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BRP, '스키두' 스노모빌 북한에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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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BRP, '스키두' 스노모빌 북한에 팔았나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4.03.0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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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모빌, 유럽연합의 제재대상

북한이 마식령 스키장에서 대북 제재 위반 품목인 스노모빌 장비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제품을 제조한 캐나다 업체는 북한에 어떤 제품도 판매하지 않는다며 자세한 정보가 없으면 추적 조사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캐나다 퀘벡주 발쿠르에 본사를 둔 BRP가 생산하는 스노모빌 '스키두'.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한 영상에 스키두로 보이는 스노모빌 차량이 여러 차례 포착돼 대북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BRP
캐나다 퀘벡주 발쿠르에 본사를 둔 BRP가 생산하는 스노모빌 '스키두'.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한 영상에 스키두로 보이는 스노모빌 차량이 여러 차례 포착돼 대북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BRP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TV가 최근 방영한 마식령 스키장 관련 보도 영상에 스키장에서 외국산 스키 장비와 리프트 등이 계속 운영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캐나다 기업 BRP의 '스키두(Ski-Doo)' 스노모빌과 비슷한 차량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영상에 등장한 게 스키두 3인승 스노모빌 차량이 맞다면  신차 기준으로 현재 최소 미화 약 1만 달러 이상에 팔리는 제품이다. 

스노모빌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럽연합(EU)이 대북 수출을 금지한 사치품에 해당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3년 채택한 대북 결의 2094호에서 보석과 귀금속, 요트, 고급 자동차 등을 사치품으로 규정하고 금수 조치했다. 이어 지난 2016년 채택한 의 2270호를 통해 기존 금수 대상 사치품을 7개에 12개로 늘리고 스노모빌과 스포츠 레크리에이션 장비, 고급 손목시계 등을 추가로 금수 대상 목록에 올렸다. 

EU도 지난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단행한 대규모 대북제재를 통해 '스키, 골프, 다이빙, 수상 스포츠를 위한 물품과 장비'를 비롯해 ‘땅, 하늘, 바다에서 사람을 이동시키는 고급 운송 수단과 부품’을 대북 금수 품목에 포함시켰다.

마식령 스키장에서 포착된 스노모빌 제조사인 캐나다의 BRP(Bombardier Recreational Products)는 "해당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 국무부 산하 공영방송인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회사는 캐나다 퀘벡주 발쿠르( Valcourt)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스키두', '씨두' 등의 브랜드명을 가진 스노모빌을 생산한다. BRP는 VOA에 "영상에 나온  차량은 '스키두 그랜드 투어링' 제품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엔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포함한 모든 관련 무역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우리는 북한에 어떠한 제품도 판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BRP홈페이지에 소개된 그랜드 투어링은 최저가가 1만1349달러인 고가품이다.

캐나다 BRP의 스노모빌 모델 '스키두 그랜드 투어링' . 사진=BRP
캐나다 BRP의 스노모빌 모델 '스키두 그랜드 투어링' . 사진=BRP

BRP 측은 '해당 차량의 북한 유입 경위 등 제재 위반 여부와 관련해 향후 조사 계획이 있느냐' 물음에 "차량의 구체적인 식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내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더 나은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면 차량을 식별하고 출처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실제로는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캐나다산 엔진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이란제 드론에 사용된 전례를 감안하면  '제재의 허점'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캐나다 BRP 엔진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진 이란의 샤헤드-129 공격드론. 사진=이란프레스닷컴
캐나다 BRP 엔진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진 이란의 샤헤드-129 공격드론. 사진=이란프레스닷컴

캐나다 매체인 내셔널포스트는 지난 2022년 11월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이란제 모하제르-6 군용드론에 BRP 엔진이 쓰였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의 오스트리아 자회사가 '로택스(Rotax)'로 민간 항공기용 엔진을 만든다. 

로택스 측은 "항공기 엔진제품의 이란 판매를 2019년 중단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날려보낸 드론 1기를 포함해 이란 군용드론에 일부 모터가 사용되고 있다는 보도에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튀르키예의 명품 드론이 된 바이락타르 TB-2에 로택스 엔진이 탑재돼 나가로노카라바흐 분쟁에 쓰인다는 보도도 있었다. 캐나다정부는 캐나다 기업이 만든 카메라가 바이락타르 드론에 사용되는 것을 금지했다.

이 회사 엔진은 러시아가 수입해 우크라이나 발전시설 등 인프라 공격에 사용하고 있는 자살폭탄 드론 샤헤드-136은 물론 정찰과 공대지 미사일 공격을 하는 모하제르-6 드론에서도 식별됐다.  우크라이나군이 격추한 드론 잔해 사진에는 로택스 로고가 선명하게 보였다.

캐나다가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대북제재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캐나다산  스노모빌이 정상 경로로 북한에 들어갔다고는 보지 않는다. 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참여하고 있는 캐나다 정부와 캐나다 업체들이 알고도 캐나다산 엔진이 러시아제 드론에 장착되는 것을 허용했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고가의 사치품은 대부분 유럽에 나가 있는 김정은 위원장 비서실 직속 인력들이 대리인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더욱이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관계를 강화하면서 러시아 국경을 통해 사치품을 수입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열 명이 도둑 한 명 잡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국제사회가 아무리 단속을 한다고 해도 '허점'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캐나다산 스노모빌 등 사치품과 엔진 등이 러시아나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제재망을 촘촘히 하는 것도 함께 해외에 나와 있는 러시아 커넥션, 북한 커넥션에 대한 계좌 동결을 한다면 러시아의 항공기 엔진 밀수, 북한의 사치품 밀수 근전을 위한 근본 방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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