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국제유가 올해 10%대 하락, 3년 만 처음...내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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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국제유가 올해 10%대 하락, 3년 만 처음...내년은?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12.30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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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세계경제 성장부진에 따른 수요감소 등으로 배럴당 80달러 이하 예상돼
웰스파고 WTI 71.50달러 전망

글로벌 원유수요 감소 전망 등의 영향으로 원유 선물 가격이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29일(현지시각) 3거래일째 내렸다.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은 올해 10%대 하락하면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떨어졌다. 유가는 올해 배럴당 7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 마감했는데 내년에도 100달러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옥시덴털 등 미국 석유회사들은 내년 유가를 배럴당 80달러를 예상한다.

북해 노르웨이 해에 있는 요한스베르드루프 유전 전경.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올들어 10.3% 내렸다. 사진=에퀴노어
북해 노르웨이 해에 있는 요한스베르드루프 유전 전경.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올들어 10.3% 내렸다. 사진=에퀴노어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WTI 내년 2월인도 선물은 전거래일보다 0.8%(0.12달러) 하락한 배럴당 71.65달러에 마감됐다. WTI 가격은 4분기에만 21.1% 급락했고 올해 연간으로는 10.7% 떨어졌다.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내년 3월 인도 선물도 전날에 비해 0.1%(0.11달러) 내린 배럴당 77.04달러에 마감됐다. 브렌트유도 4분기에 19% 떨어지고 한 해 동안 10.3% 하락했다. 

올해는 WTI와 브렌트유 모두 2020년 이후 3년 만에 첫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WTI 가격 추이. WTI는 올해 연간으로 10.7% 하락했다. 사진=마켓워치/팩트셋
미국 WTI 가격 추이. WTI는 올해 연간으로 10.7% 하락했다. 사진=마켓워치/팩트셋

국제금융센터의 황유선 책임연구원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도 일부 해운사의 홍해 운항 재개 계획에 따른 공급차질 우려 완화, WTI의 실물 인도처인 쿠싱지역 원유재고 10주 연속 증가 등에 따른 하방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유선 책임연구원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인플레이션 완화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중단 기대 등에 따른 상승압력에도 원유수요 증가세 둔화 우려와 미국, 가이아나와 같은 비OPEC 국가들의 생산 증가 등으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날은 미국 경기둔화를 보여주는 경제지표와 뉴욕증시 하락이 위험 자산인 원유에 대한 수요 전망 우려룰 불러 일으키며 국제유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2월 시카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9를 기록했다.시카고 제조업 PMI는 기준치 '50'을 밑돌면서 업황 위축 국면을 나타냈다. 지난 11월 55.8로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른 시카고 제조업 PMI는 12월 들어 급락했다. 12월 수치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예상치인 50.0도 밑돌았다.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간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감산 정책을 지속하면서 올해 여름 급등했으나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만큼 빠르지 않은 데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고 마켓워치는 분석했다.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한 데 이어 12월 들어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위협에 따른 물류 불안이 고조되며 유가를 반등시켰지만 상승세를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얻고 있다. 이날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구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하고 유엔이 중동지역의 지정학 분쟁 여파를 경고하자 원유공급 불안감이 부각되면서 국제유가는 소폭 상승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내년 유가 전망이다.투자자들은 내년에 원유시장이 공급과잉을 보일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주목하고 있다. 내년에도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유가는 약세를 보여 산유국이 바라는 배럴당 100달러로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내년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 성장 부진에 따른 원유수요 둔화 등으로 배럴당 평균 80달러 이하를 예상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투자한 미국 석유회사 옥시덴털의 비키 홀럽 최고경영자(CEO)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내년 WTI가 배럴당 평균 80달러를, 웰스파고는 이보다 훨씬 낮은 배럴당 71.50달러를 예상한다.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원유재고가 감소 추세로 전환돼야 하는 데 그렇지 않아 보이고 원유수요 측면에서 유가 상승압력을 자극할 요인이 당분간 없고 공급 측면에서는 OPEC+의 감산 이행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고 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지적했다.  

OPEC+ 산유국들은 내년 1분기까지 하루 220만 배럴의 원유를 자발 감산하기로 합의해 유가를 계속 올릴 방침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2대 산유국인 앙골라가 이달 중순 OPEC 회원국에서 탈퇴하면서 OPEC+ 산유국 협의체의 자발적 감산 노력이 내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XM의 마리오스 하드지키리아코스 선임 투자 분석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은 내년 원유 시장이 과잉 공급과 수요 부진에 시달릴 위험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면서 "OPEC+ 산유국들이 생산을 억제하고 가격을 지원하기 위해 반복해서 조치를 단행했으나, 원유 생산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미국에 점유율을 뺏길 수 있다는 점에서 OPEC+ 산유국들이 더 오래 동안 똑같은 전략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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