼을 확보하고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LIG넥스원은 이 회사 지분 60%를 3150억 원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5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설립된 고스트로보틱스는 상업용은 물론 군용 4족 보행 로봇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주력 모델인 '비전60'이 지난 6월 서울 용산공원에서 대통령 집무실 경호용 로봇으로 시험 운용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비전60은 길이 85cm, 배터리 포함 무게 51kg인 로봇으로 경사 30도, 측면경사 15도를 오를 수 있고 경사 계단은 40도까지 오를 수 있다. 창애물 충돌 회피, 장애물 인식과 자동회귀모드를 갖고 있다. 통신은 5G,와이파이 등으로 가능하며 탑재중량은 10kg이며 최대 20kg까지 가능하다. 최고속력 시속 10.8m로 주행한다. 배터리는 비전모드를 사용할 경우 최대 3.15시간, 블라인드모드를 사용하면 10시간 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경쟁사로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톤다이내믹스도 4족 로봇, 특히 군용 전환이 가능한 로봇개도 생산하지만 주로 안전 관련 임무를 수행하는 데 초점을 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증권가는 대체로 긍정 평가한다. 다올투자증권은 이날 LIG넥스원에 대해 '나에게 로보트의 멀티플을 달라'는 보고서를 통해 투자의견 '매수'의 신규 리포트를 발행하고 목표가 16만 원을 제시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닉사업(대외비 국방 기술 사업) 중심의 구조 때문에 저평가받은 LIG넥스원의 멀티플(기업 가치 배수)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비이성적인 과열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되 목표가를 15만 원으로 높였다. DB금융투자는 '로봇+방산의 시너지 기대'라며 투자의견 '매수'의 신규 리포트를 내고 목표가 14만 원을 내놓았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42%의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로 사업 영역을 민간으로 확장하는 등 성장성을 확보했다"며 목표가를 종전 11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상향했다.
LIG넥스원에 따르면 올 3분기 매출(연결기준 5360억 원)의 약 99%가 순수 방산 부문에서 나왔다. LIG넥스원이 생산하는 무기는 지대공 미사일 천궁, 대전차미사일 현궁, 함대공 미사일 해궁 등이다.
신중론도 나왔다. 고스트로보틱스가 비전60의 국내 판권을 이미 국내 스타트업인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에 넘겼기 때문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2026년까지 비전60에 대한 국내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후 LIG넥스원이 국내 개발, 생산, 판매를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수영 기자 isu202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