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경영인' 고 조석래 효성 명예 회장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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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의 경영인' 고 조석래 효성 명예 회장을 기리며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4.04.01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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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지난달 29일 89세를 일기로 타개했다.사돈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진표 국회의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정계 인사들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겸 풍산그룹 회장, 허창수 GS 명예회장,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구광모 LG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부사장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29일 타개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사진=한국경제인협회
29일 타개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사진=한국경제인협회

정재계가 고인을 기린 것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도전정신과 공학도 출신 경영자인 그가 평생 쌓은 업적 때문임은 굳이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그의 지도 아래 효성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 섬유와 무역, 중공업과 건설, 산업자재 등의 분야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효성의 계열사들은 방탄복과 방탄모의 소재인 탄소섬유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섬유인 스판덱스를 비롯한 각종 첨단 섬유, 타이어코드, 변압기 등 한국 산업에 꼭 필요한 제품과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인 풍산 류진 회장은 고인을 '기술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경영인, 외환위기를 기회로 바꿔낸 '뚝심의 경영인', 항상 '국민 모두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경제인으로 추억했다.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제품으로는 스판덱스가 있다. 스판덱스는 속옷과 수영복, 등산복, 스키니 청바지는 물론 우주복 맨 안쪽 층 소재로 쓰이는 섬유다.고무는 오래 쓰면 늘어나고 급격히 탄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스판덱스는 원래 길이의 7배까지 늘어나면서 강도가 고무의 3배나 된다. 폴리우레탄에 특정 화학물질을 섞어 만든다.

스판덱스는 미국 화학기업 듀폰이 처음 생산했 일본 기업들이 1970년대에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태광산업이 일본 기업 기술을 빌려 스판덱스를 처음 만들었다. 

그런데 한국이 종주국 미국을 제치고 스판덱스 세계 1위 생산국이 된 것은 1992년 효성이 제조법을 독자 개발한 덕분이다. 스판덱스 개발을 진두지휘한 경영자가 바로 고인이 된 조석래 명예회장이다. 효성 회장 시절인 1989년 연구소에 독자 개발 특명을 내렸고 연구소는 3년간 숱한 시행착오끝에 세계에서 네 번째로 스판덱스 제조법을 찾아냈고 글로벌 1위 업체에 올랐다.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 스판덱스'는 세계 1위의 브랜드로 우뚝 서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고품질 스판덱스를 양산하는 기업은 한국의 효성, 미국의 인비스타(듀폰의 후신), 일본의 아사히카세이 등 세 회사 정도다. 효성은 중국, 터키, 베트남, 브라질 등 7국에 생산 거점을 구축, 연 20만t을 생산하며 세계 시장을 30% 이상 점유하고 있다.

스판덱스는 높은 기술 장벽 탓에 고부가가치 섬유의 위상을 갖고 있다. '섬유의 반도체'라고도 한다. 효성은 물론, 한국이 스판덱스 분야에서 세계 최강이 된 것은 조석래 회장의 기업가 도전 정신 덕분임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효성이 생산하는 탄소섬유는 철 무게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인 섬유다. 아라미드 섬유는 강철의 5배 강도를 갖고 섭씨 400도의 고열에도 견디는 난연성 섬유다. 방탄복과 고성능타이어, 방호복의 재료가 된다.

이런 뛰어난 제품과 구성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 덕분에 효성그룹은 2023년 기준 자산 15조 8770억 원, 매출액 16조 8860억 원, 종업원 2만1958명인 그룹으로 성장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탄소섬유와 같이 미래 수소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핵심부품소재에 대한 끊임없는 기술투자로 최고 품질을 갖춰 명실상부한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효성그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탄소섬유와 같이 미래 수소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핵심부품소재에 대한 끊임없는 기술투자로 최고 품질을 갖춰 명실상부한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효성그룹

 조 회장이 일군 효성은 이제 계열분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경영권을 쥔 조 회장의 두 아들이 고인만큼 기업가의 도전 정신을 발휘할지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 2월23일 이사회를 열고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가칭)'을 설립하기로 결의했다.  

장남 조현준 회장과 3남 조현상 부회장이 기존 지주회사와 신규 지주회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 존속법인인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의 계열사는 조현준 회장이 맡고, 신설 지주법인은 효성첨단소재, 효성도요타, 홀딩스 USA를 편입해 조현상 부회장 밑으로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새로운 지주회사가 출범하면 경영권 승계는 마무리된다.   

현재 지주사인 효성은 고 조석래 명예회장 10.14%,  조현준 회장 21.94%,  조현상 부회장 21.42%로 구성돼 있다. 재계에선 두 형제가 보유한 각 지주사 지분을 맞교환 방식 등으로 경영권 완전 독립에 나설 것으로 예측한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그동안 경영일선에서 효성을 이끌어온 만큼 고인의 유지를 받들 것임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다만, 10년전 효성 경영권 분쟁의 불을 지핀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분 요구 등 계열 분리에 직접 나서면 다시 '형제의 난'이 벌어지면서 조 회장이 쌓은 업적의 빛이 바래게 하는 옥의 티가 될 수도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돈은 피보다 더 진하다'는 말이 확인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형제간 골육상쟁은 그룹 분할과 파멸의 결과를 낳았음을 효성 경영진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국난의 시기에 나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하고 당장의 이윤보다 국민 모두를 위한 모범을 보인 고인을 뒤따른 경영자로 평가를 받기를 기대해본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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