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가이아나 영토분쟁, 국제유가 상승 불씨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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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가이아나 영토분쟁, 국제유가 상승 불씨될까?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4.02.1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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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석유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가 이웃 가이아나를 군사침공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가이아나 분쟁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릴 분쟁의 씨앗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두 나라는 에세퀴보강 서쪽 15만9500㎢ 지역 '과야나 에세키바'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과야나 에세키바는 금, 다이아몬드 등 자원 매장량이 풍부한 데다 2015년 대규모 유전까지 발견된 이후 양국의 분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분쟁중인 남미의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 위치. 사진=위키피디아
분쟁중인 남미의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 위치. 사진=위키피디아

13일 미국 케이블방송 CNN,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원유가 매장된 가이나 지역 땅을 둘러싼 영토분쟁을 외교 해법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밝혀놓고도 국경지역의 군기지를 확장하고 정글의 최전선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12월15일 두 나라간 분쟁을 무력충돌 없이 해결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를 어겼다. 양측은 공동 선언문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를 위협하거나 상대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말이나 행동으로써 양측간 어떤 논란거리에서도 분쟁이나 불화가 악화하는 것을 삼가기로 합의했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오른쪽)과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4일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딘의 수도 킹스타운 국제공항에서 열린 영토분쟁의 해결을 위한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영국 BBC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오른쪽)과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4일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딘의 수도 킹스타운 국제공항에서 열린 영토분쟁의 해결을 위한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영국 BBC

앞서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지난 1월 위성사진을 분석해 베네수엘라가 가이아나 접경 쿠유니강에 있는 아나코섬 군사기지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고 열대우림 제거 등 기지 확장 공사 진행되고 있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쿠유니강은 에세퀴보((Essequibo)강의 지류이다.

해당 지역은 EXM 등이 운영하는 스타브룩(Stabroek) 블록 인접 지역이다. 스타브룩은 가이아나 핵심 유전이다. EXM이 지난 2015년 스타브룩 유전 발견 이후 2019년부터 원유를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이 유전 지분은 EXM이 45%, 쉐브론과 헤스가 30%, 중국 CNOOC 2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산유량은 은 리자(Liza) 1구역과 2 구역이 각각 하루 12만 배럴,  22만 배럴 등 총 34만 배럴이다. 2024년부터는 파야라(Payara)에서 하루 22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 3개 프로젝트의 생산량은 하루 56만 배럴로 늘어났다.

오는 2027년 생산량은 하루 120만 배럴로 예상된다. 이 유전 지대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베네수엘라와 트리니다드토바고와 달리 최상급 경질유다.  

베네수엘라와 가이아간 영토분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스페인에서 독립한 베네수엘라는 가이아나 에세퀴보(Essequibo)를 식민 지배한 영국과 영토분쟁을 벌였으나 1899년 국제중재재판소는 해당 지역을 영국령으로 판결했다. 이후 가이아나가 1966년  영국에서 독립하자 베네수엘라는 다시 영유권 분쟁을 벌였다. 특히, 2019년부터 EXM의 원유 시추로 가이아나가 신흥부국으로 떠오르자  심한 경제난을 맞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부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분쟁의 수위를 높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6일 가이아나 국토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에세퀴보 지역을 자국 영토로 편입하고 인구 조사를 하며, 국영 PDSVA에 자원 탐사개발 허가권을 부여한다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또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병합 의사 관련 국민투표를 95.9% 찬성표로 통과시켰다.

베네수엘라에 비교한 가이아나의 군사력은 새발의 피 수준이다. 베네수엘라는 15만명의 현역 군인과 동맹국 러시아의 현대식 무기를 보유한 반면, 가이아나는 국방군 3000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독립을 유지하려면 미국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이른 시일 안에 미국산 헬리콥터, 드론, 기타 국방 장비를 구매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바이든 수석고문은 가이아나의 방어 능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경제재제를 복원하며 가이아나를 거들고 나섰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공정한 대선을 전제로 2023년 10월부터 6개월 간 한시로 베네수엘라의 석유/가스 거래를 허가했지만 1월 말 야권 후보 마차도에 대한 15년 간 공직 선거 출마금지 판결이 마두로의 기존 약속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재차 경제제재를 복원하고 추가 조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증권 윤재성 연구원은 가이아나 접경지역에서 베네수엘라의 군사 움직임이 포착된 것과 관련해   "로이드시장협회(Lloyd's Market Association)의 해운 산업 위험 평가자들은 가이아나를 전쟁, 해적 행위, 테러의 영향을 받는 세계 지역 목록에 포함시켰다"면서 "이 때문에  가이아나 해역은 보험 비용 인상 등 홍해와 해 항로와 동일한 위험 수준으로 평가받게 됐다"고 전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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