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금값을 웃돌며 귀금속의 제왕 자리를 차지한 백금족 금속 팔라돔 값이 같은 백금족 금속 '백금' 아래로 떨어졌다. 전기차 보급확대에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휘발유 자동차 수요가 줄면서 주요 수요처인 배기가스 저감 촉매제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팔라듐은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전 세계 채굴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세계 최대 생산업체는 러시아 노르니켈이며 남아공의 임팔라 플래티넘, 앵글로아메리칸 플래티넘이 주용 생산업체이며 한국에서는 LS MnM이 구리 제련 부산물로 생산한다. 세계 팔라듐 수요의 80%는 자동차 부문이 차지한다.
11일 광산업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 등에 따르면, 팔라듐 현물가격은 지난 8일 5년 만에 처음으로 백금 가격 아래로 떨어졌다. 수요 감소 우려가 강한 하락 압력을 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영국 시각 오전 9시41분 팔라듐 현물 가격은 온스당 878.78달러로 전날에 비해 1.8% 하락했다가 전날에 비해 2.8% 내린 온스당 869.6달러로 하락 마감했다. 이는 5년 사이에 최저치다. 백금은 이날 온스당 874.5달러로 마감했다. 이로써 두 금속의 가격은 역전됐다.
팔라듐 가격은 지난해 전년 대비 39% 하락했다.
팔라듐과 백금은 둘 다 촉매 전환장치에 쓰인다. 가솔린 엔진 배기가스 저감용 촉매장치에 호환된다. 최근년 들어 팔라듐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값이 더 싼 백금이 팔라듐을 대체하는 추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백금은 장식류와 다른 산업제품에도 쓰여 팔라듐 만큼 자동차 부문에 덜 의존한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지오반니 사투우노보( Giovanni Staunovo)분석가는 "자동차가 더 긴 사이클로 생산되고 있는 만큼 자동차 촉매제로 쓰이는 두 금속의 자리 바꿈은 앞으로 몇 년 안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팔라듐은 앞으로 더 지속해서 백금보다 싼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타우노보 분석가는 "저는 팔라듐보다 백금을 선호한다"면서 "이는 팔라듐 대신에 백금에 대한 자동차 촉매를 선호하는 대체 수요가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금속업체 존슨매티(Johnson Matthey) 조사에 따르면, 백금의 자동차 촉매 수요는 지난해 1년 동안 10% 이상 증가한 반면, 팔라듐 수요는 하락했다.
문제는 향후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확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점율이 높아지고 휘발유 엔진 차량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팔라듐 수요 또한 줄면서 가격 전망은 밝지 않다.
노르니켈은 지난 1월 올해 팔라듐을 덜 생산하겠지만 추가 감산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스위스 금속업체 헤라우스(Heraeus)의 헨릭 마르크스(Henrik Martx)는 로이터에 "앞으로 팔라듐 공급은 다소 안정된 반면, 수요는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