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금값이 동반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중동리스크 고조와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지패개선 등이, 금값은 미국의 금리인하 전망과 중국의 수요 등이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는 타이트한 공급여전 때문에 완만한 상승세를 예상했지만 금값은 고점에 있어 단기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국제 금값은 세계 생산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결정한다는 전문가 견해도 나왔다.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미국 원유선물 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 선물은 전거래일보다 0.7%(0.54달러) 오른 배럴당 83.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0월2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가는 장중 한때 84달러를 넘었다.
같은 시각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6월 인도 선물은 0.5%(0.42달러) 오른 배럴당 87.42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는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WTI는 올들어 17%, 브렌트유도 14% 각각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국제 금값도 이날 상승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등에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금 선물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 인도 금 선물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0.8%(18.7달러) 오른 온스당 2257.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금가격은 장중 2286.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나증권의 전규연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분석 보고서인 '원자재 레시피'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금융시장은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나기 어렵고 단기 조정을 받을 수 있으며, 국제유가는 타이트한 공급 여건으로 완만한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이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에 긴장이 고조된 영향을 받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 시설을 공격하고,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잦은 공격 탓에 유조선들이 홍해를 피하고 아프리카 남부 희망봉을 우회하는 등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미국의 경제지표가 시장예상치를 웃돌면서 원유수요 증가 전망이 부각된 점도 유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전날 발표한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8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예상치(50.0)를 웃돌았다. 호불황의 기준치인 50을 6개월만에 넘어섰다. 중국 경제의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원유수요 감소 우려 또한 사그라졌다.
이날 발표한 3월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경기지수도 50.3으로 시장예상치(48.1)을 웃돌면서 17개월 만에 50을 뛰어넘었다. 개별항목에서는 신규수주와 제조부문이 개선됐다. 이는 미국 경제의 견고함이 또 확인되면서 원유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3일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간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장관급 회의에서 감산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원유 매수세를 강화시키면서 유가를 떠받쳤다.
월스트리저널(WSJ)은 ANZ 리서치 분석을 인용해 "국제유가는 타이트한 공급 탓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 공습으로 이란의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을 높였다"면서 "세계 원유 공급은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원유수출을 중단하겠다고 하면서 공급은 더 축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값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중반 금리인하로 기조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 국채금리 하락에 이어 달러가치도 내려간다. 미국달러로 표시되고 거래되는 금값은 미국달러 가치와는 반대로 움직인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2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중 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지수 상승률이 지난해와 비교해 2.8%로 전달보다 둔화되면서 인플레가 완화된 것으로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값은 지난주 발표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 지표가 오는 6월 Fed가 금리인하 사이클을 시작할 것이란 희망을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금값의 상승세는 중국 등 해외 수요가 늘어나는 영향도 받고 있다.
캐나다 광산업의 전설인 프랭크 귀스트라 피오레그룹의 최고경영자(CEO)과 프랑코-네바다의 피에르 라송드 명예회장은 금속시장 전문 매체 킷코뉴스 프로그램에 "금값 상승은 서방이 금값 결정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면서 " 자원 민족주의라는 새로운 지정학 현실에서 캐나다는 캐나다 경제와 캐나다인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금 시장의 '주요 전환(major shift)'을 지적하면서 "세계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금 한계 구매자(가격이 오르면 구매를 단념하는 구매자)는 더 이상 미국과 유럽이 아니라 중국"이라면서 "중국은 연간 금 생산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이 새로운 한계 구매자이며 금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그곳"이라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