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코코아 가격 역대 최고 t당 5874달러...엘니뇨로 서아프리카 수확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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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코코아 가격 역대 최고 t당 5874달러...엘니뇨로 서아프리카 수확 타격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4.02.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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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 현상

코코아 선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올들어 한 달여 만에 약 40% 상승해 t당 5000달러를 넘어섰다. 코코아 선물 가격이 t당 5000달러를 넘어선 건 관련 데이터가 있는 1959년 이래 처음이다. 종전 최고치는 t당 4663달러(1977년 7월 20일)로, 약 4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뛴 것이다.고온건조한 날씨로 주요 생산지인 서아프리카에서 코코아 수확이 타격을 받아 공급이 줄 것이라는 관측의 영향을 받은 결과다. 코코아는 초콜릿의 원료로 사용되는 농산물로 공급부족과 가격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허쉬 등 초콜릿 메이커들이 머지 않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코트디부아르 농부가 코코아콩을 까고 있다. 사진=쿠츠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농부가 코코아콩을 까고 있다. 사진=쿠츠아프리카

미국 경제방송 CNBC는 8일(현지시각) 코코아 선물가격이 올들어 약 40%(1000달러) 이상 폭등해 역대 이날 역대 최고치인 t당 5874달러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시장 조사회사 팩트셋에 따르면, 코코아 선물가격은 지난 1년 사이 100% 이상 폭등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2월7일 t당 2581달러에서 지난 2일 1977년 이후 처음으로 t당 5000달러를 돌파한 다음 7일 5410달러로 올랐다. 지난 2일 가격은 t당 5009달러로 전날에 비해 1.1% 상승했다.이는 1977년 7월20일(t당 4663달러) 이후 46년여 사이에 최고가였다. 

금융시장 전문매체 바차트(Barchart)는 코코아 선물가격은 지난해 11월 현물가격이 4개월 사이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코아 선물가격 추이. 사진=CNBC
코코아 선물가격 추이. 사진=CNBC

엘니뇨 현상으로 전 세계 코코아의 4분의 3을 생산하는 서아프리카에서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세계 2대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수확에 타격을 주고 있다. 코코아는 서아프리카의 아이보리코스트, 가나 등지에서 전 세계 공급량의 70%를 생산한다.

TD자산운용의 훔자 후엔(Humza Hussain) 상품 분석가는 CNBC에 "변화하는 날씨 패턴으로 코코아의 잠재 수확량이 항구 손상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잭 스코빌(Jack Scoville) 부사장은 지난 2일 낸 보고서에서 "서아프리카산 코코아 가용성이 제한된 데다 수요에 비해 올해 생산 부족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트레이더들은 새로운 생산부족 해를 염려하고 이런 생각들은 고온건조한 날씨로 서아프리카의 수확을 위협하고 있는 엘니뇨 탓에 더 강화되고 있다"고 적었다.  엘니뇨 현상은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독일 투자은행 코메르츠방크는 같은날 낸 보고서에서 "하르마탄의 영향으로 중간 수확 시즌이 시작되는 4월 작황이 한층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르마탄은 매년 11월부터 다음 해 3월 중순까지 서사하라의 북동부나 동쪽에서 서아프리카 지역으로 부는 황사 바람을 말한다. 코메르츠방크 분석가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 수출항에 도착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코아 시장이 공급 부족 현상이 올해까지 3년 연속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코메르츠방크는 지적했다.

앞서 국제코코아기구(International Cocoa Organization)는 지난해 서아프리카의 2024~25년 시즌 코코아 생산량이 14만6000t 줄면서 전세계 공급량이 4년 연속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미 농업협동조합은행 코뱅크의 빌리 로버츠 식음료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말 새로운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기 전까지 코코아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면서 "제과업체들이 연중 초콜릿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초콜릿 판매량이 전년 대비 한 자릿수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코아 가격 급등은 초콜릿 업체들에 원가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초콜릿 메이커들이 소비자 판매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상 실적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초콜릿 메이커 허쉬는 지난해 4분기 초콜릿 가격을 평균 6.5% 인상했다.

미셸 벅(Michele Buck) 허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역대 최고 수준인 코코아 가격 탓에 올해 허쉬의 실적은 보합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쉬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 3억 4900만 달러를 거뒀는데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약 12% 감소한 것이다.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 오른 26억 6000만 달러로 시장예상치 27억 2000만 달러를 밑돌았다. 

허쉬 매출의 90%는 미국에서 발생하고, 그 매출의 약 90%가 제과부문에서 발생하는 만큼 코코아 가격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  

벅 CEO는 "이처럼 최고 코코아 가격을 보면, 이는 역동적인 시장이며 난제"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전에도 시장 변동성과 투입비용 변동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벅 CEO는 "우리는 좋은 헤징 전략을 갖고 있고 올해 이들 투입 비용 가시성이 좋다"고 덧붙였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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