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골라 OPEC 탈퇴, 석유 카르텔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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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 OPEC 탈퇴, 석유 카르텔 무너지나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12.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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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4거래일 만에 하락

아프리카 산유국 앙골라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로 글로벌 석유 카르텔이 붕괴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앙골라는 하루 11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나라로 OPEC 내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다른 산유국들이 앙골라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위협으로 이달 들어 최고치까지 오른 국제유가는 이 소식에 4거래일 만에 내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건물. 사진=OPEC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건물. 사진=OPEC

아프리카 2대 산유국인 앙골라는 21일(현지시각) OPEC 탈퇴를 발표했다. 디아만티누 아제베두 앙골라 광물자원석유가스부 장관은 이날 대통령 성명을 전하면서 "우리는 앙골라가 OPEC에 남더라도 아무 이익이 없다고 느껴,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탈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앙골라의 OPEC 탈퇴는 2007년 가입 이후 17년 만이다. 앙골라가 빠지면 OPEC 회원국 수는 12개로 줄어든다.

앙골라는 지난 11월 OPEC+(플러스) 회의에서 OPEC이 유가 부양을 위해 앙골라와 나이지리아 등의 내년 생산량 목표치를 낮춘 데 반발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대립한 산유국이다. 두 나라 사이의 균열은 이미 지난 6월부터 감지됐다. 앙골라의 산유량은 유전 노후화 등으로 지난 8년간 40%가량 줄었다. 투자 유치 등을 위해선 원유 생산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주앙 로렌코 정부의 판단이다.

앙골라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10만 배럴로 OPEC 전체의 생산량인 2800만 배럴과 비교하면 미미하고 원유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도 크지 않다. 그럼에도 앙골라의 OPEC 탈퇴로 회원국들의 단결력에 금이 가고 OPEC 회원국들이 산유량 조절과 관련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지면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앙골라의 OPEC 탈퇴는 비상을 주목을 받고 있다.

 

앙골라의 OPEC 탈퇴 발표 소식에 국제유가는 4거래일 만에 내렸다.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내년 2월 인도분 선물은 전거래일보다 0.4%(0.33달러) 내린 배럴당 73.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ICE선물거래소오 국제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2월 인도분은 0.4%(0.31달러) 하락한 79.39달러에 장을 마쳤다.  

두 유종 선물은 홍해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3거래일 연속 오르다 이날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아프리카의 산유국 앙골라가 OPEC 탈퇴를 선언하면서 원유 시장에서의 투자 심리가 악화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해운 정보 제공업체 케이플러의 매트 스미스 분석가는 "앙골라는 OPEC 내에서도 가장 생산량이 적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량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OPEC의 응집력과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OPEC은 국제유가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려는 싸움에서 지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필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분석가는 "앙골라가 원유 생산량 쿼터를 늘릴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외견상으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OPEC이 미국, OPEC 외 국가들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며 긴장을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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