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격리 권고안 무시하고 쇼핑센터를 찾는 노인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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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격리 권고안 무시하고 쇼핑센터를 찾는 노인들 왜?
  • 에스델리 기자
  • 승인 2020.03.19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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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쇼핑센터를 찾는 노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쇠고집인가?

프랑수와 르고(François Legault) 퀘벡 주수상이 17일(현지시각) 격리 권고안을 무시하는 청소년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쇼핑몰 출입을 고집하는 70세 이상 노인들에게도 비슷한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몬트리올 시내의 손꼽히는 대형 쇼핑몰 쁠라스 베르사이유(la Place Versailles)를 찾은 레몽 프리모(76세).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퀘벡 주수상의 권고안에 코웃음을 친다. 사진=주르날드몽레알
몬트리올 시내의 손꼽히는 대형 쇼핑몰 쁠라스 베르사이유(la Place Versailles)를 찾은 레몽 프리모(76세).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퀘벡 주수상의 권고안에 코웃음을 친다. 사진=주르날드몽레알

몬트리올의 최대 일간지 주르날 드 몽레알(Le Journal de Montréal)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심각성이나 정부 당국의 권고에도 아랑곳없이 평소처럼 살겠다는 일부 노인들의 얘기를 전했다. 

텅텅 비다시피한 쁠라스 베르사이유(la Place Versailles) 내부를 돌아다니는 이들은 하나 같이 70세 이상 노인들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므로 외부 출입을 삼가라는 정부의 권고를 무시한 이유를 물으니 하나 같이 "아직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으니까"라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92세라고 밝힌 라파엘 뽕빠(Raphaël Pompa) 옹은 주치의가 자기 심장이 앞으로 50년은 더 갈 거라고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또 다른 노인은 집에만 있으면 머리가 돌아버릴 것이라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정말로 신종 플루(H1N1)보다 나쁜 것이냐고 취재진에게 되묻기도 했다.

물론 정부의 권고안에 따라 쇼핑몰 출입을 자제하는 노인이 대다수다. 

올해 61세로 '자기네 무리 중 최연소'라고 밝힌 미셸 르메(Michel Lemay) 씨는 평소에는 예닐곱 명이 쇼핑몰에 모여 사람구경도 하고 담소도 나누고 했지만, 오늘은 자기 혼자뿐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70세 이상,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온종일 방 안에서만 지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72세의 할머니는 먹을거리를 사러 가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역시나 이름과 출신국을 밝히기를 사양한 어느 할아버지는 자기 나이가 '70세보다 훨씬, 훨씬 많다'면서 자신은 전쟁과 기아를 겪고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만큼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죄수처럼 갇혀 지내기는 싫다고 잘라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거나, 다른 병으로 죽거나, '숙환으로 별세'하거나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노인들의 말을 수긍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노인을 위한 나라도 없고, 노인이라고 비껴가는 바이러스도 없다.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허무한 인생이라지만, 결코 혼자 살다 혼자 가는 세상이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가장 확실한 대응책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몬트리올(캐나다)=에스델 리 기자 esdelk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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