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제지 31년 만에 코스닥 상장 폐지하는 속사정
상태바
대양제지 31년 만에 코스닥 상장 폐지하는 속사정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4.04.08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양그룹의 모기업인 대양제지공업(이하 대양제지)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1993년 12월 2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31년 만이다. 소액주주 지분율이 3.86%로 2년 연속 주식분산 요건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양그룹 로고. 사진=대양그룹
대양그룹 로고. 사진=대양그룹

1970년 2월 설립된 골판지 제조회사인 대양제지는 경기도 안산에 연간 41만400t의 골판지를 생산하는 설비를 갖추고 제품을 생산하다 2020년 대형화재로 관련 설비를 모두 태워 결국 상장 폐지를 선택했다. 골판지원지는 골을 만들어 완충역활을 하는 골심지와 골심지의 표면에 접합하여 인쇄를 하는 표면지용라이너지와 이면용라이너지로 구분되는데 대양제지는 골심지와 이면용라이너지를 주제품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대양제지는 권혁홍 회장 겸 신대양제지 대표이사 사장이 이끄는 대양그룹의 계열사다. 대양그룹에는 지주회사격인 신대양제지, 신대양제지반월,대양제지 등 제지부문과 대영포장, 광신판지, 신대한판지, 대양판지 등 판지부문 회사가 소속해 있다. 골판지 회사를 수직계열화한 그룹이다. 

대양제지의 최대주주는 신대양제지로 지분율은 59.30%다. 이어 대영포장이 2.35%, 신대한판지가 1.36%를 보유하고 있다. 권용준과 권용진이 각각 1.26%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비율은 29.15%에 이른다.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은 96.14%, 소액주주 지분율은 3.86%에 불과하다.

대양제지는 지난해 매출액 1501억 9475만 원, 영업이익 20억 3059만 원 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3억4423만 원이었다.

대양제지공업 공장 전경. 사진=대양그룹
대양제지공업 공장 전경. 사진=대양그룹

대양제지는 8일 이사회가 공개매수를 통한 자발적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상장폐지 신청 예정 일자는 다음 달 17일이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3시 24분 기준으로 대양제지의 주가는 전 거래일(6820원) 대비 1.17%(80원) 내린 6740원에 멈춰 섰다. 대양제지가 1993년 12월 상장 한 이후 처음이다. 

대양제지 측은 "상장폐지 신청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심사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그 시점에 소액주주가 남아 있으면 최대주주(신대양제지)는 정리매매 기간과 상장폐지 후 일정 기간(6개월 예상) 매도하고자 하는 소액주주들로부터 그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양제지는 올해 50인 권지혜 대표와 이상천 대표가 공동 경영하고 있다.  권 대표는 신대양제지와 대양제지의 사내이사를 역임했다. 

대양제지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주식 소유 현황. 사진=대한제지 금융감독원 제출 사업보고서
대양제지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주식 소유 현황. 사진=대한제지 금융감독원 제출 사업보고서

대양제지의 상폐는 예견된 일이었다. 대양제지는 2년 연속 주식분산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대양제지는 지난해 공시한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소액주주 소유주식수가 유동주식수의 20%에 밑돌았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당시 대양제지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대양제지는 오는 17일까지 주식분산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법인의 소액주주 소유주식수는 유동주식수의 20%보다 많아야 한다.

주식분산 요건 미달은 일반 상장사라면 최대주주가 지분을 시장에 내놓거나 차등감자하는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대양제지는 스스로 상장폐지를 선택했다. 2020년 발생한 대형화재에 따른 시설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기간 상장사 지위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양제지는 지난 2020년 10월 안산공장에 큰 불이 나 관련 설비를 모두 태웠다. 코로나19로 배송시장이 성장하면서 골판지 수요도 급증한 시기였는데 이 기회를 모두 놓쳤다.  불타버린 설비 중에는 골판지 원료를 만드는 초지기 2대가 포함됐다. 초지기는 1대당 가격이 1500억 원에 이르는 설비다. 설비 재가동을 위해서는 최소 3000억 원의 투자가 필요했다.

화재 이후 대양제지는 설비 화재에 따른 골판지 사업의 정지로 상장폐지 적격성 심사까지 받았다. 거래정지 기간 중인 지난 2021년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했다. 당시 주가는 3260원에 정지 중이었으며 공개매수 가격도 똑같은 3260원이었다. 당시 공개매수로 소액주주의 절반가량이 지분을 팔았다.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21.96%에서 10.61%로 줄었다. 그 결과 주식분산 요건을 밑돌았다.

코스피 시장에서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서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95% 이상이어야 한다. 코스닥은 해당 규정이 없지만 거래소는 대양제지 측에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를 요구했고 대양제지는 지난해 두번째 공개매수를 했다. 공매매수 가격은 4300원으로 2021년에 비해  31% 높였다.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았다. 공개매수 기간 동안 대양제지의 주가는 최대 5670원까지 치솟았다. 공개매수에는 단 2895주만 응했다.

대양제지가 주식분산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형식적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는 만큼 실질심사 없이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이의신청은 가능하지만 이미 자진상폐를 원하는 회사 측이 이의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은 낮다.

한편, 골판지원지 업체는 생산능력, 자본금 규모등에 있어 영세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지역별로는 영남과 수도권지역에 편중돼 있다. 골판지원지 생산업체들은 대양제지를 비롯해 신대양제지, 신대양제지반월, 아세아제지, 대림제지, 고려제지, 태림페이퍼, 경산제지, 한국수출포장, 한솔페이퍼텍, 동원페이퍼, 영풍제지, 진영제지, 아진피앤피등 약 14개사 정도만이 하루 300t 이상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업체들은 일산 200t 미만의 시설로 영세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골판지와 골판지상자는 섬유제품, 전자제품, 식품, 의약품, 농수산물등 각종 제품의 외부포장에 사용되는 내용물 보호에 필수 제품으로서 포장할 제품에 따라 규격이나 인쇄사양 등이 다양하해 한 회사가 일정규격의 제품을 생산해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기는 곤란하다. 따라서 대다수 고객의 주문에 따라 생산, 판매하는 전형적인 수주산업이다. 전기전자산업의 수요는 그 비중이 줄어들고 있으나 농수산물과 식음료의 비중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산업이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