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앗아간 고바야제약의 '붉은 누룩' 일파 만파
상태바
목숨 앗아간 고바야제약의 '붉은 누룩' 일파 만파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4.03.30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유명 제약사 고바야시제약의 '붉은 누룩(홍국,紅麹)'으로 만든 건강식품 '홍국 콜레스테 헬프' 등을 먹은 사람들이 잇따라 숨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홍국은 찐 쌀에 균류를 심어 발효시켜 만든 효모의 일종이다. 특유의 붉은 색상 때문에 착색료로도 널리 쓰이며 술과 조미료, 음료와 치즈, 과자 등 다양한 식재료에 활용되고 있다. 고바야시제약은 창업주의 4대 손이 경영하고 있는 유명 제약사로 오사카에 본사를 두고 있다.

고바야시제약의 홍국으로 만든 건강기능식품 '홍국 콜레스테 헬프'.사진=일본 NHK
고바야시제약의 홍국으로 만든 건강기능식품 '홍국 콜레스테 헬프'.사진=일본 NHK

일본의 영자신문 재팬타임스와 NHK 등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고바야시제약은 홍국 건강식품과 관련해 5명이 숨지고 110여 명이 입원했다. 고바야시제약은 지난 22일 홍국으로 만든 건강식품 3종을 먹은 6명이 신장 질환 등으로 입원한 사실을 밝히면서 리콜(제품 결함 발견에 따른 자진 회수) 방침을 발표했다.

고바야시 제약 로고.사진=고바야시제약 홈페이지
고바야시 제약 로고.사진=고바야시제약 홈페이지

고바야시제약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제품에서 푸른곰팡이에서 만들어지는 천연 독성 화합물질인 '푸베르산'이 검출됐다"면서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야마시타 겐지 집행임원(제조본부장)은 "신장 질환이 발생한 사람이 섭취한 '홍국 콜레스테 헬프'의 제조시기를 조사 중이며 미지의  성분이 지난해 4월에서 12월 사이에 제조한 홍국의 원료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주의 4대손인 고바야시 아키히로 사장은 이날 "사내 가이드라인에서는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많은 분께 고통과 불안을 안겨드렸고,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게 돼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고바야시 아키히로 고바야시제약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진=고바야시제약
고바야시 아키히로 고바야시제약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진=고바야시제약

후생노동성은 "회사 측 조사를 통해 일부 제품의 로트에서 푸른 곰팡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푸베룰린산'이라는 물질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후생노동성과 오사카시는 30일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고바야시제약의 요도가와구 오사카 공장에 대한 출입검사에 들어가 제조공정 등을 조사했다.이 공장은 지난해 12월까지 홍국을 제조했다.후생성과 시 직원 총 16명이 약 5시간 동안 공장 내 설비와 기록을 확인하고 위생관리 상황 등을 조사했다. 출입검사는 31일에는 와카야하면 공장에서도 이뤄진다. 

야마시타 켄지제조 본부장은 기자단에 "전면 협력해, 성실하게 대응하고 싶다.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검사의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는 지금 검사를 받고 있는 만큼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야마시타 켄지 고바야시 제약의 제조본부장이 30일 일본 후생노동성과 오사카시의 공장 출입검사와 관련해 기자단 앞에서 머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아하시신문
야마시타 켄지 고바야시 제약의 제조본부장이 30일 일본 후생노동성과 오사카시의 공장 출입검사와 관련해 기자단 앞에서 머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아하시신문

이번 파문을 촉발한 건강식품은 '홍국 콜레스테 헬프' 등 3종으로 콜레스테롤 분해 효능을 가진 건강식품이다. 이들 제품은 2021년 9월 판매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110여 만개가 팔린 인기 상품이다.사망·입원자들은 대부분 2~3년간 제품을 복용한 단골이었으며, 사망자들의 원인은 급성 신부전증으로 확인됐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고바야시제약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한 홍국 원료 총 18.5t 중 16.1t이 52개 업체에 판매됐다.  이중 6.9t은 이번에 파문을 일으킨 건강식품처럼 신장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바야시제약이 만든 홍국 원료를 구매한 업체들은 앞다퉈 제품 리콜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케(일본 전통 술)를 만드는 '다카라주조'는 9만6000병 리콜을 발표했고, 화장품 제조사 '노에비아', 190년 전통으로 유명한 된장·간장 전문점 '혼다미소' 등 업체들도 모두 해당 원료가 들어간 제품을 리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29일 저녁 도쿄 총리 관저에서 고바야시제약의 홍국(붉은 누룩) 원료 제품 피해 문제를 논의하는 긴급 각료 회의가 열렸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 장관, 다케미 게이조 후생노동상, 사카모토 데쓰시 농무상 등이 참석했다.

박태정기자 ttchung@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