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상승 랠리'에 하나證 "단기 조정 가능성 있다" 경고음
상태바
'금값 상승 랠리'에 하나證 "단기 조정 가능성 있다" 경고음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4.03.08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달러약세, 미국 장기금리 하락에 상승 추세...국내 금값 1년 사이 18% 이상 올라
하나증권, "연말까지 강보합, 단기 조정 가능성" 경고

연초부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는 과정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온 금값이 3월 들어 급등하기 시작했다. 한국내 금 소매가격은 1년 사이 18% 이상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금값이 계속 오르자 예비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투자를 해야할 지를 놓고 고심중이다.  증권가는 "금가격이 일방으로 오를 장세는 아니다"며 신중한 접근을 조언하고 있다.

미국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선물가격이 7일(현지시각) 온스당 2165.2달러로 마감하면서 6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했다.  사진은 달러 지폐와 골드바. 사진=킷코뉴스
미국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선물가격이 7일(현지시각) 온스당 2165.2달러로 마감하면서 6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했다.  사진은 달러 지폐와 골드바. 사진=킷코뉴스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각)  선물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 금 선물은 전거래일에 비해 0.3%(7.0달러) 오른 온스당 2165.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4월 물 금선물은 장중 온스당 21.72.2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최고치를 또 갈아치우는 괴력을 과시했다.

한국내 금시세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3.7g 1돈쭝 금 가격(내가 살 때)은 7일 39만 2000원을 기록했다. 1년 전(33만1000원)에 비해 18.43%(6만1000원) 올랐다. 국내 금값은 지난해 12월13일 35만8000원까지 내렸다가 상승하기 시작해 2월3일 37만5000원까지 올랐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국제금값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내 금 가격(3.75g 기준, 내가 살 때) 추이. 사진=한국금거래소
한국 내 금 가격(3.75g 기준, 내가 살 때) 추이. 사진=한국금거래소

외신들은 금값 상승 이유로 달러약세와 미국 장기금리 하락 등을 꼽았다.  

미국 2월 ISM 제조업지수가 47.8로 예상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컨센서스 49.5), 신규 수주와 생산이 모두 위축 국면에 머물면서 경제 지표가 다소 약화되자 Fed의 금리 인하에 긍정 신호라는 인식이 동반되면서 금 가격이 오른 것으로 풀이됐다. 

금 가격이 온스당 2100 달러선을 돌파한 이후 수요도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 위축을 우려한 중국 소비자들이 금 실물을 활발히 매입하고 있는 현상을 금값 상승의 이유로 들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2월에도 글로벌 금 ETF에서 29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되면서 9개월 연속 유출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금 ETF 자금은 큰 폭으로 유출된 반면 아시아의 금 ETF 자금은 순유입했다.  

중앙은행과 리스크 회피 투자자 금 가격의 하단을 지지해주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과 인도를 필두로 신흥국 중앙 은행들의 금 매입 기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은 탈달러 정책을 펴면서 금을 대량으로 매수하고 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 중 가장 많은 225t 규모의  금을 사들였다. 전 세계 거래량의 5분의 1 수준이다. 올들서도 대량 매수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1월 금 수입량은 123t으로 전월(39.6t) 대비 약 세 배 증가했다. 그 결과 중국 외환보유고 중 금 보유량은 15개월 연속 늘어났다. 

또 중동 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를 보여주는 금 대 구리 비율도 상승하고 있다.

금투자자나 예비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금 가격의 추세 상승이 이어질 수 있느냐다. 금값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와 실질금리 하락이 동반돼야 한다. 즉 실질금리가 떨어지고 미국 달러가 약세를 보여야 금값은 올라간다. 금은 미국달러로 금액이 표시되고 시장에서 거래되는데 미국달러 가치와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달러가치가 내려가면 반대로 금값은 올라간다.

그런데 미국 달러와 금리 모두 아직까지 분명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실질 금리가 내리려면 명목금리의 하락 속도가 물가 안정 속도보다 빨라야 하는데 Fed의 금리 인하가 서서히 전개될 것으로 보여 실질금리 하락이 제한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최근 반기 의회 보고에서도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만 이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인하를 하겠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Fed 동영상 캡쳐
제롬 파월 Fed 의장이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인하를 하겠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Fed 동영상 캡쳐

하나증권의 전규연 연구원은 8일 원자재 레시피 보고서에서 "6월부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면 미국 달러 약세와 실질금리 하락이 유효하겠지만, 그 폭이 크지 않고 경기 침체 우려도 제한돼 금 가격이 일방으로 오를 장세는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못박았다.

전규연 연구원은 금값과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내 금 보유 규모 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금값 상승에도 금 ETF로 자금 유입이 전개되지 않고 있다"면서 "금 선물의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도 약화하는 중이라 추세로 금 가격이 상승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금 가격은 연말까지 강보합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현재 가격은 밴드 상단에 근접한 것으로 보여 단기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금 예비 구매자라면 신중하게 투자에 나서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