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선고받은 이재용 ...대규모 투자·M&A, 삼성 일신 나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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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선고받은 이재용 ...대규모 투자·M&A, 삼성 일신 나설듯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4.02.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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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투자 등 미래경쟁력 강화 나설 듯...글로벌 시장에서 룰 메이커 역할 요구받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 회계부정 혐의와 관련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2016년부터 괴롭힌 사법리스크에서 숨을 돌린 이 회장이 삼성의 경영 쇄신과 투자, 인수합병(M&A) 등에 적극 나설 것인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이 자리매김한 '굿플레이어'에서 '룰 메이커'로 역할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가 이재용 회장은 '친근한' 삼성그룹 회장에서 삼성의 미래를 열어 부동의 세계 일류 기업으로 이끌 선구자 경영자가 될 것인지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은 삼성전자 부회장 시절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은 삼성전자 부회장 시절 모습. 사진=삼성전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는 5일 오후 자본시장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뒤 3년 5개월여 동안 106차례 재판을 진행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번 합병은 시장에서 오래 전부터 예상됐으며 미전실에서도 지배구조 개편 관점에서 여러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합병비율을 정할 때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은 채 이재용 회장의 이득만 고려돼 합병 시점이 선택됐다는 주장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2015년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두 회사를 합병했다. 검찰은 이런 합병비율 산정이 이 회장의 안정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무리하게 이뤄져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보고 2020년 9월 기소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삼성전자 주주인 삼성물산은 1주도 없는 상황에서, 그에게 유리한 합병이 이뤄지도록 그룹 차원에서 제일모직 기업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은 낮추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새해 첫 경영 행보로 1월 10일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찾아 6G를 포함한 차세대 통신 기술 동향과 대응방안을 점검하고 연구원들과 기념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새해 첫 경영 행보로 1월 10일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찾아 6G를 포함한 차세대 통신 기술 동향과 대응방안을 점검하고 연구원들과 기념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최악의 사태를 면한 이 회장은 삼성의 미래 먹을거리 발굴과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58조 9400억 원을 올렸으나 영업이익은 6조 5700억 원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7조 7800억 원, 영업이익은 2조 820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8%, 34.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현대기아차그룹(각각 15조1269억 원, 11조 6079억 원)에 밀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일변도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 다변화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이 한 대형 M&A는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그래픽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개발한 32Gbps GDDR7(Graphics Double Data Rate) D램.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그래픽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개발한 32Gbps GDDR7(Graphics Double Data Rate) D램.사진=삼성전자

지난해 업황 침체라는 직격탄을 맞은 주력 사업인 반도체 사업에서 이 회장은 '초격차' 회복을 위해 쇄신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삼성전자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14조88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메모리는 미래 성장 동력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해 적기 투자를 놓쳐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렸고, 파운드리 사업은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삼성은 7년 전 반도체 부문에서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 LSI사업부를 떼어내 독립 조직을 만들었지만, 이들 사업부의 시장 점유율은 줄어들고 있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대규모 사장단 인사와 조직 개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중장기 프로젝트를 위해 현재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사업지원TF 대신 정식 컨트롤타워 조직이나 협의체 설립을 할 수도 있다. 또 이번 선고를 계기로 이 회장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등기이사 자리에 올라 경영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직 혁신과 미래 투자에 속도를 내려면 권한을 갖고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는 등기임원 복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주근 리더스경제 대표는 월간지 '신동아'에 기고한 글에서 "이재용 회장은 새로운 시대상에 걸맞은 ‘뉴 삼성’ 비전 찾기에 고심하는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을 앞세워 위기를 돌파해내며 글로벌 대기업으로 삼성을 성장시켰다. 이재용 회장도 현재 삼성이 처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낼지 비전을 제시할 때"라고 촉구했다. 박 주근 대표는 "시장에서는 안타깝게도 삼성이 혁신보다는 관리의 기업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면서 "30년 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할 때와 지금은 경영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바뀌었고 '굿 플레이어'에서 '룰 메이커"로 역할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강점을 지키며 환경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새로운 지혜가 필요한 시기"라면서 "이재용 회장이 어떤 리더십을 선보일지 주목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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