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KT&G 사장이 연임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그의 4연임은 무산됐다. 행동주의펀드인 싱가프로의 플래쉬라이팅파트너스는 줄곧 백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있고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기업은행 측도 반대의사를 낸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KT&G는 10일 백복인 사장이 이사회에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1993년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 공채 출신인 백 사장은 2015년 10월 사장에 올랐으며 2018년, 2021년 연임했다. 2002년 KT&G 민영화 이후 최장수 사장이다.백 사장은 지난해 1월 '미래비전 선포식'을 열어 KT&G 중장기 계획 초석을 다졌다. NGP(전자담배)‧글로벌CC(글로벌궐련)‧건기식 3대 핵심사업을 집중 육성해 오는 2027년 매출액 1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백복인 사장은 9일 "미래비전 달성과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한 차원 더 높은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인물이 차기 사장으로 선임되길 바란다"면서 "KT&G의 '글로벌 톱 티어 도약'과 변화를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T&G는 약 3개월이 걸리는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보고 및 주총 승인'의 3단계 절차로 차기 사장을 선임한다. KT&G는 이날까지 차기 사장 후보자를 공개 모집했다. 모집된 후보자는 지배구조위원회, 사장추천위원회 등 외부 전문가와 사내 기관 평가를 거쳐 추려진다. 새 사장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후보군은 KT&G 내부에선 현 사장과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다. 외부 인사는 서치펌 추천과 이날 마감하는 공개 모집을 통해 구성한다.
시선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기업은행에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KT 구현모 전 대표와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2분기말 기준 KT&G 지분 6.31%를 보유해 기업은행, 미국계 사모펀드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에 이은 세 번째 대주주다.
6.9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기업은행도 2018년 사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백 사장 연임에 반대했다.
또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지난주 입장문을 내고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해 "말장난 밀실 투표"라고 비판했다. FCP는 "KT&G는 사장 선임 과정이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3단계'로 진행된다고 밝혔지만, 이 세 기구는 모두 백복인 현 사장 임기 내 임명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실상 동일한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