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미국 산유량에 달렸다...미국 '스윙 프로듀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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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미국 산유량에 달렸다...미국 '스윙 프로듀서' 자리매김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4.02.07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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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 러시아와 사우디는 스윙 프로듀서 아니다 지적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유조선 공격 등에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은 미국이 많은 원유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의 산유량 증감에  따라 국제유가는 변동하는 게 요즘 시장이다. 미국은 셰일오일의 생산을 바탕으로 원유 공급과 수요를 주도하면서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미국 셰일오일의 산지인 체사피크의 이글포드 유전 채굴기 전경. 사진=체사피크
미국 셰일오일의 산지인 체사피크의 이글포드 유전 채굴기 전경. 사진=체사피크

스윙 프로듀서'란 글로벌 석유시장에서 자체 생산량 조절을 통해 전체 수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산유국을 말한다. 스윙 프로듀서 역할은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담당했지만 사우디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감산 정책을 주도하면서 산유량이 크게 줄어들었고 스윙 프로듀서 역할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지난달 16일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100달러로 복귀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세계 스윙 프로듀서'는 러시아도 사우디아아라비아도 아닌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마켓워치는 당시국제유가는 3년사이에 처음으로 하락할 것이려 배럴당 100달러는 세계 원유시장을 죄는 OPEC+(플러스)의 노력을 미국의 역대 최대 생산이 상쇄하기 때문에 2024년 초에는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산유량은 지난해 11월 몇 주동안 역대 최대인 하루 1320만 배럴을 유지하다 12월1일로 끝난 주간에는 1310만 배럴로 10만 배럴 감소했다. 시장조사회사 케이플러(Kpler)의 맷 스미스(Matt Smith) 선도분석가는 지난해 연간 산유량은 2022년보다 약 100만 배럴 증가한 연펴윤 129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정유사들이 되도록이면 경질유를 많이 생산하면서 미국의 원유 생산과 수출은 계속 증가했다.

미국 노스다코타주 유전지대의 원유채굴기 당키헤드
미국 노스다코타주 유전지대의 원유채굴기 당키헤드

미즈호증권의 로버트 야거(Robert Yawger) 에너지 선물담당 이사는 마켓워치에 " 미국의 원유 생산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시시장 장악력에 눈에 띌 만하며 점차 늘어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미국은 이제 세계 스윙 프로듀서이며  사우디는 아니고 특히 러시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야거 이사는 "미국의 원유생산은 정치 이벤트가 아닌 시장 여건이 기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글로벌 기준유로 통하는 브렌트유 구성 원유에 미국 미들랜드 등급 원유가 포함돼 있다는 데서도 확인된다.이 원유는 미국 텍사스주 미드랜드에서 나는 경질유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ICE선물거래소는 브렌트유 바스켓에 미국 '미들랜드 WTI' 원유를 포함시켰는데 야거 이사는 "이는 미국산 원유가 국제 유가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최근 국제유가는 미국 산유량 등락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6일(현지시각) 선물가격은 한파 등으로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감소한 영향을 크게 받아 상승했다.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 선물은 전거래일보다 0.7%(0.53달러) 오른  배럴당 73.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선물가격의 이틀간 상승률은 1.43%에 이른다.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0.9%(67센트) 상승한 배럴당 78.66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유가 상승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올해 미국의 역내 원유생산량이 하루 17만 배럴 증가할 것이라며 기존보다 12만 배럴 가량 하향수정한 게 영향을 미쳤다.  올해 증가량은 지난해 예측한 하루 102만 배럴 증가보다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미국의 산유량은 지난해 11월과 12월 하루 1330만 배럴로 역대 최대를 갈아치웠다. 올해 1월에는 주요 유전이 있는 노스다코다주를 엄습한 강추에에 따른 원유채굴 중단으로 하루 1260만 배럴로  감소했다. 미국의 올해 전체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321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EIA는 단기에너지전망(STEO) 보고서에서 예상했다. 

EIA는 월간 생산량은 이달에  약 1330만 배럴로 회복하겠지만 올해 중순까지 계속 감소하고 연말에는 지난해 신기록을 초과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EIA는 2025년 생산량은 하루 39만 배럴 증가한 연평균 1349만 배럴에 이르러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산유량은 세계 2위의 산유국이자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크게 앞선다.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Worldometer)에 따르면, 사우디의 산유량은 지난해 1240만2761배럴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소비량은 하루 330만2000배럴로 세계 6위로 나타났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지난달 30일 에너지부의 지시에 따라 산유량을 하루 1200만 배럴에서 오는 2027년까지 1300배럴로 늘리려는 계획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석유 소비량은 올해 20만 배럴 증가한 2040만 배럴, 내년에는 10만 배럴 늘어난 2050만 배럴로 각각 예측했다. 

세계 원유 재고량은  후티 반군이 홍해 공격을 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1년 전에 비해 하루평균 80만 배럴 증가했고 지난해 연평균 하루평균 70만 배럴 늘어난 것으로 EIA는 평가했다.

국제유가는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배럴당 80달러 중간에 이르겠지만 전 세계 원유 재고 증가로  2분기에는 강한 하방압력을 받을 것으로 EIA는 내다봤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 협상에 큰 진전이 없는 데다 미국이 미군을 공격한 중동 무장세력에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서면서 중동 리스크에 따른 공급부족 우려도 유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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