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매에서 비둘기로 바뀌었나...그의 발언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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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매에서 비둘기로 바뀌었나...그의 발언 뜯어보니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4.03.21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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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20일 5회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 이후 제롬 파월 Fed 의장도 매파 본색을 감추고 비둘기 성향의 발언을 쏟아내 주목받았다. 돈줄을 죄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매파 본색이 사라진 제롬 파월 Fed 의장이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Fed 동영상 캡쳐
매파 본색이 사라진 제롬 파월 Fed 의장이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Fed 동영상 캡쳐

Fed는 20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에 이은 5회 연속 동결이었다. Fed는 점도표(dot plot·Fed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서 연내 금리 전망을 4.6%로 제시해 올해 안에 세 차례 금리인하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다만 4회 이상의 금리인하를 예상한 위원의 수는 감소(5명→1명).2025년과 2026년의 경우 각각 3회의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기자회견에서 한 파월 의장의 발언은 예상보다 '비둘기파(dovish·통화완화 선호)' 성향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가 늘 보여온 매파 본연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가 바뀌지 않았다"면서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최근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에 대해 "때때로 울퉁불퉁한 길을 가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차차 하락하고 있다는 전체 추세는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지표가 계절 요인 영향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시 말해 1~2월은 물가가 높게 나타나는 만큼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이 두 달 간의 데이터에 과잉 반응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무시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확신을 가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옳았다는 걸 시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한 고용 그 자체만으로는 기준금리 인하를 연기할 이유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고용시장 자체가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순 없다"고 설명했다.

그의 발언은 두 달 연속 물가가 오르고 고용시장이 견실하지만 인플레이션이 2%로 둔화하는 기조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읽혔다. 

파월 의장은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의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수조 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조만간 늦출 가능성이 높다고도 설명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Fed가 채권 등을 팔아 보유 자산을 감축함으로써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Fed는 보유 자산 규모를 2년여 전 약 9조 달러에서 최근 약 7조5000억 달러로 줄였다. 이는 곧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을 더디게 할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 연방기금 목표금리 전망 점도표. 사진= Fed
미국 연방기금 목표금리 전망 점도표. 사진= Fed

종합하면 파월이 한 발언은 물가가 올라도 금리를 올리는 긴축의 고삐를 죄지 않고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속도도 더디게 해서 시중이 돈이 더 풀리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풍부한 유동성과 낮은 금리는 주식시장은 대형 호재가 아닐 수 없고 이날 주가가 오른 이유기도 하다. 

신한투자증권의 하건형 연구원은 "FOMC 회의도 시장의 예상보다 비둘기파였다"면서 "파월 의장 기자회견은 성명서와 점도표보다 Fed의 비둘기적 면모가 좀 더 드 러났다"고 평가했다. 안재균 연구원은 "강한 고용지표와 별개로 물가 안정이 이뤄질 경우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 그 연장선 상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이 '아슬아슬한 비둘기'였다고 평가했고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디테일을 보면 지난 두 달간 높아진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반영해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보수적 시각이 강화됐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은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 말해달라'는 질문에 "금리 인하 시기는 회의를 통해 결정되는데, 우리는 오늘 향후 회의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면서 "들어오는 데이터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와 위험 균형에 대한 전망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특정 회의에 관해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못했다.

파월의 발언을 2주 전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파월 의장은 현재의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에 아직 확신을 갖지 못했다면서 그러한 확신이 들기 전까지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6일 미국 하원 증언에서 발표한 연설문에서 "정책 규제를 너무 빠르게 혹은 너무 많이 푸는 것은 우리가 인플레이션에서 확인한 진전을 뒤집을 수 있다"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더 강력한 긴축 정책을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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