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허영인 회장 곤욕 치르게 한 '밀다원'은 어떤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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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허영인 회장 곤욕 치르게 한 '밀다원'은 어떤 회사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4.02.0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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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전문 생산업체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계열사인 밀다원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밀다원이 주목받고 있다. 허영인 회장이 곤욕을 치르게 된 근본 원인인 밀다원은 SPC그룹이 2008년 인수한 전문 밀 가공업체다. 우리밀을 사들여 가공한 밀이나 미국과 호주, 캐나다산 밀을 갈아만든 각종 밀가루제품을 SPC그룹 계열사에 납품하는 비상장사다.

SPC그룹은 2022년 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4조 원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중견그룹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자산 규모는 ▲SPC삼립(별도 기준) 9663억 원 ▲비알코리아 6811억 원 ▲파리크라상(별도 기준) 1조7014억 원 ▲샤니 1942억원 ▲SPC 700억 원 ▲SPL 2616억 원 ▲섹타나인 3027억 원 등이며  23개 계열사가 소속돼 있다. 

SPC의 주력 회사인 파리크라상은 파리바게뜨(제빵), 파스쿠치(커피), 쟘바주스(음료) 등의 브랜드로 가맹사업을 하는 기업이며 허영인 회장(63.5%),허회장의 부인 이미향씨(3.6%), 아들 허진수(20.2%), 아들 허희수(12.7%) 등 총수일가가 지분 100% 를 보유하고 있다. 비알코리아는 아이스크림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브랜드로가맹사업을 한다.

허영인 SPC 그룹 회장. 사진=SPC
허영인 SPC 그룹 회장. 사진=SPC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4형사부(재판장 최경서)는 2일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는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등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허 회장의 혐의가 인정되려면 증여세 회피 목적과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 사이에 관련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둘 간에 관련이 없으므로 공소사실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

재판부는"'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선 지배구조 문제만 해소하면 될 뿐, 양도가액을 얼마로 정할지는 상호 간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증여세를 면할 수 있게 된 것은 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모두 가져갔기 때문이지 저가 매수했기 때문이 아니다"고 밝혔다. 법원은 "저가 거래가 허 회장에게 경제적 유인도 없다"며 배임 의도도 성립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여세 검토 결과에 따르면 주식 저가 양도로 인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될 금액은 7억3000여 만원 정도이지만, 허 회장은 파리크라상과 샤니 주식을 전부 소유하고 있었으므로 두 회사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 매도를 할 경우 오히려 허 회장은 손해를 입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SPC 밀다원 사일로 전경. 사진=밀다원
SPC 밀다원 사일로 전경. 사진=밀다원

밀다원은 1988년 삼진물산으로 설립된 기업으로 업력 35년인 회사다. 1999년 밀다원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식빵용 밀가루, 과자와 빵용 밀가루, 중력 밀가루제면용 밀가루,케익용 밀가루 등을 생산하는 제분 업체다. 밀다원은 전북 군산과 김제, 전남 해남과 강진, 부안, 경남 하동지역 등 주요 밀 생산지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꾸준히 우리밀을 수매하고 우리밀로 만든 제면, 제빵, 과자용 밀가를 생산한다. 밀다원은 또 호주산과 미국산, 캐나다산 밀을 갈아서 만든 밀가루를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삼립식품 등에 공급하고 있다. 

밀다원이 생산하는 우리밀 제품. 사진=밀다원
밀다원이 생산하는 우리밀 제품. 사진=밀다원

검찰은 허영인 회장 등이 총수 일가에게 부과될 증여세를 피할 목적으로 밀다원 주식을 저가에 양도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 2012년 1월 법 개정에 따라 신설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로 매년 8억 원의 세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SPC 측이 적정가 산정 없이 '저가'로 주식을 팔았다고 판단했다.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는 지배 주주가 특수 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경우 증여로 판단해 과세하는 제도다.

당시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은 255원에 삼립에 넘겨졌다. 검찰은 해당 거래로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각각 121억6000만 원, 58억 1000만 원의 손해를 입은 반면, 삼립은 179억7000만 원의 이득을 얻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 역시 피해를 봤다고 판단해 허 회장에게는 징역 5년을, 함께 기소된 조상호 전 SPC 총괄사장, 황재복 대표이사에게는 각각 3년을 구형했다.

SPC 원재료와 완제품 통행세 거래구조. 사진=공정거래위원회
SPC 원재료와 완제품 통행세 거래구조.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도 밀다원의 밀가루를 문제삼았다. 공정위는 SPC 제빵계열사들이 2013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밀다원이 만든 밀가루 2083억 원어치를 SPC삼립을 통해 구매하면서 5%의 통행세를 물었다고 주장했다. 3개 제빵사들은 삼립에 총 381억원을 지급했다. 3개 제빵 계열사는 2013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밀다원이 생산한 밀가루(2083억 원)를, 2015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에그팜, 그릭슈바인 등이 생산한 기타 원재료와  완제품(2812억원)을 삼립을 통해 구매했다. 이를 통해 3개 제빵 계열사는 연 평균 210개의 생산 계열사 제품에 대해 9%의 마진을 삼립에 제공했다.

공정위는 2020년 7월 총수 일가의 개입하에 SPC가  2011년 4월∼2019년 4월 그룹 내 부당 지원을 통해 삼립에 총 414억 원 상당의 이익을 몰아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647억 원을 부과하고 허 회장, 황 대표이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고법 행정6-2부(위광하 홍성욱 황의동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SPC삼립 등 SPC그룹 계열사 5곳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 등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을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하고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647억 원을 전액 취소할 것을 명령했다. SPC의 제빵 계열사들이 생산 계열사 제품을 구매할 때 삼립을 통하게 해 부당 지원한 행위, 일부 계열사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에 양도한 행위 등에 대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SPC는 선고 후 "사실관계가 규명되고 오해가 대부분 해소돼 다행"이라며 "판결문을 검토한 후 대응 방침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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