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허영인 회장 구속, 글로벌 시장에서 'K베이커리' 동력 상실하나
상태바
SPC그룹 허영인 회장 구속, 글로벌 시장에서 'K베이커리' 동력 상실하나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4.04.05 0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이커리 체인 '파리바게뜨' ,아이스크림 브랜드 '베스킨라빈스'로 유명한 국내 식품기업인 SPC그룹이 허영인 회장 구속으로 그룹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강선희 SPC 대표가 지난달 사임한 후 황재복 대표가 노동조합 해체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허영인 회장까지 구속되면서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주르를 앞페운 'K베이커리'의 대표주인 SPC그룹이 추진해온 해외 사업 확장의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이 제빵 사업인 파리크라상과 SPC삼립을 사실상 맡아 경영하고 있고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이 비알코리아와 섹터나인을 경영하고 있어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허영인 SPC 그룹 회장. 사진=SPC
허영인 SPC 그룹 회장. 사진=SPC

남천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오전 2시 7분 허영인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지난 2019년 7월에서 2022년 8월 SPC 자회사 PB파트너즈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회사 친화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식품노련 PB파트너즈 노조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재복 SPC 대표는 지난달 22일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황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 회장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부터 이에 대한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와 함께 SPC 각자 대표로 영입된 강선희 대표는 임기 1년 만에 남편 선거 운동 지원을 이유로 지난달 2일 사임했다.

황 대표, 서 전 대표에 이어 허 회장까지 자리를 비우면서 SPC그룹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허영인 회장은 지난 2015년 10월 SPC그룹 비전으로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를 내세우고 2030년까지 매출 20조 원, 일자리 10만 개 , 전세계 매장 1만2000개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대표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는 국내 사업 확장 한계에 봉착해 해외 진출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지난 2017년 3367개인 가맹점수는 2022년 기준 3402개로 5년간 증가율이 1%에 불과했다.

허 회장은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진출을 위해 파스쿠찌 본사와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의 삼립호빵 생산 라인. 사진=SPC그룹
SPC그룹의 삼립호빵 생산 라인. 사진=SPC그룹

SPC그룹은 또 중동 할랄 시장 공략, 미국 공장 건설 등 추진해왔다. 지난해 6월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할랄 인증 공장을 착공했다. 지난해 말에는 아랍에미리트(UAE) 기반 기업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파트너십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PC삼립과 파리크라상은 미국 현지 제조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SPC그룹 허진수 사장(오른쪽)이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의 모하메드 갈라다리(Mohammed Galadari) 회장이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페어몬트 호텔에서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SPC그룹
파리바게뜨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SPC그룹 허진수 사장(오른쪽)이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의 모하메드 갈라다리(Mohammed Galadari) 회장이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페어몬트 호텔에서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SPC그룹

SPC그룹은 후계구도가 사실상 드러나 있다.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이 제빵 사업인 파리크라상과 SPC삼립을,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이 비알코리아와 섹터나인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허진수 사장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현지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사업 연결고리를 마련했다.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사진=SPC그룹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사진=SPC그룹

그럼에도 허 회장의 구속은 'K베이커리'의 해외진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중요한 요인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경쟁사인 CJ푸드빌은 미국에서 LA,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주 등 26개 주에서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인데 2030년까지 미국 매장을 1000개를 늘리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현재 60여개의 매장이 있는 인도네시아에도 집중 출점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K베이커리'의 대표주자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앞날을 막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뚜레쥬르는  2004년 미국에 첫 해외 매장을 낸 후 지난해 해외 매장 400호 점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했는데 허 회장 구속으로 자칫 해외시장에서 K베이커리 입지 구축을 위한 동력이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준환 기자 naulboo@gam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